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충돌…패권적 지역주의 작용
교육부승인 '관심'…법적 소송 가능성도

충북대 총장선거 파동은 단순한 구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선거절차가 공정했느냐 아니냐의 시비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무늬로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지만 여기에도 학연과 지연, 그리고 미묘한 감정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존재하고 있다.

당초 선거를 12월에 마치고 재선거를 하기까지 두달간 충북대는 함종연횡과 이합집산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설전과 설전으로 이어진 총장시비는 급기야 두사람의 총장 당선자를 탄생시켰다. 주자문 당초 총장 당선자가 유효하다는 측이 “재선거가 말이 되느냐. 당초 선거로 모든 상황은 끝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그렇지 않다.

 교수회에서 무효를 선언했으므로 강신우 교수가 차기총장이다’’는 팽팽한 주장은 현재 골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충북대는 이 과정에서 당초 선거를 맡았던 황주광 전 교수회장이 미국에 파견교수를 나감으로써 회장단이 바뀌는 변화까지 발생했고 후에 이 변화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어 선관위 관계자들도 새롭게 구성된 교수회(회장 김명 교수)에서 12월 선거를 무효화키자 사퇴를 결정했다. 따라서 선거업무를 맡았던 교수들도 두파로 갈려 서로를 불신하는 수준이 극에 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선거 … 미묘한 속사정
그럼 사상 유례없이 선거를 두번씩이나 치를 수밖에 없었던 내면에는 어떤 속사정들이 있는가. 크게 봐서 세갈래로 나눌 수 있다. 선거절차상의 문제와 심리적인면, 즉 지역 정서와 충북대 내부의 역학관계 등이다. 우선 많은 교수들이 지적하는 대로 당초 선거의 절차상의 문제다.

“차점자가 2명이 나왔는데 동점자를 가리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래서 5명의 후보 들이 이의신청을 선관위에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명을 받은 것이고 비상총회의 결과 라 재선거를 하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교수의 말이다.

이재봉 신임 선관위원장(공대 전기전자공학부)도 “당시 3명을 놓고 결선투표를 하면 누가 당선될지 뻔한 상황이었다 어느 한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 뒤에는 결선에 올라왔던 후보 중 주자문 교수가 대체로 진보 소장파의 지지를 받는 반면 강신우 교수와 신방웅 교수가 같은 보수노장파로 표를 나눠먹었다는 분석이 따라다닌다.

단과대학 학장과 일부 총장 후보, 그외 교수 등 52명으로 구성된 대학정의실현을 위한 교수모임도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는 그들 전체에 대해 결선투표를 행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차점자가 2인 이상 일 때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렸다.

이어서 이들은 이런 사태에 대해 선관위가 신중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결선투표제의 취지인 과반수 득표자 선출이라는 점을 만족 시키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와 다른 주장를 내놓고 있다. 사회과학대의 모 교수는 "차점자가 복수가 되면 왜 안되는가. 최고득점자가 2인 이상일때 이들 모두를 결선투표에 올리는 것처럼 차점자도 마찬가지다. 단지 명문화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며 "2월의 선거는 재선거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해프닝이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재선거를 인정하지 않는 쪽에서는 재선거 당일 급조한 선거관리위원회와 비상총회때 의 참가자 수, 그리고 강신우 교수 역시 재적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했다는점 등을 들며 부당성를 제기하고 있다.

제6대 교수핑의회 평의원들 역시 총장임용추천위에서 당초 선거에 대한 일부 후보자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상 교수회에서 어떤 식으로 재투표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행정적, 법률적, 도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총장선거가 법적으로 비화되면 절차상의 부분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개든 학내 패권지역주의
두번째는 내면에 감추어진 지역정서다. 우리사회의 고질 병이자 으뜸가는 한국병인 지역감정이 이번에도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당시 전남 구례출신인 주자문 교수가 당선 됐을 때 충북출신을 중심으로 한 교수들이 뭔가 빼앗겼다는 허탈감에 사로잡혔고, 특히 충북대동문들은 "이번에도 졌다” 며 심각한 낭패감에 빠졌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주교수는 50대 초반의 나이로 젊은 층에 속했고 이렇다할 보직경험도 갖고 있지 못했다, 반면 강신우 교수는 충북대 출신으로 충북대에 터를 잡은지 홀해로 39년째 접어들며 학생처장과 농대학장을 지댄 이력이 있다. 따라서 보수대연합으로 똘똘뭉친 지역출신과 진보대연합으로 무장한 외지출신들의 힘겨루기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존재 했다는 것이 많은 교수들의 증언이었다.

특히 충북이라는 공간안에서는 충북출신이 주도권를 잡아야 한다는, 일종의 패권적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했고 상대가 호남인이었다는 것을 여기서 주목해야 한다. 이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마당에 가장 진보적이고 신사적이어야할 교수집단이 아직도 ‘우리 밥상은 우리 것’ 이라는 사고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학내 역학관계. 이낭호 현 총장은 이미 여러번에 걸쳐 교육부의 신임총장 승인절차 시한을 넘겼다. 교육부가 여러 차례 총장 당선자에 대한 서류제출을 요구했음에도 총장은 교수들의 반발을 이유로 지지부진 미뤄 온 것. 그러나 이제는 두명의 총장 당선자와 그들을 지지 하는 교수들이 적대적일 만큼 양분된 상황이어서 이낭호 총장의 고민도 그만큼 커졌다.

총장의 한 측근은 “김영삼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2월 24일로 잡혀 있지만 이날까지 승인서류를 제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자문 교수와 강신우 교수 어느 한쪽 총장 당선자로 올릴 수도 없고 어려운 입장이다. 시기와 후보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진퇴양난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수들의 내분, 총장 뭐했나
하지만 뜻있는 교수들은 총장이 교수들의 내분을 교통정리하지 못한 점을 비난하고 충북대가 여기까지 온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장 하고 있다. 또 주자문 교수가 교수회장으로 재직시, 총장 불신임을 결의하고 의대와 생활 과학대, 인문대 철학과 등에서 야기된 교수채용 시비를 총장 실책으로 몰고가는 등 현 총장과 좋지 않은 관계에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의대 교수들의 反 주자문 운동이다. 원장을 중심으로한 간부진들이 몇 차례에 걸쳐 교수들을 징계하는 과정에서 주자문 당시 교수회장이 징계당한 교수편에 서있던 관계로 주자문 교수를 적극 반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거장소를 병원건물로 정한데는 이유가 있다. 수술과 진료 등으로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병원강당으로 정했으나 속사정은 따로 있다” 고 한 교수는 귀띔했다.

한 때 재선거를 치르지 말고 후보들이 화합해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대타협안이 일부 교수들에 의해 제기됐으나 이미 상황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 은 교휵부의 승인 절차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낭호 총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어 느 한쪽만이 최종 당선자가 된다는 사실이고, 결과여부에 따라 법적으로 비화 될 소지도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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