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청주에서 길을 잃다 2>
동양일보 승강장,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은 왜 빠졌지?
MBC청주방송 승강장, 인근 방향 ‘충북고’라고 표시

MBC청주방송 인근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황당하다. 보통 승강장 양쪽에는 방향이 표시된다. 충북고등학교←가로수 마을 휴먼시아→서부 소방서로 돼있다. 그렇다면 MBC청주방송 인근엔 충북고등학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그런데 그다음 정거장은 충북공고←홍골→도청·시청으로 돼 있다. 충북고등학교를 차로 가려면 가마육교를 지나 분평동으로 한참 빠진다. 몇 번의 신호를 받아 찾아가야 한다. 충북고등학교는 분명한 오타다. 충북공고를 충북고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반대편 정류장은 충북공고로 제대로 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 또한 이해가 안되는 게 많다. 일반적으로 관공서나 병원, 옛 지명 또는 해당 주민센터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을 정한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반대로 이사를 갔을 경우 명칭이 바뀌거나 병기된다.

▲ 동양일보 시내버스 승강장 뒤로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이 보이지만 병기돼지 않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육성준 기자

하지만 동양일보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근에 충청권 최대 호텔이라는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이 있지만 어디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일보 보다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이 공공성이 떨어지는지, 아니면 규모에서 밀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상당구청 관계자는 “상당구의 경우 지난 3년간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에 대한 민원이 단 한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이 바뀌는 것은 오직 민원에 의해서만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들이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꾸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일까. 흥덕구의 경우 ‘민원에 의해’ 지난해 9곳이 바뀌었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지웰시티아파트로, 롯데마트는 고속터미널로 바뀌었다.

중국사람은 못 읽는 한자

충청북도청 도로표지판을 보면 한글과 영어 그리고 한자로 ‘忠淸北道廳’으로 돼 있다. 또 청주공항도 영어와 함께 한자로 ‘淸州空港’이 표기돼 있다. 그런데 이 한자를 과연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간체자를 쓰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번체와는 전혀 다르다. 항구와 혼동될 수 있는 공항대신 기장(機場기)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간체자를 써서 편의를 돕던지 아니면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기호’를 통해 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과거에는 국한문혼용론자들이 한글전용을 반대하며 도로표지판에도 한자병기를 했지만 이제 이러한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청주공항 앞에 비행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로표지판에 역(stn), 병원(hosp), 사무실(ofc)등 영어 약자대신에 이미지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


 인터뷰/ 청주대 황경수 교수

“전국 공공표지판 제멋대로 표기”
로마자 표기법 원칙따라 재정비 필요
한국인만 아는 한자 사용도 지양해야

“공공표지판은 그 자체로 광고효과가 있다. 이것이 잘 못 되면 도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 청주대 황경수 교수는 그동안 청주시내 공공표지판의 명기 오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는 “공공표지판은 로마자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이 뒤섞여 있다. 관공서는 외래어표기법이 허용돼 있다는 것 자체가 오류를 양산한다. 산하단체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쓰면 상충되기 때문이다. 틀린 것을 지적해도 잘 바뀌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이것이 비단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다 비슷비슷하다. 담당자들은 예산을 새로 세우기도 어렵고, 또 순환보직 등으로 자주 바뀌다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마자 표기법은 자국의 문자가 있더라도 그 해당언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이다. 1984년 문교부에서 제정한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말의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2000년에 문화관광부에서 고시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로마자 표기법이 혼란을 줄 때가 많다.

황교수는 “고유 언어가 사멸하는 것을 막고 최대한 고유어를 살리려 로마자 표기법이 만들어졌지만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인천공항이나 충북도청 등의 한국식 한자를 중국인에게 보여줬을 때 알지 못한다는 것. “한글, 영어, 한자를 같이 표기하려고 하면 표지판의 크기도 커져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어차피 읽을 수 없는 한자라면 아예 생략하는 게 낫다. 최근에는 부쩍 한문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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