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배이사장 거액 챙겨 인도네시아 도피

서원학원 사태가 마침내 곪아 터졌다.
최완배 이사장이 지난 16일, 감쪽같이 인도네시아로 도피함으로써 1년여간 이끌어온 학내분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최씨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사임과 장영아 이사(여 · 약사)를 이사장 직무대리로 하는 내용의 이사진 개편을 논의하고 곧바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장이사와 최씨와의 관계는 장씨 님편과 최씨가 30년지기 친구라는 것 외에도 최씨가 장씨한테 22억여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게 흘러 나오고 있다.
이미 청주지방검찰청에서는 최씨에 대한 비리사실을 여러 건 확보해 항간에 구속설이 분분했던터라 학원구성원들과 검찰에서는 최씨의 도피를 놓고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 씨는 도피자금으로 현재까지 45억여 원를 챙겨 달아난데다 도서관을 지을 당시 서울 모 회사로부터 1억4000만원를 받은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나 학교측에 적잖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집계됐다.
그외에도 최씨는 부인 박양례씨 이름으로 등록금의 일부를 80여 차례 넣다 빼기를 반복하며 유용했다는 것이 교수들의 말이다. 이에 평교수협의회(회장 김정기 교수) 소속 교수들은 "1월 13일자로 청주지검에 최씨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명백한 직무유기다"라고 분개했다.

한편 최완배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서원학원 관계자들은 당시 최씨를 학원이사장으로 승인한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등기부등본 1통만 떼어 봐도 최씨의 재산내역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으나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이루어져 결국 이런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는 것이다.

평교협 소속 모 교수는 "당시 관선 이사진과 일부 정치인, 교육부 주무국장 등이 최씨를 이사장으로 앉히려고 노력했다. 그중 관선이사들은 3년여 시간이 흘러도 한 일이 없어 퇴진압력까지 받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출신이 아니면 안된다고 못박고 타지역 출신 중 성실한 기업인이 있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관선 이사진이 오히려 재단영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인수과정부터 문제많았다"
또 당시 평교협회장이었던 박 모 교수도 최씨를 앞장서서 받아들였던 사람 중 하나라는 것.
총무였던 이헌환 교수는 "그때 교수 · 학생 · 산하학교 교직원 등 15명이 재단영입위원회를 운영했는데 평교협 회장단이 편파적으로 최완배 씨 편을 들었다.

그래서 표결에 붙인 결과 14대 1로 최씨를 이사장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어 평교협에서는 교수총회를 소집, 같은 내용을 표결에 붙였는데 75명이 참석해 38대 37, 1표차로 찬성 의견이 나왔다"며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형식상으로는 재단영입위원회 · 교수 · 학생 · 직원 등이 각각 최씨를 놓고 표결에 붙이는 자리가 있었으나 내용상으로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는 것이 교수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의류학과 김순심 교수는 최씨가 인수계획서에서 밝힌 해피랜드 · 서울산업의 자산규모가 기업연감에 나오는 액수의 10배 이상이 돼 이상하게 생각하고, 당시 교수총회에 앞서 이 내용을 밝혔으나 시간이 촉박하게 진행돼 최씨의 거짓을 낱낱이 밝히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현 사태를 잘 해결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수들은 교육부의 관선이사 파견이 급선무라고 주장하며 현 이사진 전원사퇴, 서진태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관선이사들이 최씨의 부채를 비롯한 교통정리를 해준다면 그동안 재단인수를 희망해온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인수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청주지검 규탄대회를 연 총학생회(회장 김진영)측도 이와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지난 19일부터 무기한 대학본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 교수는 “현 사태는 최완배 씨와 검찰-경찰-교육부-정치권의 유착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검찰에서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면 대전 이종기 변호사 못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이제는 학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부가 하루빨리 사태해결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원학원 사태 주요일지
●96. 4. 10 : 서울산업(주) 최완배회장 운호학원 경영참여 인수계획안 접수
●4. 30 : 관선법인 최완배 회장 인수자로 결정
●6. 20 : 최완배 이사장 취임
●97. 2. 4 : 채무불이행으로 대학 등록금 22억원 압류
●98. 1. 9 : 이사장, 송 모 교수를 일방적으로 총장에 지명
●2. 19 : 평교협, 일방적인 총장 임명 반대
●2. 25 : 이사장, 서진태씨 총장에 일방적 임명
●2. 28 : 조교협, 총파업
●4. 1 : 법인퇴진을 위한 교수 · 조교 · 학생 총궐기 결의대회
●4. 23 : 비상학생총회, 수업 전면 거부 결의
●5. 11 : 평교협 회장단 등 교수 9명과 조교협 대표 8명 직위해제
●6. 17 : 서원대학교 정상화와 사학 비리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
●7. 20 : 학생비대위, 수업재개
●8. 31 : 이사장, 재임용 대상 교수 12명중 6명 무더기 탈락
●9. 22 : 교육부, 파면 · 해임교수 징계취소 결정
●10. 31 :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청문회(청주대, 서원대, 경원대)
●11. 23 : 청주지방검찰청, 최완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및 전면수사 착수
●12. 22 : 교육부, 직위해제 무효결정
●99. 1. 16 : 최완배 이사장 사퇴, 장영아 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해외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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