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과 동시 유관기관 특채'

관세청 근무하면 '관세사', 법원은 '법무사'
관용차 운전기사는 개인택시 '1순위'
전직 경찰 출신은 '교통관련 단체'로
"특정분야근무 세습은 부당" 여론

한 번 확보한 기득권은 어떠한 형태로든 재생산된다.
특정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관련된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일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일정직급 이상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한 경력이 있으면 시험에 특전을 주는 형태로 자격증을 부여해 기득권을 인정해주며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는 그동안 고도 경제성장과정에서 개발정책을 주도해온 관료우월주의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하다.

특정부문과 계층 지역의 독점적 배타적 권한 유지는 정치적으로는 지역대결주의 계보정치로 이어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소수 기업이나 재벌을 중심으로 한 특혜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특혜는 우리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택시도 관용차 기사가 독점
올해 청주시가 배정하는 개인택시 면허에 기현상이 일어났다.
IMF체제 편입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퇴직한 관용차량 운전 기능직들이 대거 몰리면서 법인택시기사들의 면허배정이 어렵게됐다.

청주시가 올해 증차할 개인택시는 80대.
신청 결과 229명이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관용차량 운전경력자는 24명.
이들은 1순위로 전체 개인택시 면허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용차량 근무연한의 경우 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다르나 전국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1순위로 정하고 있다.
근무연한은 청주는 25년 이상 무사고이며 충주 23년 제천 23년 등이며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인천 18년 춘천 20년 원주·평택·남양주 18년 사천 20년 양산 17년 밀양 18년 등이다.

올해는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에 따라 많은 운전기능직 정원이 큰 폭으로 줄면서 대거 개인택시 면허를 신청한 것이다.
개인택시 면허 신청 조건에 관용차량 운전경력을 1순위로 넣은 것은 퇴직과 동시에 안정적인 직장까지 마련하겠다는 행정기관의 전형적인 기득권 유지의 예로 풀이된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생계수단도 있지만 무사고로 일정기간을 채운 뒤 개인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동일법인 근무의 무기간을 채우기 위해 불리한 근로조건도 참아내고 무사고를 위해 약간의 접촉사고는 사비로 해결하거나 아예 운행하지 않은 채 사납금을 채우기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퇴직하는 공무원들이 택시면허까지 독점한다며 법인택시 기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개인택시 면허를 받으려고 여러가지 악조건을 무릅쓰고 참고 지내왔는데 올해는 어렵게 됐다”면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허청은 변리사,국세청은 세무사
일정 기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면 자격을 주는 제도를 보면 변리사 관세사 세무사 법무사 등 이른바 사(士)자 자격증은 아직도 공무원 출신에게 주는 비율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관세사 1300명 가운데 85%인 1100명이 관세청 출신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험을 통해 자격을 받은 인원은 96년 13명 97년 15명이며 매년 50명 안팎이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 다.
관세사는 관세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했고 이 중 5년 이상을 5급 이상으로 일한 직원은 3주일 연수만 받으면 자동으로 자격을 얻게 되고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관세사 시험이 아닌 자체 특별전형을 거쳐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무사는 법원 검찰 직원은 10년이상 근무하고 이 가운데 5년을 5급이상으로 근무하거나,15년 이상 근무하고 이 중 7년간을 7급이상으로 근무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체 법무사 3654명 중 10%정도만이 시험 출신이고 나머지는 검찰 법원 출신이며 30명(2년에 한번씩 선발,2년전에는 60명)을 뽑는 올해 시험에는 65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시에서 개업한 법무사 50여명 중 시험으로 자격을 얻은 사람은 한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업무를 대행하는 변리사 역시 특허청에서 5급 이상으로서 통산 5년 이상 심판 및 심사업무에 종사한 공무원의 경우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등록변리사 594명 중 특허청 출신이 171명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80명 선발에 4434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사 역시 근무기간 10년 이상이면서 5급 이상으로 5년간 근무한 국세청 직원에게는 자동으로,10년 이상 근무하면 1차 시험을 면제해주고 20년 이상 근무하면 1, 2차 시험 모두를 면제해주고 있다.
전체 등록 세무사 3777명 중 700여명이 국세청 출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사관학교 출신자중 일정 계급 이상의 경우 본인이 원할 경우 행정직 공무원(사무관 이상)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관례는 공무원이 퇴직 후에도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무원 '제 몫 찾기’ 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특히 최근의 경제난과 관련해 고급인력의 취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불만요인이 되고 있기도하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사회 전반적인 여건이 변하는 만큼 일정기간 특정 분야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자격의 특혜를 인정하는 이러한 제도는 보완 등 변경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점적 사업 권한 부여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류에는 반드시 납세필증흘 부착하게 돼있다.
이 납세필증을 생산하던 업체가 바로 전직 세무관료 출신 모임인 세우회에서 납세필증(병뚜껑)을 독점 생산 공급했다.

독점생산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누리게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최근들어 삼화왕관이라는 업체에서 생산하다 두산세관으로 경영권이 이관됐으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세왕금속에서도 이를 생산하는 등 독점 체제가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도 유관기관 취업
일부 경찰 간부 출신이 자동차 운전학원 학감으로 진출하거나 도로교통안전협회 등에 자리잡는 것이 대부분으로 관련 업무처리에 ‘전직’이라는 이유로 '주기’가 나올수도 있다.
자동차 전문학원은 도로교통 관련 법규에 따라 의무적으로 학감을 두도록 돼 있다.
도로교통 관련 업무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면 가능해 경찰출신이 아니더라도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지방경찰청이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심사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전직 경찰관이 차지하고 있다.
청주시 내 6개 자동차 전문학원 중 4개 학원 학감이 경찰 출신이다.
경찰간부로 재직했던 학감은 경찰 관련 대외업무도 맡고 있어 ‘얼굴마담’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충북지부에는 전직 경찰관 6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윤찬열 · 김천환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