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동 이전부지, 쓰레기 매립사실 뒤늦게 확인

검찰, "은폐 고의성 없다" 불구 재산가압류 신청

청주 도심권의 건물 고도제한 등 각종 제약으로 인해 외곽이전 요구가 높았던 한국방송공사 청주방송총국(이하 청주KBS)의 이전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청주KBS는 지난 96년 개신동 일대 6400여 평의 땅을 이전부지로 확정하고 매수작업을 끝냈다.

하지만 착공직전 이전부지에 다량의 생활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매립된 쓰레기의 처리비용이 토지 매입 대금 47억원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방송공사측은 쓰레기장을 사들인 청주KBS 간부들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고 토지소유주들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검찰은 계약과정의 불법거래 의혹에 대해 청주KBS 관계자와 토지소유주들을 소환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토지소유주들이 의도적으로 쓰레기매립 사실을 숨기고 교묘하게 땅을 팔아넘긴 것인가, 아니면 한국방송공사측의 부주의한 업무처리로 인한 시행착오인가 하는 두 가지 점이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사태전말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8차례 부지 물색끝에 낙점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충북대 의대병원 옆 오르막길을 넘어서면 개신동 현대아파트로 갈라서는 삼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삼거리 왼쪽엔 개신동사무소가 있고 50m전에 외돌톨이로 선 현장안내판 하나가 눈에 띈다.
'한국방송공사 청주총국 이전 예정부지' 팻말을 세운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시멘트 보도블럭 · 벽돌 야적장이 가운데 땅을 차지하고 있고 카센터, 주유소도 그냥 그대로 영업를 하고있다.
충북대병원~가경4지구 간 4차선 확포장 공사과정에서 퍼올린 흙버럭만이 을씨년스럽게 이전부지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가 사들인 개신동 470번지 일대 이전부지 땅은 10필지에 총 6414평에 달한다.

지난 96년 3월 9명의 토지소유주들과 어렵게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47억원의 땅값이 건네졌다.
문제의 땅은 자연녹지였지만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들어서는 데다 4차선 도로확장으로 인해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알려졌다.

청주KBS가 이 땅을 방송국 이전 부지로 확정한 때는 95년말이었다.
이미 3년전부터 새로운 이전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청주지역 8곳의 검토작업을 거친 끝에 최종적으 로 선택된 곳이 개신동이었다.

방송국은 전파송 · 수신의 영향 때문에 인근건물의 고도 제한이 불가피했다.
현재 사직동 청주KBS도 고도제한으로 인해 교보빌딩, 두진공영 사옥을 비롯해 시계탑 쪽의 삼성생명 건물까지 설계 층수를 낮추도록 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사직동 상권의 정체성과 개발 부진이 청주KBS 때문이라고 주장, 94년도에 이전촉구를 위한 서명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40억 땅에 무자격 중개인?
한국방송공사측도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청주방송국의 위치와 시설낙후, 공간협소 등의 사정을 감안해 94년도에 이전대상 지역 방송국으로 결정했다.
개신동 부지선정에 따라 총 250억원의 건설사업비를 들여 지하 1층, 지상 8층의 현대식 방송국을 98년 11월 착공해 오는 2001년 4월 완공키로 계획했다.

개신동 부지가 최종 입지로 선정된 배경은 전파송 · 수신에 장애가 없고 청주지역내 교통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었다. 우선 부지매입을 위해 토지중개인을 내세웠다. 청주 KBS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전문 중개인을 동원하는 것이 매수작업를 원활하게 추진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개인 이모씨는 95년말부터 예정부지 10필지의 토지소유주 9명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전부지내의 6필지 땅은 이미 91년도에 운학원측에 일부분을 팔아넘긴 상태였다.
운호학원이 학교 이전부지로 안쪽에 땅을 샀는데 거기까지 진입로를 내기 위해 6필지의 땅을 일부분씩 사들인 것이다.

그런데 잔금만 남은 상태에서 부도가 났고, 중도금을 받았으니 거래계약이 파기된 상태는 아니였다.
그러니 방송국이 이전한다고 한들 그 땅을 어떻게 또 팔 수 있겠는가. "방송국에서 다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4개월을 쫓아다니며 사정을 하길래 막판에 승낙을 한 것, "사실상 이전부지내의 6필지 땅은 이미 91년도에 운호학원측에 일부분을 팔아넘긴 상태였다.

운호학원이 학교 이전부지로 안쪽에 땅을 샀는데 거기까지 진입로를 내기 위해 6필지의 땅을 일부분씩 사들인 것이다. 그런데 잔금만 남은 상태에서 부도가 났고, 중도금을 받았으니 거래계약이 파기된 상태는 아니였다. 그러니 방송국이 이전한다고 한들 그 땅을 어떻게 또 팔 수 있겠는가.

"방송국에서 다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4개월을 쫓아다니며 사정을 하길래 막판에 승낙을 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매각을 거부했었던 박우섭 씨(62)의 말이다.
이에대해 청주KBS측은 "상도의상 쓰레기를 매립한 땅을 팔 때는 사전에 매매계약서 쓸때라도 얘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한명이라도 그런 사실을 귀뜀해 주었다면 방송국 이전사업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매목적물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만큼 해약할 수 있고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기망(欺罔)에 의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96년 3월 토지소 주 9명은 청주KBS 사무실에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듬해 11월 청주KBS는 설계용역업체를 통해 이전부지에 대한 지질조사를 실시했고 지하에 쓰레기가 다량 매립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하 6~7m에 쓰레기가 묻힌 상태에서 도저히 건축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서울 전문업체에 조사의뢰한 결과 개신동 이전 부지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만 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지와 인접한 땅에 매립된 쓰레기의 침출수 유입을 막기위한 차수막 공사비도 1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땅값보다도 많은 50억 원의 돈을 들여야만 신축공사가 가능한 실정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한국 방송공사노동조합을 통해 공론화됐고 사태수습을 위해 경영진과 노조는 감사원 감사를 공식의뢰해 정확한 책임규명을 가리기로 했다.
결국 토지매입의 실무책임자였던 간부직원 2명이 중징계를 받았고 쓰레기 매립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토지 소유주에 대한 법적대응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에따라 청주지검은 지난해 11월 개신동 이전부지 매매과정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수사의 주안점은 방송국 실무자와 토지소유주간의 금품 수수 여부와 쓰레기 매립사실에 대한 토지소유주의 고의적 은폐여부로 모아졌다.

"우리 토지주들은 매매계약서 쓸 때 방송국 사람들을 처음 만났고 그 전에는 중개인이 나서서 모든 일을 해왔다.
그러니 우리가 쓰레기 매립여부를 얘기할 기회도 없었고 또 매립자체도 15년전에 청주시가 요청을 해서 자기네들이 직접 묻은 것인데,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느닷없이 검찰청에 불러가서 몇시간 씩 조사받고보니 울화만 치밀었다" 박씨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이전부지의 쓰레기매립은 지난 84년 청주시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용정동 쓰레기 매립장조차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내의 생활쓰레기가 넘쳐나자 도시외곽의 지반이 낮은 농경지를 대상으로 집중 매립했던 것이다.

'면피성소송'에 가압류까지
개신동 부지도 당초 논이었으나 생활쓰레기와 토석류로 매립성토해서 밭으로 용도변경을 해 주겠다는 시의 요청에 따라 토지주들이 승낙한 것이 었다.
청주KBS측은 "상도의상 쓰레기를 매립한 땅을 팔 때는 사전에 매매계약서 쓸때라도 얘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한명이라도 그런 사실을 귀뜀해 주었다 방송국 이전사업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매목적물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만큼 해약할 수 있고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기망(期罔)에 의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청주지검의 수사결과 청주 KBS 실무자와 토지소유주 어느 쪽도 별다른 불법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공인중개사 자격없이 양측으로부터 1천여만원의 소개비를 받은 중개인 이모씨가 기소처리됐다.
검찰조사가 뚜렷한 성과없이 끝나자 한국방송공사측은 98년 10월 쓰레기가 매립된 6필지 소유주 6명을 상대로 청주지법에 매매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들의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냈고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재산권 행사가 가로막힌 토지주들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부동산은 전부 잡혔고 어떤 사람은 자가용 승용차까지 가압류에 부쳤다.
나는 청구금액이 4억 7000만원인데 가압류된 것은 최소 20억원이 넘는다.

가압류된 땅 중에는 지금 당장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 데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박씨의 설명이다.
한편 청주KBS측은 "가압류 결정은 법원이 타당하다고 판단해서 내린 것이다. 전체 물건의 공시지가로 볼 때 청구액 31억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차피 양측의 합의해 약이 성사되지 않는 마당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청주시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사직동 한국방송공사 청주총국 이전사업은 '쓰레기 복병'을 만나 또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대전KBS가 지난 98년 둔산지역에 새 사옥을 짓고 이전한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청주KBS측은 하루속히 법적문제를 마무리짓고 조속한 착공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국방송공사측도 청주방송국 사옥 이전의 시급성과 주민 여론을 감안해 적절한 예산배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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