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육이 죽어간다"
상태바
"농촌교육이 죽어간다"
  • 충청리뷰
  • 승인 1998.04.11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농 교육의 '부익부 빈익' 현상 가속

 82년 이후 276개 초등학교 통폐합
 복식수업 · 상치교수 등 기형적 교육형태 양상
 농어촌교육특별법 마련 대안 모색

 지난 4월 2일 오전 11시. 청원군 문의면 두모리 도원초등학교 김선혜 교사는 3학년 아이들에게 올챙이를 관찰하라는 숙제를 내주고 토의수업을 유도했다. 그리고 나서 1학년 아이들에게는 쓰기 지도를 한다. 또 정신지체아인 3학년짜리 한 어린이에게는 여러 가지 도구를 주고 조작하라는 과제를 내줬다.

 각기 다른 이 세가지의 수업은 같은 시간에 진행된 것이다. 1학년과 3학년 아이들을 합쳐야 10명. 학급당 9명 미만일 때 복식수업을 하도록 돼있는 규정에 따라 김교사는 금년부터 복식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학습교재 준비도 전보다 배이상 걸린다. 특히 요즘에는 수준별 수업이라 교재도 학교자체로 개발해 쓰도록 돼있다.

 과밀학급으로 고민하는 도시 학교에는 복식수업이 없다. 정신지체아도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으로 보내면 된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빈집이 늘어 가는 농촌에서는 이런 사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 다. 교사들은 오히려 학교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농촌학교의 현실이다.

 학생들은 도시로, 도시로
 도원초등학교 입고희 교장은 "학부형들은 도시 학교가 모든 면에서 좋고, 보고 듣는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과거에는 가족 모두가 주민등록을 거주지로 이전해야 전출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학생만 주민등록을 옮겨도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학푸형회의 때마다 학생수는 적은 시골학교 쫗으니 떠나지 마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노촌교육의 가장큰 문제를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찾았다.

 실제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의 산업화 · 도시화 정책으로 이농현상이 가속화되고 산아제한으로 농촌의 학령기 아동이 감소하자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통폐합을 시작한 82년부터 금년 3월 1일까지 도내에서 통폐합 된 학교는 초등학교가 276개교, 중학교 3개교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보아도 농어촌지역 학령기 아동수는 점차 감소, 83년 2131만명이던 것이 93년 93만명으로 10년 동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 났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수가 줄어 통폐합할 사정에 처해 있어도 해당 학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원하지 않으면 통폐합할 사정에 처해 있어도 해당학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원하지 않으면 통폐합하지 않는다.  우리도 폐교를 능사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복식수업을 거부하고 시내 학교와 합치는 것을 더 원하는 경우가 많다” 며 최소한 1개면에 1개 학교를 두는  "1面1校원칙’ 은 고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4년 경기도의 조그만 시골학교였던 두밀분교가 를 살리기 위해 주민과 학부모들 이 폐교반대 운동 을 펼친 사례도 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는 단순한 학교 이상의 의미다.

 주민들의 정신적 중심이자 마흠의 고향이기도 하다. 노인 잔치를 열고 명절마다 동문들이 모여 동문체육대회를 갖고 유대감을 나누는 곳도 학교다.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하라
 그래서 교육계 일각에서 주 장하는 것이 농어촌교육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농어촌학교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대폭 줄여 일정 학급수를 유지하자는 것. 그렇게 되면 학생수가 줄면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통폐합과 복식수업 및 상치수업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소규모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도시의 대규모학교를 지양하고 작은 학교 운영으로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학생수가 미달되면 통폐합시켜 버리면 된다'는 식의 행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물론 여기에는 학부형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금년 2월 폐교된 전 옥천군 동이중학교 김성장 교사도 ‘학부모들이 시내로 나가고 싶어 하는 욕구와 교육당국의 예산 절감 측면이 맞아떨어져 폐교가 결정된다고 본다. 인구의 도시집중을 막고 작은 학교를 살리려면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조정도 함께 있어야지 교육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럽다’’고 진단했다.

시골학교에 근무하다 금년 3월 청주 모충초등학교로 전근 온 조은정 교사 역시 과밀 학급에 삭막한 기계문명 등 도시가 어린이들에게 주는 혜택이 없는데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틀을 도시로 전학시키려 한다고 거들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농어촌학교를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수한 교사들이 모여 들도록 농어촌학교에 사택을 마련해주고 학교시설을 도시 못지않게 편리하게 개량하는 등의 유인책을 쓴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 라고 교육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정교사가 기술 · 컴퓨터까지
한편 초등학교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복식수업과 중학교에서의 상치교사 역할은 소규모 학교 교사들이 겪는 애환 중의 하나다.

시골 중학교의 경우, 통상 예체능과 한문 · 가정 · 기술 · 환경 등이 수업시 수가 적어 해당과목을 따로 채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교사 채용 상한선이 교휵부가 정한 법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과목들이 비전공 교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상치수업이다. 과거에는 상 치교사가 많아 아무 관련성도 없는 음악교사가 미술을, 가정 교사가 한문을 가르치는 ‘무모한’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컴퓨터와 기술과목을 떠안게 돼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 과목들은 2~3개 학년에 걸쳐 있어 교재연구는 물론이고 시험문제 출제와 종함생활기록부 정리, 각종 컴퓨터 관련 업무까지 맡겨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업시수가 적은 일부 과목은 이렇게 땜방식 수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보은의 한 중학교 가정교사의 하소연이다.

이런 장면 뒤에 떠오르는 것은 수업의 질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나 해당 교사들도 이에 대해 “당연히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대답했다.
초등학교의 복식수업도 아무리 학생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교사가 2,3개 학년을 동시에 맡게 되므로 수업이 충실해질리 만무다.

더욱이 특수학교를 따로 다닐 형편이 안되는 지체장애아동까지 한 학급에 있으면 교사의 고민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악영향은 곧바로 아이들 한테 돌아간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겸임 교사제를 신설하고 예체능과 실업, 한문, 제2외국어 등의 과목에 한해 같은 생활권 안에서 교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한 음악교사가 같은 지역안의 학교 2개 를 맡아 가르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금년 3월부터 확대 시행돼 도내 겸임교사가 66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시행초기 단계라 시골 구석구석에서는 무리한 상치수업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나 환경과목 같은 것은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으나, 배출된 전공 교사가 많지 않고 수업시 수가 적어 다른 교사가 임시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말이다.
초등학교의 예체능 전담교사도 도시 학교에서는 웬만한 수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농촌지역은 이것도 충분치 못하다.

교육의 질 저하 우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외에 농촌학교 교사들이 안고 있는 것은 잔무에 대한 부담감이다. 도시의 큰 학교거나 시골의 작은 학교거나 교육청 보고사항은 비슷한 수준. 그러다보니 도시에서 30명의 교사가 하는일을 시골에서는 5명이 해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교재연구 외에 교육개혁이다, 시도교육청 평가다 해서 전보 다 더 늘어난 보고서 작성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 농촌 학교 교사들의 공통적인 불만 사항이다.
또 사교육비 절감차원에서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방과 후 활동도 농촌학교에서는 골치아픈 과제다. 모 초등학교 교사는 “도시에서는 학생수가 많고 강사로 일할 인적자원이 풍부하지만 시골은 강사를 도 시에서 초빙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강사료를 넉넉히 지불해야 하는데 적은 수의 학생들이 내는 수강료는 뻔하다. 그래서 도시 아이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은 농촌 교육의 문제만을 논하기 전에 총체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집씩 농촌을 떠나는 상황에 맞물려 농촌 교육이 붕괴돼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학생수가 적으니 불편 내지 불이익도 당연히 감수하라는 식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학부 형들로 하여금 자식교육을 위해 보따리를 싸도록 만들고 있다. 농촌교육은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