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숙소서 판돈 수백만원 포카·고스톱
제지하다 폭행당한 직원, '도박판' 폭로

지난 16일 밤 12시30분께 청원군 오창면 원리에 자리잡은 진흥기업(주) 현장사무소에서 직원들간에 폭력사건이 벌어졌다.
이날밤 일부 직원들이 숙소 휴게실에서 화투·포커를 치고 있었고 이를 말리던 시험실 박모실장과 시비가 붙으면서 동료들간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진 것이다.

문제의 현장사무소는 청주~진천간 도로확포장 공사의 시공사인 서울 진흥기업의 청주사무소로 지난 96년 건립됐고 직원들이 잠잘 수 있는 숙소가 별도 가건물에 있었다.
집단폭행을 당한 박실장은 지난해 8월 청주사무소로 부임해 품질관리 부문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직원 휴게실과 자신의 방사이에 칸막이만 설치돼 소음으로 인한 수면방해에 심각했다.

특히 거의 매일처럼 화투판이 벌어졌고 박실장은 불면증으로 병원치료까지 받을 정도였다.
“밤마다 화투·포카판이 벌어지는데,판돈도 개인당 백만원 정도씩은 되는 것 같았다.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규모였고 심지어 날을 꼬박 새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다 야식도 시켜먹고,다방 차도 시키고 하다보니 오창면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말려도 보고,싫은 소리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현장소장에게도 보고했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박실장은 지난 6월 자신의 거처를 뒷편 기능공 숙소로 옮기고 말았다.
특히 직원들 이외에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함께 판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
직원들과 폭행사건이 벌어진 16일 밤에도 관리차장,공무차장 이외에 하청업체 정모 사장이 어울려 포카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직원 4명은 한쪽 편에서 화투판을 벌여 동·서양의 도박이 한데 어우러졌다는 것(?).
이날 박실장은 밖에서 술을 한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휴게실에 들러 포커를 제지하다 판을 뒤엎게 됐고 이에 흥분한 동료들이 주먹과 발길질로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휴게실 밖으로 밀려난 박실장은 충주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동생 박 씨는 충주서에 112신고를 했다.

하지만 충주서에서 연락을 받은 관할 오창지서에서는 진흥기업 현장사무소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출동이 지연됐다.
이에대해 오창지서측은 "이쪽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근무자가 현장사무소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그래서 박실장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려 했는데 도중에 끊는 바람에 무산됐고,사무소 위치를 확인한뒤 나가봤지만 주변에서 박실장을 만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실장은 "현장사무소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순찰차가 나타나지 않아서 밤 1시 30분쯤에 내가 직접 지서로 찾아갔다.그래서 경찰과 함께 현장 휴게실로 가니까,이미 방안 정리를 다 끝내고 불을 끄고 자고 있었다.

담당경찰은 ‘동료들간에 일인데 그냥 참고 잘 상의해서 치료나 받으라'고 덮어두는 입장이었다.무엇보다도 진흥 현장사무소가 생긴지 2년이 됐는데 관할 오창지서에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결국 출동이 늦어져서 도박현장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박실장은 목,어깨 등에 타박상을 입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영기 현장소장은 “수백만원 판돈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박실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현장사무소의 포커·화투판은 심심풀이를 벗어난 수준이다.
특히 하청업체 직원들이 끼어들어 원청업자 관계자와 판을 벌이는 것은 전형적인 접대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고스톱 문화’가 화투판의 형식을 빌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특히 ‘월급쟁이’인 건설업체 직원들이 수백만원 판돈을 놓고 포커판을 벌였다면 그 돈의 출처부터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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