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총장선출 진통

청주대 총장직선제, 구성원 갈등에 명분 퇴색
서원대 재단-교협측, 직선제 싸고 갈등 심화
충북대 명분없는 '그릇싸움'에 '허탈…착잡'

도내에서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첫 분쟁은 지난 93년 청주대 교수협의회와 재단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청석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던 김준철씨는 학내분규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을 고수하 다 지역의 토착비리 인사로 검찰 내사를 받는 과정에서 총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교협은 총장후보로 이신일교수(정치외교학과)를 선출했으나 결국 재단측에서는 94년 2월 정용태 교수를 총장으로 지명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교협-재단간의 불법 횡령 토지분쟁에 시달리던 정총장도 임기중인 지난 97년 8월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다 12월말 교협측에서 총장 직선을 실시해 박정규교수(신문방송학)와 손홍렬교수(역사 학과)를 총장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재단이사회는 교수 12명과 동문 · 지역인사를 포함, 총 25명의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결국 공개모집 형식으로 총장추천을 ㅂ다아 간선제로 이광택(회계학)를 새총장으로 결정한 것이다.

청주대는 2번에 걸쳐 직선 총장의 꿈이 좌절됐다. 재단소유주가 확교재산에 대한 횡령혐의로 사법처벌을 받고 토지 횡령 사실까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총장 직선제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교수진의 내부균열을 꼽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교수들은 오랜 학내분규를 거치면서 교협과 교수연합회(회장 서배식교수)로 양분된 상태다.

일부에서는 교협의 주축을 외지, 출신으로, 교수연합회는 청주와 지연 · 학연을 맺은 쪽으로 분류하고 있다."50년 뿌리를 내린 사학재단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단합된 힘이 전제돼야만 한다. 교수들의 소아적인 집단이기 주의와 연고주의는 대학 민주 화와 발전 잠재력을 무너뜨리는 암적요인이다. 우리 청주대도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한 총장직선제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충북대처럼 그 후유증은 여전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중간자리를 지키기가 어느 쪽을 편들기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원대 역시 평교수협의회 (회장 김정기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면고 있으나 재단측은 전격적으로 송석요교수를 총장후보로 지명한 상태다. 직원노조는 추천위 구성방식을, 총학생회는 직선제 지지와 참여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오는 19일 평교협총회에서 최종입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자칫 하면 새로운 직선총장이 선출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내 교수집단의 학맥에 얽힌 주도권 다툼은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모대학 모학과에는 특정대학 특정학과 출신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다거나, 사립대의 경우 재단 이사장의 학맥에 따 른 불균형적인 교수채용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충북대 모학과의 경우 지난 95년 전임강사 공개모집에서 최종 합격한 J교수에 대한 학내마찰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역 고교 출신인 J교수는 응시자 가운 데 2위 성적으로 총장추천됐으나 최종 낙점을 받게된 것이다. 이에대해 외지출신으로 알려진 학과교수들은 "1위 성적자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굳이 2위를 합격시킨 것은 불공정하다’’며 반발했다. 대학측은 "J씨가 대만에서 학위를 취득해 외국어에 능통하고 종합적인 조건이 우월하다 고 판단했다”며 총장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을 도외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문제가 확대되자 학생 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J교수에 대한 비방 대자보를 나붙여 간접적으로 J교수 강좌의 수강신청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J교수 강좌를 둘러 싸고 학쌩들간에 유혈충돌이 발생하는등 상식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소모전이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젠 신문 · 방송도 보도에 지쳐 관심밖의 일로 치부하고 있 다. 대학의, 교수사회의 자체 해결능력이 이 정도라면 오늘 충북대에서 벌어진 총장 재선거 분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 는 일이다.

충북대 사태를 접한 지역 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착찹’ 으로 표현된다. 우리 사회 최고의 권위집단인 교수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에 대해 대부분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는 대답이었다. "이번 재선거는 우선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결선투표에 임한 것은 모든 구성원이 앙묵적으로 ㅎ바의 한것으로 볼 수 있다. 법적 단체도 아닌 임의단체에서 함의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청주대와 서원대는 재단과의 힘겨루기 측면에서 총장직선분쟁에 명분이 있다. 하지만 충북대는 교수들간의 단순한 자리빼앗기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충북대와 규모가 비슷한 강원대는 장관출신의 경영 총장을 영입해 단기간내 상당한 대학발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있다. 총장은 대학학문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경영의 책임자라는 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먼저 연고주의에 따른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주경실련 이주형 사무국장의 의견이다.

"대학 당국의 권위와 지도력부재가 아쉽다. 외견상 총장선거의 절차상 문제점이 거론됐지만 본질적으로 학맥, 파벌에 따른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드러난 것으로 생각된다.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3가지의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대학 자체 해결의 원칙이다. 법적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합과 관용의 원칙에 따라 대화 · 토론의 원칙이 전제되어야만 할 것이다. 대학당국이 양측과 학생 · 교직원까지 포함시켜 대착주체들의 4자 토론을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충북연대 김형근 대변인의 제안이다.

한편 충북대 총동문회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신우교수가 충북대 출신이기 때문에 자칫 동문편들기로 오해받을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모임원은 “결선투표제의 본래 취지는 다수 교수의 지지를 최대한 이끌어내자는 것 아닌 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의 사퇴의사를 무시한채 선관위가 3후보에 대한 투표를 강행한 것은 특정후보를 이롭게 하기위한 불공정한 처사 라고 생각한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직선제는 우리의 민주화운동이 혹독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얻어낸 빛나는 성과물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편집국장 직선제가 실패했고 최근에는 대학총장 직선제의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 민주역량의 한계인지, 아니면 성숙단계에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인지, 충북대 사태의 마지막 해법에 주목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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