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3개월에 3천만원 문건입수
한 번 술자리 평균 150만원까지도

최근 행정자치부는 건축·위생 등 16개 부조리 취약분야를 선정해 자체 감찰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 정부의 공직자 사정바람이 하위직까지 확대되면서 행자부가 부조리 근절을 위한 결의를 재천명한 것이다.

인허가 부서의 뇌물·향흥 관행은 일제 관료시절부터 뿌리를 내린 고질적인 부패고리였다.
하지만 최근 ‘충청리뷰’가 입수한 청주 K건설업체 직원의 접대비 명세표에 따르면 IMF구제금융 이후 3개월 동안 3천만원의 촌지·접대비를 쓴 것으로 나타나 충격를 주고 있다.

또한 문제의 업체는 최근 자금난으로 부도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무리한 접대가 경영악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청주시내 룸싸롱,단란 주점등 유흥업소에는 뒤늦게 외상 술값을 갚으러 오는 공무원들이 늘어났고 있다고.

이들은 업소 장부에 기재된 내용을 아예 찢어버리거나 알아볼 수 없도록 지워달라고 요구해 최근의 공직자 사정한파의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건설업계 사업은 뇌물 향응
지난 23일 오후 ‘충청리뷰’ 취재팀은 모 렌트카 업체 대표로부터 흥미있는 제보를 받았다.
건설업체로 보이는 회사의 접대비 명세표와 영수증을 습득했다는 내용이었다.
서류 주인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도 어느 회사,누구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취재팀은 관련 서류를 넘겨 받아 문제의 회사가 어디인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접대비 명세표에는 지난해 10월 25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3개월동안 20건의 접대내용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접대 일자와 금액을 한 장의 명세표로 정리하고 관련 업소의 영수증 19장을 증빙자료로 첨부한 것이었다.
3개월간 접대비 총액은 2941만원,관련기관으로 청주시청 00계,청원군청 00계도 적혀있었다.
특히 두 기관에 대한 접대내역에는 현금지출 사실을 별도로 명시했다.
청주시는 3차례 접대과정에서 현금 300만원,청원군은 3차례 접대와 50만원의 현금 제공 사실이 기재됐다.

또한 첨부된 유흥업소의 계산서에는 시·군 담당 공무원의 이름까지 올라 있었다.
이와함께 접대비 명세표에는 청주 00동,청원 00면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적혀있었고 취재팀은 해당 기간에 아파트 건립사업을 벌인 회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기재 내용과 현장이 일치하는 청주 K건설업체를 찾아냈다.

또한 계산서에 자주 이름이 오른 A씨가 지난 2월까지 이 회사의 기획실장으로 일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A씨가 맡았던 일은 행정기관을 상대로한 인허가 처리업무와 사업부지 매입 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 다.
결국 문제의 명세표는 A씨가 회사측에 보고하기 위해 3개월간의 접대내역을 상세하게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씨는 올초 렌트카를 이용하다 차안에서 이 서류를 분실했고 뒤늦게 발견한 렌트카 대표가 주인을 찾지못한 채 ‘충청리뷰’로 제보하게 된 것이다.

1차는 양주 2차는 외박
접대명세표에 따르면 아파트 사업과 직접 관련된 접대의 경우 총 15건에 1회 평균 150만원의 술값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접대업소는 주로 룸싸롱,단란주점,호텔 나이트클럽등 고급 유흥업소로 1병당 12만,15만원짜리 양주와 1접시당 5만,6만원선의 안주를 주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술값 이외에 호스티스 아가씨들에 대한 봉사료와 외박비용이 접대비의 상당부분

접대비 3개월에 3천만원 문건입수
한 번 술자리 평균 150만원까지도

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산서에 따르면 2차 외박까지 갈 경우 아가씨 1명당 22만25만원의 봉사료를 지급했고 심지어 2차 여관비까지도 접대비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은 계산서에 이름이 적힌 청주시·청원군 관련 공무원 2명을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진술은 한결 같았다.

"A씨는 업무 이외에 사적으로도 익히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K회사에 근무하기 전에 모 건축사무소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얼굴을 아는 처지였다.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결코 업무와 관련된 만남은 아니었고 더구나 돈을 건네주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K사가 현역 지방의원이 운영하는 회사인데 감히 소속 공무원이 어떻게 뇌물을 받을 엄두를 내겠는가"

A씨와의 술자리는 사적인 만남이었고 금품수수 사실은 완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K건설회사도 접대명세표라는 서류 자체를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또한 A씨는 회사에서 금전사고를 일으켜 해직된 사람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됐는데 접대비 요구액이 너무 커서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다.결국 올 초에 5천만원 가량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가 있어 해직시키고 수사기관에 고소까지 검토했었다.아마 그 당시에 5천만원의 지출근거를 대겠다는 명목으로 허위작성한 자료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이 회사 책임자의 설명이다.

술 먹었지만 돈받은적 없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A씨는 취재 막바지에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현재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충청리뷰’의 취재사실을 관련자로부터 전해듣고 해명을 하기 위해 청주에 들렀다고 밝혔다.

“올초 K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사업부지 매입과 접대비 지출과 관련해 회사쪽에서 나를 오해하기 시작했다.횡령혐의에 대한 해명자료로 작성해 본 것이다.하지만 계산서에 공무원과 술을 마시고 현금을 준
것처럼 적은 것은 사실과 다르다.일부 계산서를 끊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달리 지출근거를 만들 수가 없어서 거짓 술값 계산서에 현금까지 지급한 것처럼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하루밤에 150만원을 지출하는 접대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IMF구제금융 발표 이후 한 중소건설업체의 접대비가 3개월 동안 3천만원에 이른다면 다른 기업의 사정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결국 기업정신의 실종을 탓하기에 앞서 향응과 접대 없이는 정상적인 사업를 추진할 수 없는 한국적 풍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하고 색달라야만 제대로 대접 받았다고 여기는 천박한 사회의식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기업윤리가 결합해 만들어낸 왜곡된 접대문화,우리 사회의 시급한 개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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