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지역 방송계로선 의미 깊은 행사가 치러졌다. 지역의 3대 공중파 방송사 중에서 사상 최초로 지역 출신의 방송인, 그것도 기자 생활을 통해 뼈를 키워온 방송현업 출신 대표이사의 탄생을 알리는 취임식이 열린 것이다.

이런 신선한 새 출발을 시도한 방송사는 1997년 창사이래 불과 7년만에 지역뉴스의 강자로 부상한 CJB(청주방송)이며, CJB가 자신의 운명을 위탁한 새 사령탑으로 선택한 인물은 오늘의 CJB를 키워온 박재규 대표이사(54)다.

보도국장을 시작으로 총괄본부장-전무이사를 거친 그의 대표이사 취임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방송을 가장 잘 아는 기자 출신으로 오늘의 CJB를 ‘성장’ 시키는 데 남다른 방송철학과 경영 능력을 두루 인정받아온 그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CJB는 뛰어난 기획력, 지방의 목소리를 가장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전하겠다는 뉴스의 로컬화(지방화) 전략으로 발군의 ‘뉴스’를 생산해 낸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데, CJB에게 쏟아지는 이런 찬사 뒤에는 박재규 대표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카리스마 박(재규)’라는 별명이 따라 다니는데, 여기에서도 그의 강인한 의지가 읽혀진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는 의사결정과정에서는 되도록 남의 얘기를 많이 듣고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론을 이끌어 내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일단 수렴된 결정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 부치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평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사심이 없기 때문에 그런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었던 것”이라는 해석도 한다. 물론 이런 평가에 그는 “어느 곳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한 기자이고 싶었기 때문에 사심을 버렸고, 사심을 버리니 원칙에 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쨌거나 충북도민이 매년 서울 보신각에서 이뤄지는 제야의 종 타종식 대신 청주 예술의 전당 광장에서 이뤄지는 ‘우리의 제야행사’를 즐기며 송구영신할 수 있게 된 것이나, 지난해까지 5년간 연속해서 추진된 경로당 유류보내기 캠페인을 통해 도민이 경로효친이란 덕목에 대해 새삼 곱씹고 사랑을 한줌 한줌 모으는 행렬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CJB의 독특한 지역중심 문화행사 개발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CJB의 이같은 새로운 의제설정 및 선도에는 박재규 대표이사의 기획력이 자양분이 돼 왔다.

“CJB의 가장 큰 무기는 뛰어난 맨 파워(우수한 인력)입니다. 동료 선후배 직원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CJB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 어깨가 더욱 무겁습니다. 우리 직원들 뒷바라지를 정말 잘해줘야겠는데 제게 그럴 능력이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창사 직후 터진 IMF 외환위기 때 봉급을 제때 주지 못하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데 모든 직원들이 힘을 모아준 덕분에 CJB의 위상을 오늘날 이만큼까지 세울 수 있었다”며 “CJB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주신 도민들의 성원은 말할 것도 없다”고 감사를 보냈다.

“자본금 잠식과 외환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창사 직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을 때였습니다. 이때 고민이 컸습니다. ‘대충대충 프로그램 만들어 때우면 큰돈도 안 들고...그러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겠다’ 싶은 유혹이 불쑥불쑥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지역방송의 위상을 스스로 허물 순 없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당장의 위기모면을 위해 미래를 팔아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강조한 것이 ‘뉴스 등 모든 프로그램은 반드시 차별화시킨다’는 대원칙 고수였습니다. 지방방송이 뉴스분야에서 새로운 전형, 즉 서울 중심의 뉴스공급에서 벗어나 철저한 ‘지방의, 지방을 위한 목소리’ 전달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고품격의 보도물 제작은 필수전제 조건이었고요. 특히 기획보도에 심혈을 쏟았습니다.”

박 대표이사는 “다른 방송사는 자체 프로그램을 줄이고 경영긴축에 나설 때 CJB는 오히려 프로그램 편성을 공격적인 동시에 철저한 로컬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아침 생방송과 주말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편성하는 등 역발상의 제작방향을 설정, 실천해 왔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편성철학이 시청자에 다가서는 지역방송으로서 위상을 찾는 데 결정적 인자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대표는 천상 언론인이었다. 그것도 분초를 다투는 방송기자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1년365일 타방송사의 뉴스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개인의 모든 생활은 뉴스시간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혹 부득이한 사정으로 뉴스시청을 하지 못하고 밤늦게 귀가하더라도 집사람이 녹화해 놓은 각 방송사 뉴스는 꼭 점검합니다.

"특히 방송뉴스는 속보성과 연속성이 중요한데, 오늘의 뉴스를 모르고 내일의 뉴스를 쫓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획은 더구나 엄두도 못 내고요.”

 박 대표는 “정보의 단절은 방송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후배기자들에게도 늘 뉴스를 모니터할 것을 주문한다고 했다.

“기자는 사실 권한이 없습니다. 과거 기자들에게 주어진 ‘무관의 제왕’이란 별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자의 힘은 오로지 ‘진실’에서 나와야 합니다. 기자는 따라서 정보전달 과정에서 신뢰성과 신성한 사실을 유일한 무기로 삼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프로의식을 가지되 겸손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기자론’을 펼친 뒤 문득 자신이 전체를 아우르는 한 조직의 수장이 된 것을 상기한 듯 “이는 기자뿐 아니라 PD나 아나운서 엔지니어, 방송사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방송인에게 적용되는 가캇라고 덧붙였다.

도민과 직원은 물론 오늘의 CJB가 있도록 지켜 줘 온 이두영 회장의 공도 잊을 수 없다는 박 대표는 “CJB가 도민들께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기쁜 한편 동시에 ‘도민에게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방송이 돼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안게된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또 다른 출발’을 위해 큰 고민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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