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LG요구 전향적 수용"
LG비대위 "끝까지 투쟁하겠다"
파국치닫던 반도체 빅딜 새국면
LG 가동중단ㆍ전원사표 반발계속
위기의식 점증 속 막판 타결 가능성도

'반도체 빅딜’에 반발한 LG반도체 직원들이 집단사표-사상초유의 생산중단으로 맞서면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빅딜파문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현대전자 측의 전향적 태도변화로 대 타협의 가능성에 물꼬를 틈으로써 일말의 기대를 걸게됐다.

하지만 LG반도체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빅딜의 원천무효와 완전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새 타협안의 수용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할 뜻임을 밝히고 있어, 반도체 빅딜파장으로 야기된 사태가 지역은 물론 국가전체에 큰 시련, 즉 ‘빅 오딜’ (Big Ordeal)을 몰고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과 현대전자 김영환사장, LG 강유식 구조조정본부장 등 이해관계자 3자는 지난 29일 긴급회동, 반도체빅딜 결정 이후 최대현안으로 부상한 LG반도체 직원의 전원 고용보장 문제에 대해 협의한 끝에 현대측이 이를 수용하기로 대결단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전자는 이날 정부의 중재를 받아들여 LG반도체 직원에 대한 100% 고용승계와 함께 실질적인 고용보장이 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또 합병 이후 차별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후속대책으로 현대 전자와 LG반도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반도체통합협의회’를 구성하고 필요하면 노동부와 산자부 관계자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타협점을 쉽게 찾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반도체 빅딜 파문은 이로써 새로운 상황의 진전으로 수습가능성에 숨통을 트게 됐다.

한동안 LG반도체 내부의 갈등정도로 치부하며 관망하던 정부가 이처럼 적극 중재에 나서게 된 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요 핵으로 부상한 반도체 생산부문에 사상초유의 조업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던져준 엄청난 충격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중단 사태라는 위기상황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빅딜에 따른 구조조정 효과는커녕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긴박한 상황인식이 정부의 개입을 이끌었고, 결국 LG반도체를 인수해야 할 현대전자 입장에서도 ‘나중’을 생각해 더 이상의 피해확산을 막아야 할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LG반도체 청주본사 공장과 구미공장 직원 7000여명은 지난 24일부터 전원 사표제출 후 작업복귀를 거부, 공장가동이 29일까지 6일째 전면 정지 되면서 LG반도체는 하루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손실을 겪고 오랜 침체끝에 겨우 기지개 켜기 시작한 반도체부문의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발생해왔다.

해외구입선이 다른 나라로 발길 돌리는 등 국가경제에 갈수록 큰 주름살을 안겨 주면서 LG반도체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대타협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결국 이해당사자들이 대승적인 타협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LG반도체의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이같은 타협안이 나온 다음날인 30일 긴급모임을 갖고 난상토론를 벌인 끝에 반도체 빅딜의 원천무효와 5-7년의 고용보장, 60개월치의 봉급에 해당하는 보상금 요구라는 기존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정, 이번 사태가 완전히 타결되기까지는 커다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지난 24일부터 30일 현재까지 LG반도체의 생산이 7일째 중단되면서 국내외 전자업체들은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다.
LG반도체로부터 마이콤(MCU) 등을 공급받던 LG전자, LG산전, LG정보통신, LG정밀 등 LG계열사들도 파업에 따른 수급안정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등 그룹전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리고 휴렛 팩커드, 컴팩, IBM 등 해외 대형 PC 업체들은 'LG반도체의 메모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미 수억달러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고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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