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진흥임대' 경매 불법입찰 행위 말썽

입주민에 '얼마이상 써라' 으름장
응찰가 10%금액 '사전 예치' 강요
주민대표 '일광응찰' 편법가지 동원

서민을 위한다는 주택은행이 서민을 울리고 있다.
금융지원 등을 통해 서민의 내집 마련 꿈 실현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국책은행 성격으로 출범한 주택은행이 정작 자신들에게 이해가 걸린 사안이 발생하자 은행의 이익보호만을 명분으로 서민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핍박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주택은행 청주 내덕동 지점은 대출된 수십억원대의 국민주택기금이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매에 부친 부동산 물건에 대해 입찰참가자들에게 최저경매가보다 수백만원이나 높은 가격에 응찰 하도록 '강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주택은행 내덕동 지점은 은행측이 제시한 가격에 입찰참가자들이 응찰하지 않을 경우 ‘해당 물건의 경매를 모두 취하하겠다’ 며 으름장을 놓는 방법으로 사실상 혐박을 했 며, 이것도 모자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응찰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입찰전에 예치토록 하 는 등 월권을 넘어 불법행위까지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발단
주택은행 내덕동 지점은 지난 91년 청원군 북일면 내수에 23평형을 주축으로 임대아파트 425세대를 건축한 진흥주택에 대해 세대당 평균 1200만원꼴로 국민주택기금 47억5000여만원을 대출흘 통해 지원했다. 그러나 사업자인 진흥주택이 97년에 부도로 쓰러지자 1순위 채권자인 은행측은 그해 10월 27일 425세대에 달하는 문제의 아파트를 청주지방법원에 경매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단 한건으로 425채에 이르는 아파트가 한꺼번에 경매에 부쳐지게 된 이 사건은 국내 경매시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서, 지역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국내최대 단일경매사건
결국 경매에 부쳐진 내수 진흥 임대아파트에 대한 1차 입찰은 1년여가 지난 98년 12월15일(전체물량 최저경매가 116억8500만원)에 진행됐다. 하지만 당시 응찰자가 없어 자동으로 휴찰됐고, 3개월후인 올 3월23일 1차 입찰때의 최저경매가에서 30%가 감액된 81억7964만원에 2차 입찰에 다시 부쳐졌지만 아파트입주자들의 ‘인간띠 방어’ 전략으로 제3자의 입찰참가 원천봉쇄되면서 재차 유찰됐다.

그러나 법원은 “주민들의 딱한 처지는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제3자의 자유로운 입찰참여 권리를 침해한 것은 부당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며 유찰대신 2차입찰의 재진행을 결정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응분의 문책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유찰결정-3차 입찰진행’ 이 아닌 동일 차수(次數)의 입찰을 재진행키로 한 것은 최저경매가의 추가하락(정상적일 경우
20% 감액)에 따른 1순위 채권자, 즉 주택은행의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됐다.

생존권차원 주민들 입찰방해
그렇지만 주민들로선 상황히 매우 처참했다. 23평형의 경우 15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시공회사에 낸 뒤 입주한 그들은 당시의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회사의 부도로 500만원밖에 보호받지 못하고 거금 1000만원은 떼이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주교외지역의 소규모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밖에 없던 주민들은 거개가 서민이었다.
따라서 그들로서는 제3자의 입찰 참여없이 정상적 과정을 통해 3차입찰까지 경매가 진행, 보다 저렴한 가격에 각자 입주해 살고있는 임대아 파트를 낙찰받는 상황을 가장 절실하게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결국 3차입찰까지 진행
어쨌든 법원의 결정에 따라 2차입찰은 재진행됐고 결과는 주민들의 염원대로 또다시 유찰이 되면서, 법 원은 올 5월20일 관계규정에 따라 최저경매가를 2차때보다 20%감액 한 57억여원에 3차입찰에 들어갔다.다만 이전과는 달리 원활한 경매 절차의 진행흘 위해 425세대를 8 개군(群)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 오는 24일까지 마무리한다는게 법원의 입장.

은행의 이해하기 힘든 처사
그러나 입찰을 둘러싼 본격적인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택은행은 자신들의 셈법으로 최저낙찰액이 23평형의 경우 1915 만원은 돼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23평형 경우 세대당 12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 원금에다가 그동안의 이자, 세대당 100만원 가량의 경매비용, 그리고 경매처분 완료시 입주민들이 보호받게될 500만원을 합쳐 이같은 액수를 산정해 놓고 있었던 것. 그런데 3차입찰까지 경매가 넘어가면서 23평형의 최저경매가가 층별, 위치별로 차이는 있지만 1500만원대로 떨어지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채권보전 명목 최저가보다 수백만원 높여
'반협박성' …경매입찰 방해죄 성립 의견도
관계기관 진상조사 · 조치등 필요 여론높아

이 때문에 국민주택기금의 부실채 권발쌩 방지를 명목으로 은행측은 주민들에게 “법정 최저경매가는1500만원대이지만 1915만원이하로 응찰해 낙찰받는 경우 나머지군(群)의 경매를 모두 취하할 방침”이라며 “똑같은 처지에서 경매절차가 남은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1915만원에 응찰하라”는 요지로 주민들에게 으름장를 놓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이 최저경매가를 일방적으로 결정, 강요한 꼴이 된 것이다. 은행측은 또 사전에 의사타진에 나서 1915만원에 응찰할 의사가 없는 세대에 대해서는 경매취하 조치를 취하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10% 예치금까지 받아놔
그런 은행측은 나아가 안전판 마련차원에서 응찰희망 주민들에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1915만원의 10%에 달하는 191만여원을 입찰 3일전에 자기은행에 예치토록 의무화하기까지 했다. 은행측이 주민에 게 내도록 한 소위 '예치금'은 경매 당일 내는 입찰보증금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법에도 없는 초법적 행위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힘있는 은행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던 주민들은 첫 번째 두 번째 군(群)에 대한 입찰에서 모두 예치금을 낸뒤 1915만원에 낙찰 받아야 했고, 예치금 납입없이 응찰 한 5-6세대에 대해서는 은행측의 사전 경매취하로 낙찰기회를 원천봉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임장마저 요구
그런데 새로운 사태의 전개양상이 세 번째 군에 대한 입찰괴정에서 튀어나오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3군 입찰에서 예치금을 낸 응찰주민중 2가구가 입찰당일 응찰가를 1500만원으로 써 내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전에 1915만원에 낙찰받은 주민들은 “은행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주민들만 우롱당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주민간 갈등양상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여기에서 한 술 더뜨고 나섰다.

2세대의 이탈행위 발생에 자극받은 은행측흔 묘안을 짜내 나머지 경매절차가 남은 주민들에게 “각 군별로 주민대표에게 위임장을 제출, 대표1인이 1915만원에 일괄 응찰토록 하지않으면 경매 절차를 취소하겠다”고 한 것. 이때문에 주민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은행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젠 은행이 책임질 차례”
입주민 홍모씨는 "은행이 결국은 자신의 판단착오로 초래한 기금손실 위험을 온전히 임차 입주민에게 뒤집어 씌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민들이 2차 입찰 때 집단행동에 나서 자유로운 경매절차를 방 해한 혐의로 법원의 제재를 받은 것처럼 은행도 불법적이고 무자비한 불공정 입찰행위에 대해 흥분의 책 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모씨는 "24평형의 경우 시가가 약 3000만원대에 이르는데 은행의 강압에 의해 자유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1915만원에 낙찰받은 주민의 경우 날려버린 1000만원의 보증금을 합해 시가 그대로 집을 산 꼴”이라며 3차입찰까지 갔지만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과 제반경비,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주민들만 엄청난 손해를 입은 꼴”이라고 분개했다.

서민입장 나몰라라
은행측은 이에대해 "문제의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부실발생시 상각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부득이 채권의 미수를 막기위해 주민들에게 1915만원에 응찰하도록 은행의 입장을 설득했던 것”이라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사전에 예치금을 받은 뒤 위임을 받은 주민대표가 일괄투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흔 “주택 은행측의 이런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다만 국민주택기금 등 공적기금의 운용에 있어서 보다 탄력성를 부여, 이같은 무리수가 나오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찰방해 구성 가능성
그렇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은행측의 이런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형법상 입찰 방해죄를 구성(構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하고 있다.형법 315 조는 ‘경매, 입찰의 방해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또는 7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부도덕했던 기업윤리로 물의를 일으켰던 진흥주택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자취를 감춤으로써 종말을 맞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때부터 다시 잉태되기 시작했다.

‘수사-처벌’ 따라야 지적
이에따라 이번 사건의 진상파악과 엄중한 처리를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에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청주를 비롯, 도내에 지어진 임대아파트중 시공회사의 부도로 인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임대아파트의 향후 처리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모범적 사태해결을 위한 전범을 만들 필요가 있고 이를위해 철저한 수사 및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입주민중 일부에서 경매결과의 원인 무효를 주장하며 법적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았다.

/ 임철의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