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리스 이어 태양생명도 퇴출…공모통한 도민기업 1,2호 10년도 못돼 모두 침몰

중앙리스 불법대출로 인한 부실여신누적이 원인
태양생명 보험사 난립따른 과다출혈경쟁의 결과

올 2월과 6월 청주지역에 연고를 둔 청솔종합금융과 중앙리스금융이 각각 인가취소되거나 청산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태앙생명마저 금감위 퇴출대상 생보사에 포함됨으로써 도내 금융계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중앙리스와 태앙생명의 경우 불과 8~9년 전인 89년과 90년에 지역 상공인들이 도민주 모금 형태를 빌어 설립한 야심작(?)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에 퇴출대상 생보사에 포함된 태양생명은 한때 생보사의 성장발전 가능성을 가늠케하는 계속보험료 부문에서 최단기간 100억원 달성의 위업을 이루는 등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다가 급격한 경영부진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결국 흡수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이로써 도내에 연고를 둔 지역금융사는 사실상 금감위로부터 조건부승인을 받은 충북은행 한 곳만 남게 됐으며 이에 따른 지역 경제계의 심리적 공황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고된 태생적 한계
그러나 이같은 지역 금융사의 잇따른 퇴출결정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노태우 정권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금융사간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지역 금융사를 인·허가할 때부터 예고됐던 태생적 한계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경우 6공 이전에는 10개사에도 미치지 못하던 것이 80년대 후반 이후 27개사가 무더기로 설립 인가를 받아 무려 32개에 이르는 보험사가 과다한 출혈경쟁에 시달려 왔다.
리스금융 역시 마찬가지여서 노태우 정권 시절 광역 시도별로 각각 1개 이상의 회사가 새로 설립되는 등 금융산업 전반이 춘추전국 시대에 돌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신생 지역 금융사들의 생존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당시 주식시장의 엄청난 상승세와 금융사의 막강한 자금 운영 능력 등에 매료된 각 지역 상공인들이 앞다퉈 금융사 설립경쟁에 나선 것도 오늘날 지역 금융산업 부실를 불러온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지역금융 고위 관계자는 "노태우 정권 시절 당시 여권이 정치자금 마련의 수단으로 금융사 설립을 사실상 자유화하고 이를 무기로 금융산업을 정치에 종속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총체적 부실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중앙리스와 태양생명 등 도내 금융사들의 퇴출이 전적으로 이같은 외생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전국적으로 퇴출된 금융사보다 살아남은 회사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부실의 정도에서도 이들 두 금융사의 건전도는 눈에 띌 정도로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민의 높은 관심속에서 설립됐던 이들 금융사가 이처럼 퇴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 직접적 요인은 무엇일까?

◇중앙리스=지난 89년 8월 청주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 여신전문회사로 설립된 도민기업 1호 업체다.
당시 충북은행은 지방은행 의무 출자지분 30%에 맞춰 30억원을 출자했고 나머지 70억원은 700여명의 지역상공인과 주민 등이 모집공고를 통해 출자,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됐다.
청주 상공회의소장을 포함한 10여 명의 경 

제인이 발기인으로 참가했고,모집공고에 응모자가 넘쳐 경쟁률이 9.8대 1에까지 이를 만큼 지역민들의 기대가 컸다.
이후 중앙리스는 시설대여법이 정하는 기계,중기,선박,부동산,재산권 대여 등 최초 업무영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렌탈업,운전자금 지원 등으로 사업폭을 넓혀갔다.

회사 설립 이후 사채(社債) 발행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까지 월평균 50~100억원 가량을 발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94년 신용상태가 불량한 효산종합건설 투자회사인 서울리조트에 200억원을 편법 대출했다가 이 업체가 한 달만에 부도나는 바람에 막대한 부실여신이 발생했다.

 
당시 편법 부당대출에 관여했던 김모 전임사장과 부사장,영업부장 등은 재경원의 집중 감사에 적발돼 현재 청주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같은해 온양 세종병원에 실제로 리스구입하지도 않은 의료장비 마련 명목으로 25억원을 대출했으나 병원이 부도나면서 부실대출을 낳는 등 부실여신 규모가 지난 6월 기준으로 자본금 (250억원)의 2배인 500억원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0년대 후반들어 경제가 급격히 악화돼 대기업 도산이 잇따르는 등의 여파로 지난 97년 한해 동안 리스계약이 772억원에 불과하고 리스실행도 1206억원에 그치는 등 경영부진이 심화돼 왔다.

중앙리스는 결국 이 같은 부실경영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1차 부도를 낸 뒤 6월 금감위의 폐쇄결정을 받는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외자유치계획 금감위 불인정
◇태양생명=설립 과정이 중앙리스와 닮은꼴이다.
89~90년 27개 보험사에 대한 대대적인 인·허가 과정에서 후발주자로 설립됐다.
지난 89년 청주 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충북생명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해 11월 16일 당시 재무부로부터 내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회사 설립을 위한 주식모금 활동을 전개,임광그룹 임광수 회장 등 지역상공인과 일반인 등 700여 명이 설립에 참여했다.
최초 자본금은 100억원.
90년 8월 14일 충북생명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11월 23일 보험감독원으로부터 영업개시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93년에는 상호를 충북생명에서 태양생명으로 변경하고 전국 규모의 생보사로 전환을 꾀했다.
93년은 경기·인천지역에 연고를 두었던 중부생명이 국제생명으로,전북생명이 한신생명에서 다시 BYC생명으로 개명하는 등 지방 신설보험사들이 업무영역과 정보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펼쳤던 시기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태양생명은 94년 8월 계속보험료 부문에서 최단 기간 내 100억원을 달성하는가 하면 보유계약부문에서도 업계 4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외형 키우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22개에 이르는 생보사들의 과다경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태양생명은 급격한 쇠락세를 보였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5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태양생명은 중앙리스와 달리 경영주의 명백한 부당행위 등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험감독원이 실사를 진행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부실경영에 따른 책임을 추궁받을 가능성를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태양생명이 퇴출대상 보험사에 포함된 이유를 급격한 외형줄이기에서 기인했다는 색다른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한때 1400여 명에 이르던 정규직 사원수를 370여명(금감위 공식발표 시점 406명)으로 대폭 줄이고 400개소에 달하던 영업점포를 103개소로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함으로써 구조조정 경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의 구미를 당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생명이 퇴출대상 보험사에 포함된 데는 미국 한미증권과의 1억 3000만 달러 외자유치 계획이 금감위 경영평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태양생명은 지난 6월 금감위에 경영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미국 한미증권의 투자의향서를 첨부했으나,금감위는 양해각서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문서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태양생명과 중앙리스금융은 지역민의 뜨거운 성원 속에 지역의 대표적인 금융사로 태어났으나,불과 10년도 지나지 못해 지역에서 문을 닫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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