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헬기피해, 7가구 1억 5000만원 배상 신청
불평등 한미협정, 미군배상 몫은 최고 75% 뿐
제지하는 주민들 향해 총기 발사 의혹 제기도

진천군 덕산면의 미군 아파치 헬기 저공비행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사건이 발새된 지 2개월이 넘었다. 피해주민들은 갖가지 증빙서류를 청주지방검찰청 지구배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채 피해액 산정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산정액에 불만이 있을 경우에는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 정식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이같은 보상 절차는 한미 행정협정에 규저된 것이고 피해자인 한국인보다는 가해자인 미군의 편의를 고려한 불평등 계약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진천사건의 처리과정을 통해 미군의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5월 11일 밤 9시께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 주민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 을 맞았다.
이 마을 상공에 군용혤기 10대가 출현해 지상 20~30m의 저공비행을 한 것이다.
요란한 굉음과 바람를 동반한 채 2시간(마을상공은 1시간)동안 체공(滯空)하는 바람에 마을은 난리를 겪은 듯 아수라장이었다.

“슬레트 지붕이 날라가고 비닐하우스는 온전한 것이 없을 정도로 모두 휩쓸어 버렸다. 처흠엔 전쟁나는 줄 알고 주민들이 기겁을 하고 뛰어나왔다.주민들이 딴데로 가라고 막 손짓을 하니까, 그쪽에서 공포탄 인지 뭔지 총을 쏘기도 했다,"마을이장 김용완씨(38)의 말 이다.

김씨는 경찰지서와 인근 군부대에 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우리들도 왜 미군혤기가 그렇게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는 대답 뿐이었다.
하지만 3년전 미군혤기 피해를 겪어본 몇몇 주민들흔 미군이 작전훈련를 하는 것이라고 직감했다.
이튿날 덕산면 예비군중대 본부를 통해 간략하나마 경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주에 주둔한 미6항공대 소속 아파치 혤기 10대가 훈련을 목적으로 작전을 벌이다 부득불 마을인근에서 저공비행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틀뒤인 5월 13일 미8군 배상사무소 소속 군무원이 마을로 내려와 현장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군사기밀이란 이유를 내세워 사건 당시 민간거주지역 상공에서 장시간 체공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실탄발사 여부는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에게 이유없이 총을 겨누거나 발사 했다면 심각한 군기문란 사건 이다.
미군의 총기발사가 작전상 필요했던 것인지, 마을 주민들에게 겁을 주기위해 무력시위를 한 것인지 명확한 사실규명이 필요하다.

만약 미군의 의도적인 행위였다면 농작물 · 가축 피해에 비교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저공비행에 따른 마을 피해는 만만치 않았다.비닐하우스 파존피해가 컸고 고추, 담배등 밭작물도 거센 바람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돼지, 젖소를 키우는 양축농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어미돼지 200마리를 키우 이수완씨는 상당수가 유산해 잠정 피해액이 4천만원에 달했고 젖소 52마리를 키우는 이장성씨는 유산과 스트레스로 인한 유량(乳量)감소로 8천 만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때 소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축사에서 날뛰다 꼬리가 빠진 새끼 소도 있었다.주민들이 모든 근거서류제출 하라고 하니, 모내기도 미룬채 수의사 불러서 검진받고 사진찍고…. 한달 기간을 고스란히 뺏겨서 이중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피해를 입힌 사람들은 얼굴도 안 비치고 힘없는 우리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셈이다’' 이장성씨의 말이다.

마을주민들이 청주지검지구 배상위원회에서 제출한 피해 내용은 총 7가구에 피해액이 1억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청주지검에서는 현장확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배상액을 결정한다. 하지만 피해자늘의 청구금액과 큰 차이를 보이 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96년 미군헬기 때문에 과수원 작물피해를 입은 이 마을 유병경씨(53)는 4 천만원을 배상청구했지만 결국 6개월만에 800만원을 받고 타는 속을 달랬다.
검찰의 배상액 산정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할 수는 없고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골 농민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장기간 민사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못해 지구배상심의위원회의 배상금을 수령히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배상금도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아니 다추 한미 행정협정에 따라 미 군측의 일방적인 책임이 있는 경우라도 미군 75%, 한국정부 25%의 비율로 배상금 지급을 분담하게 된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미군 50%, 한국정부 50%로 한국측의 분담율이 높아진다.

한미행협이 미군 주둔군에 대한 지위보장과 편의를 고려한 협약이지만 자신들의 일방적인 과실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책임분담을 한다는 것은 분명한 불평등 조약이다.
주권국가의 자존심과 국민 권익보호를 위해 한미행협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 이다.

/ 권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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