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교훈위해 진상규명 필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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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교훈위해 진상규명 필연적"
  • 충청리뷰
  • 승인 1999.01.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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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피해자 반성과 용서의 기회 만들어야
진상규명위, 조작의혹 사건 사례집 발간예정

지난 98년은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함께 세계인권선언 50돌을 맞는 의미있는 한 해였다. 해방이후 권위적 독재정권하에서 자행된 각종 인권유린 사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루어졌다.
특히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의문사하거나 정치적으로 조작된 시국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쳤다. 새 정부도 이러한 취지에 따라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충청리뷰'는 이같은 시대정신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과거 5ㆍ6공시절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의문사ㆍ조작의혹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재야단체 침탈과 재야 인사에 대한 납치폭행, 대학 운동권의 국가보안법 덧씌우기, 전교조 관련 교사에 대한 조작 의혹 사건 등 총 6회에 걸친 시리즈를 마감했다.

 이와함께 충북연대(공동대표 김정웅ㆍ노영민 등)는 지난해 11월초 '충북지역 시국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위원장 노영우 목사ㆍNCC충북인권위원장)'를 구성해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자 명예회복에 나서기로 했다.


연재를 마치며 지난 5일 충북연대 회의실에서 구정권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사례와 오늘의 인권 현주소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 편집자

참석자
*노영우 목사(58ㆍ시국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
*이태화 변호사(44)
*유수남 위원장(36ㆍ충북연대 운영위원장)
*백상진 실장(33ㆍ자주대오사건 관련자ㆍ88년 청주대 총학생회장)
*사회=권형상 기자(38ㆍ본보 사회부장)

사회=우리 현대사는 바로 인권탄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정권연장 차원에서 30여년간의 군사독재정이 저지른 불법부당한 인권침해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선 논의의 범위를 80년대 이후 5ㆍ6공 시절로 한정해 보기로 하겠다. 5공과 6공의 분기점을 6ㆍ29선언 시점으로 본다면 이전과 이후의 인권양상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유수=80년대 후반, 5공말에 이른바 대학 운동권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는 집회 자체가 불가능했다. 몇 사람만 모여도 정보형사 눈에 띄고 연행되고 하는 상황이니까, 건물 위에서 유인물을 뿌리거나 게릴라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즉시 사라지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6ㆍ29 이후에는 일단 집회가 가능했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의 무조건적인 초동진압 관행이 없어지고 집시법 구속자가 사라지게 됐다.

노영=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6월항쟁에 불이 붙었는데, 청주에서도 시민들까지 가세해 도심을 휩쓸 정도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는가? 과거 군사정권의 힘에 체념했던 시민들이 의식 전환을 했고 심지어 경찰쪽에서도 6ㆍ29 선언이 있자 '청주에도 쓸만한 목사가 몇 있더라'는 식으로 인식을 바꾸기도 했다. 그 이전에는 충북민협(민주화운동협의회) 의장이었던 나까지도 시위현장에서 연행됐다.

유수=6ㆍ29로 민의 힘이 확인되면서 지역의 민주인사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이 수그러들었다. 서울에 시국관련 행사만 있으면 재야인사들을 연금상태로 발을 묶어둔 관행도 없어졌다.

노영=5공 시절에는 그나마 종교계에서 인권운동에 나서기에 적합했다. 다른 사람들은 당국으로부터 즉각 불이익 조치를 당하기 때문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물론 교인들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책을 쓰기도 했고, 심지어 어떤 인권 목사님의 교회에는 공무원 신도들이 모두 떠나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목회자들이야 더 잃을 것도 없고 양심과 신념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야 하지 않겠는가?

백상=6ㆍ29이전에는 대학 운동권 선후배간에 교내에서는 '아는척 하지않기'가 불문율이었다. 워낙 감시의 눈초리가 많다보니 신변보안을 위해서 취해진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전화도청, 동향사찰이 워낙 심해서 경찰조사를 받다보면 학생들이 깜짝깜짝 놀랄 일들이 많았다.

이태=정통성 없는 권력이 통치수단으로 야만적인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다 마찬가지다. 6ㆍ29를 통해 시민의 힘이 확인되고 민주적 집회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시위와 진압의 공방속에 이뤄지는 폭력의 에스컬레이터 현상도 어떤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성 · 엄격성는 개선됐지만 국가 권력기관의 보수적 기조는 여전하다. 이러한 권력의 생리를 통치권자가 어떻게 절제하는가가 바로 인권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본다.
사회=충북지역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5·6공 당시 인권상황이 다른 지역과 또다른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는가.
그때 시국사건 변론을 많이 맡으셨던 이변호사부터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다.

이태=사건에 대한 대처가 조직적이지 못하고 개별적, 산발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지역 시국사건의 절반 정도만이 인권변호사의 손으로 넘어오는 상황이었다.
재야 인권단체든 법조계든 서울만큼 조직화된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국사건의 앙형을 비교해 볼때 서울에 비해 완화된 편이었다.
그 배경에는 사건 피의자가 적극적인 법정진술을 꺼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변호사나 가족들이 그러한 법정태도를 적극 권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유수=지역의 보수성이 워낙 강해서 인권반호사에 대한 기대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민과 접촉이 뜸한 기관일수록 인권침해의 정도가 심했다.
경찰의 조사내용을 액면 그대로 확인하는 것이 검찰 · 법원의 역할이고 기무사에서는 아예 변호사의 접견권마저 무시했다. 6ㆍ10 항쟁 당시 2명의 재야 활동가가 청수 기무사에 불법연행됐는데 당시 정기호변호사가 정문에서 히룻밤을 새우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노영=청주는 보수성과 함께 중소도시의 동질성 탓인지 재야와 공안당국이 극렬하게 상호대치하는 상황은 서로 피했다고 판단된다. 물론 대학생이나 젊은 활동가들이 전면에서 싸우고 우리들은 일이 생기면 뒷수습에 나서는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방향도 책임자 처벌보다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보상책 마련에 두고 있다. 당시 고문 · 조작에 동원퇸 기관원이나 관련자들도 어찌보면 독재정퀀의 또다른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사회=조작의혹 사건흘 취재하는 과정에서 의혹 당사자 대부분이 재심청구나 재수사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진술번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과연 진상규명을 위해 당사자들의 면책특권이 필요한 것인지 논의를 계속해 보자.

이태=모두가 피해자라는 시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실정법상 공소시한에 걸리면 처벌을 면하기 힘들다.
따라서 진상규명을 위해 한시적인 특별법 제정을 통해 형사적 면책조항을 마련하는 것도 적절하다.
또한 당시 가해자측의 자료를 정확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근 논의대로 권한이 가진 인권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수=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우선 경찰의 사건자료에 대해 협조요청을 했다.
뜻밖에도 경찰입장은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경찬보다 상위의 권력기관에 의해 조정된 사건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다칠 게 없다는 식의 느낌도 받았다.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할 경우에는 처벌을 면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백상=조작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해 면채특혜를 일괄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권의 하수인을 넘어서 인신의 영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불법 · 폭력에 앞장선 장본인들도 적지않다.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막기위해 악의적인 관련자들은 처벌해야 한다.
청주대 자주대오사건의 경우 보안사의 날조로 인해 무려 30여명의 학생들이 구속 · 연행 · 수배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 관련자들은 서로 자리하기를 꺼린다.스스로 '가위눌린’ 상처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고, 하루아침에 형제자식이 간첩으로 몰린 가족들의 고통도 엄청났다.

사회=새 정부 출범이후 양심수가 늘어나고 민간인 사찰 · 도청 등 인권침해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인권개선 기대감이 컸던 만큼 할 말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태=정권의 속성은 별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폭력적 · 직접적인 통치수단을 기소 등을 통한 합법적인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영=이젠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좌파, 우파, 보수, 진보의 개념도 없어졌지만 보수우익적인 과거 정권이 인권 탄압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으면 역시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정보 · 사찰 얘기가 또다시 나오는데, 분명한 것은 그러한 국가인력을 민생분야로 돌린다면 국민생활이 한결 편안해 질 것이다.
정보정치를 은근히 즐기는 권력행태도 21세기에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유수=국민의 정부가 국가 보안법 철폐에 소극적이고 양심수 준법서약은 강요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과거에는 권력에 대해 수세적 · 방어적 차원에 머물던 인권운동이 새 정부들어 적극적 ·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인권신장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힘있는 시민단체들이 정권교체 이후 구정권의 인권범죄를 밝히는 작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아쉽다.

백상=인권범죄의 피해자는 전체 속의 소수일 수 있다. 하지만 한 인간의 인격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비록 소수의 피해일 지라도 재발을 막기위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태=과거 정치적 규범속에 머물렀던 인권의 외연이 앞으로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시민운동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인상의 '작은권리 찾기운동’도 우리의 인권 의식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사회=바쁜 시간 내셔서 좋은 말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충청리뷰는 의혹사건 시리즈 마감에 머물지 않고 진상규명특별위원회와 공조해 후속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충북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연재된 사건을 포함, 보안사의 일신여상 학생조사 사건, 민간인 불법구금 · 폭행사건 등에 대한 진상보고서와 5·6공 공안당국의 고문 · 폭력사례를 모아 인권자료집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한 제보사항은 진상규명특별위원회 (0431)276-8940, 충청리뷰 (0431)258-0040으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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