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청주에서 길을 잃다 2>
동양일보 승강장,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은 왜 빠졌지?
MBC청주방송 승강장, 인근 방향 ‘충북고’라고 표시
MBC청주방송 인근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황당하다. 보통 승강장 양쪽에는 방향이 표시된다. 충북고등학교←가로수 마을 휴먼시아→서부 소방서로 돼있다. 그렇다면 MBC청주방송 인근엔 충북고등학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그런데 그다음 정거장은 충북공고←홍골→도청·시청으로 돼 있다. 충북고등학교를 차로 가려면 가마육교를 지나 분평동으로 한참 빠진다. 몇 번의 신호를 받아 찾아가야 한다. 충북고등학교는 분명한 오타다. 충북공고를 충북고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반대편 정류장은 충북공고로 제대로 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 또한 이해가 안되는 게 많다. 일반적으로 관공서나 병원, 옛 지명 또는 해당 주민센터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을 정한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반대로 이사를 갔을 경우 명칭이 바뀌거나 병기된다.
하지만 동양일보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근에 충청권 최대 호텔이라는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이 있지만 어디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양일보 보다 라마다프라자 청주호텔이 공공성이 떨어지는지, 아니면 규모에서 밀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상당구청 관계자는 “상당구의 경우 지난 3년간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에 대한 민원이 단 한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시내버스 승강장 명칭이 바뀌는 것은 오직 민원에 의해서만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들이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꾸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일까. 흥덕구의 경우 ‘민원에 의해’ 지난해 9곳이 바뀌었다. 환경시설관리공사는 지웰시티아파트로, 롯데마트는 고속터미널로 바뀌었다.
중국사람은 못 읽는 한자
충청북도청 도로표지판을 보면 한글과 영어 그리고 한자로 ‘忠淸北道廳’으로 돼 있다. 또 청주공항도 영어와 함께 한자로 ‘淸州空港’이 표기돼 있다. 그런데 이 한자를 과연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간체자를 쓰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번체와는 전혀 다르다. 항구와 혼동될 수 있는 공항대신 기장(機場기)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간체자를 써서 편의를 돕던지 아니면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기호’를 통해 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과거에는 국한문혼용론자들이 한글전용을 반대하며 도로표지판에도 한자병기를 했지만 이제 이러한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따라서 청주공항 앞에 비행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로표지판에 역(stn), 병원(hosp), 사무실(ofc)등 영어 약자대신에 이미지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
인터뷰/ 청주대 황경수 교수
“전국 공공표지판 제멋대로 표기”
로마자 표기법 원칙따라 재정비 필요
한국인만 아는 한자 사용도 지양해야
“공공표지판은 그 자체로 광고효과가 있다. 이것이 잘 못 되면 도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 청주대 황경수 교수는 그동안 청주시내 공공표지판의 명기 오류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그는 “공공표지판은 로마자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이 뒤섞여 있다. 관공서는 외래어표기법이 허용돼 있다는 것 자체가 오류를 양산한다. 산하단체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쓰면 상충되기 때문이다. 틀린 것을 지적해도 잘 바뀌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이것이 비단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다 비슷비슷하다. 담당자들은 예산을 새로 세우기도 어렵고, 또 순환보직 등으로 자주 바뀌다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마자 표기법은 자국의 문자가 있더라도 그 해당언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이다. 1984년 문교부에서 제정한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말의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2000년에 문화관광부에서 고시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로마자 표기법이 혼란을 줄 때가 많다.
황교수는 “고유 언어가 사멸하는 것을 막고 최대한 고유어를 살리려 로마자 표기법이 만들어졌지만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인천공항이나 충북도청 등의 한국식 한자를 중국인에게 보여줬을 때 알지 못한다는 것. “한글, 영어, 한자를 같이 표기하려고 하면 표지판의 크기도 커져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어차피 읽을 수 없는 한자라면 아예 생략하는 게 낫다. 최근에는 부쩍 한문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