두번 무너진 월드코리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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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무너진 월드코리아의 '꿈'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9.11.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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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 감정가가 10억7천만원 부동산 경매업자에 경락
채권단 "차명경매, 송달미비" 내세워 법원에 이의신청

지난 97년 부도의 악몽을 겪었던 청주 뉴월드코아 채권자들이 부지경매 결과,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채궈자들은 뉴월드코아 부지가 엉뚱한 사람의 인감을 이용한 차명경락이고 실경락자는 부동산 경매업자라는 점을 들어 자금 출처등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사채권자들은 오는 16일 청주지법에서 경매확정 조치가 내려질 경우 자신들이 설치한 공사현장의 골조와 지반강화 설비를 전격 해체하겠다고 밝혀 안전사고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한편 부지를 경락받은 청주 L씨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낙찰받은 경락자에게 채권보전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며 ‘투자자를 영입해 450원억의 건축비로 10층 규모의 백화점을 건립할 경우 채산성이 충분하다’ 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뉴월드코아의 분양, 부도, 경매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통해 사태의 전말을 살펴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대적 홍보
(주)진흥종합건설(회장 정진택)은 지난 95년 총45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용암동 뉴월드코아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지하 1층, 지상 10층의 연면적 총 15000평에 달하는 매머드 상가시설인 뉴월드코아는 아파트사업 침체로 경영위기에 내몰린 진흥건설이 ‘도 아니면 모’ 의 승부수로 내건 카드였다. 계획대로 분양이 순조롭다면 준공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분양이 저조하면 아무리 대물공사 위주로 현장를 이끌어 가더라도 끝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상가분양률은 대물분을 제외하고 30%미만에 머물러 자금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고 정회장은 97년 4월 중순부터 건설중인 5개 아파트 사업현장을 보증업체에 매각하는등 현금동원에 나섰다. 마침내 4월 30일 최종부도 처리됐고 진흥의 부도액은 금융권 800억원과 사채, 분양대금, 공사대금을 포함해 1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6개월 이상의 어음으로 받은 하청 업체와 아무런 채권확보도 하지 못한 뉴월드코아 점포분양자들이었다.


현재까지 신고된 뉴월드코아 분양 채권자는 275명에 분양대금 72억원이며 공사채권은 6개 업체에 4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도직후 도피한 정진택회장의 조속한 검거를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이는등 크게 반발했다. 전 재산을 털어넣고 완공만을 기다리던 분앙계약자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집단시위를 벌었다. 결국 3개월 만인 97년 7월 정진택은 경찰에 붙잡혔고 부정수표단속법 위반과 특정경제 가중처벌법 위반혐의(횡령, 분양사기) 로 구속됐다.

법원의 ‘널뛰기’ 양형
정씨는 1심재판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대전고법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로 형이 깎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2심의 양형이 크게 줄어든데는 당시 분양채권단에서 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수감 중이던 정씨는 피의사실 가운데 사기혐의를 벗기위해 분양채권단에게 아산의 아파트현장을 매각해 채권의 30% 를 우선변제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탄원서 제출을 간청했다. 하지만 30%의 채권변제마저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것.

결국 채권단의 마지막 남은 희망은 경매에 부쳐져 유찰을 거듭해온 뉴월드코아 부지였다. 총 4999평방미터에 달하는 뉴월드코아 부지는 98년 12월 감정가 99억8000만원으로 시작해 무려 9차례나 유찰을 거듭했다. 분양 채권단의 집단민원이 거센데다 터파기 공사를 한지 수년이 지나 즉시 공사가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투찰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마침내 10차 경매를 앞두고 채권단 일부에서는 응찰을 주장했으나 10억원 이내로 떨어질 때까지 한번 더 기다리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12일 전투경찰 수백명이 삼엄한 경비를 선 가운데 열린 10차 경매에서 경기도 파주시 임모 씨가 10억77001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마지막 유찰' 소식만을 고대하던 법정주변의 채권자들은 낙찰사실이 전해지자 울부짖거나 실신하는 등 허탈 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채권단 대표들은 서둘러 낙찰자인 임씨의 주소만 들고 경기도 파주로 출발했다. 밤늦게 임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았지만 뜻밖에도 임씨는 낙찰사실을 ‘전혀 모르는 일’ 이라고 부인했다.

“며칠전에 서울 아는 사람한테 인감 증명을 떼준 적이 있는데, 그걸 사용 한 것 같다며 깜짝 놀라는 거였다. ‘내가 보다시피 23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있는데 어떻게 그런 큰 땅을 살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는 입장이 었다” 채권단 서회장은 당시 임씨와의 대화를 녹음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차명경락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부동산실 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법률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차명경락은 합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임씨가 ‘본인도 모르게 인감을 도용당했다’ 고 증언한다면 불법사실이 입증될 수 있지만 채권단과 재차 만난 임씨는 처음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했다는 것.

3단계 걸친 경매 007작전
채권단의 자체조사와 본보 취재결과 임모씨는 인감을 제공했고 서울에 주소를 둔 이모씨가 경매법정에 대리인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계약금을 지급한 장본인은 청주 운천동에서 부동산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해온 L씨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L씨는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경매에 나섰다. 투자자가들은 공동입찰을 하고 싶었지만 친족, 동일 채권자 등 이해관 계인이 아니면 법원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부득불 법에서 허용한 차명경락 방식을 택했다.

 차명자인 임씨로 등기한 뒤 공동투자자 명의로 등기이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씨는 부동산 경매업 경력이 10여년이 넘는 베테랑 으로 7~8년전 청주에 사무실을 내고 서울 경매까지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사채권단 대표이며 뉴월드코아 현장관리를 맡아온 경장호씨(가교주택 대표)는 법원이 경매 이해관계자인 공사채권단, 임금채권단에게 별도의 송달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씨는 “법원에서는 어차피 양측 채권단이 동일한 변호사를 선임한 만큼 해당 변호사 사무실로 일괄통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규정대로 개별 송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송달에 문제가 있는만큼 이번 경락을 취소하고 재경매를 실시해 달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 했다.

특히 뉴월드코아 건설현장은 지하 20m의 터파기 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수년간 방치해 둬 인접한 옛 충청매일 사옥의 지반붕괴 위험성이 제기했었다. 결국 청주시는 재난예방 차원에서 지난 98년5월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임시방편의 지반보강 공사를 마쳤다. 또한 공사채권자인 경씨는 밑바닥에 고인 지하수를 퍼 내기 위해 해마다 6000여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자동 펌프를 가동해 왔다는 것.
결국 건설부지를 보전하기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시예산과 현장관리비가 투입됐지만 현행법상 경락자로부터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얼굴, 인간의 얼굴
결국 진흥부도의 상징이었던 뉴월드코아 부지는 99억원의 감정가와 7억 원의 현장관리비에도 불구하고 10억 7700만원이라는 헐값으로 뜻밖의 주인을 만나게 됐다. 경매업계 관계자들은 뉴월드코아 부지가 등기만 완료되면 20~30억원의 금융권 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대출을 받아 낙찰금을 내고 차액을 그냥 예금하더라도 돈 한푼 안들인 이자수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72억원의 분양대금 가운데 단 한푼도 회수하지 못한 275명의 분양채권 피해자들은 지난 29개월간의 눈물겨운 싸움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공사채권자들은 뉴월드코아 경매가 확정될 경우 주요구조물인 H빔과 지반강화 시설인 어쓰 앵커 (Earth Anker)등 자신들이 시공한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 자칫 도로지반 붕괴등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법의 얼굴과 인간의 얼굴은 어디까지 함께 공존할 수 있는가. 뉴월드코아 경매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착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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