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도 거품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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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도 거품 빼자”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8.02.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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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 · 시장 · 지검장 · 지법원장 등 4개 관사 면적 총 5239평 달해

농협등 금융권 일찌감치 관사축소 모범
읍면장관사 ‘흉가’ 전락 활용방안시급

IMF 경제위기 속에 전국민의 ‘허리띠 줄이기’ 운동이 한창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는 공무원의 실질임금 삭감을 비롯한 정부부처 축소 등 가시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작고 힘있는 정부’ 를 위한 대수술이 임박했다.

지난 93년초 김영삼 문민정부의 출범때도 방만한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 ‘작은 정부론’ 이 등장했다. 당시 부산, 전남, 전북, 경북 등 4개 시 · 도에 대통령 전용숙소로 설치된 이른바 ‘지방청와대’ 가 폐쇄조치됐다. 현지 도지사의 공관으로도 쓰였던 문제의 지방청와대는 각종 공공시설이나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예술회관 분원으로 구조변경해 일반인에게 대관해 주고 있다. 경북은 대구시립국악단의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은 민속박물관으로 개조해 전통공예품과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시민 휴식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전남은 도지사 관사를 광주 운암동의 59평 아파트로 옮기고 공관시설에는 민간국악교실 등을 개설해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도는 5공때인 지난 84년 청남대라는 대통령 별장이 대청호변에 들어섰지만 현 지사공관에 별도의 대통령 임시 숙소는 없었다. 청주시 대성동 56-11번지에 위치한 충북지사 공관은 우암산 남쪽자락의 2877평 땅을 차지한 대저택이다. 일제식 건물인 구관(60평)과 지난 69년 건립한 신관(79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창고, 경비실등 부속건물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 관사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별정직 8급 공무원 1명, 경비원 2명, 운전사 1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실상 역대 충북지사들은 서훌에 사저(私邸)를 두고 부인과 함께 청주 공관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녀들은 학교문제 때문에 서울에 그냥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한 부부가 사는 2800평의 집에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뒤를 돌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인건비 이외에 관리 운영비만도 만만치않다. 냉 · 난방비, 전기세, 수도세, 보수비등 어림잡아 연간 수천만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넓은 대지, 빼어난 조경수, 여유있는 생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공관에 외부인이 출입 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도지사가 주관하는 공식모임의 대부분은 시중 음식점, 호텔등에서 이뤄지며 비공식적인 인부 모임만을 공관에서 치를 뿐이다.

부지면적으로 볼때 두번째로 손꼽히는 곳이 청주지검장 관사다. 수곡동 법원 · 검찰청사 맞은 편에 위치한 관사는 마치 도심속의 고도(孤島)처럼보인다. 공관부지가 1276평에 달하고 건물은 50평 규모의 단층이다. 분주한 큰길 곁에 우뚝선 정문기둥과 언덕위의 나무숲에 살짝 가려진 건물은 외로운 성곽처럼 쓸쓸하다. 청사내에 자리잡은 10평 남짓한 독신직원용 연립주택과 큰 대조를 이룬다.

가장 최근에 마련된 청주법원장 관사도 대저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 89년 복대동 택지개발지구 땅 472평을 매입해 건평 68평 규모의 2층 집을 지었다. 청주시내 대부분의 관사는 이미 8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시가지 발달이 덜 된 상태에서 도심의 큰땅을 선뜻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바람이 불기 시작한 80년대 말 400평이 넘는 택지개발지구 땅을 공관 1채를 짓기위해 사들였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청주에서 가장 번화한 위치에 자리잡은 공관이라면 사직동 고갯마루에 위치한 안전기획부 청주지부장 관사를 들수 있다. 지난 80년대 말 건립 당시만 해도 주변건물도 없이 교차로 모서리에 우뚝 자리잡아 지나는 행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318평의 부지에 40평 규모의 단층건물로 지어졌다. 물론 맞은편 안기부 청주지부와 근접해 이용상 편리함은 있겠지만 시계탑 네거리가 현재와 같은 교통요충지로 변한 상황에서는 관사 위치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안기부 청주지부는 현 사직동 청사를 청주시에 매각하고 산남동으로 이전 계획을 추진중에 있으나 공관문제는 뚜렷한 처리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장의 관사도 역시 우암산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수동 158-10의 587평 부지에 건평이 65평인 단층건물이다. 지난 77년 건립돼 산뜻한 멋은 없지만 부지면적만큼은 청주의 부촌(富村) 가운데서도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 집이다. 별도의 경비실은 없지만 대문에는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작동되고 있다.

 정부부처관사의 경우 해당 기관장들은 기껏해야 1∼2년 임기를 채우고 떠나기 때문에 대부분 홀로 생활하거나 부부만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의 임시거처를 위해 수백평 규모의 공간과 별도의 관리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물론 기관장도 사생활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과 완전한 격리를 위해 턱없 이 넓은 부지와 높은 담을 원한다면 공인의 기본도리와는 어긋난 것이다. 주민의 삶 속에서 함께 나누고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부응하는 공직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지점장과 충북농협본부장의 경우 서운동 · 서문동에 위치한 400평이상 대규모 관사를 각각 95·93년에 매각하륵고 사천동 동아아파트와 율량동 신화아파트로 축소이전했다. 충북은행장도 대성동 우성아파트를 관사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 진작부터 관사축소의 모범을 보인 셈이다.

도내 시장 · 군수들이 사용하는 관사도 괴산군을 제외하곤 모두 단독주택이다. 최소 120평에서 최고 500평에 이르는 대지에 건평은 대체로 50~80평 정도다. 특히 지난 95년 건립된 진천군수 관사는 군의회와 심각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진천군은 교성리에 있던 구관사 부지 234평을 3억5000만원에 매각하고 인근 땅 263평을 매입해 새 관사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 관사 부지를 예정보다 1억5000만원이나 낮은 2억원에 매각하는 바람에 예산 증가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대해 일부 군의원들은 “재정자립도가 30%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농촌주택 10채를 지을 수 있는 거액을 들여가면서 새 관사를 짓겠다는 공무원들의 발상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김환묵 괴산군수는 취임직후 관사생활을 포기하고 23평 아파트를 선택한 경우다. 김군수는 괴산읍내 218평 부지에 건립된 군수관사를 나와 91년 부근수용으로 매입한 서부리 반석아파트 23평형에 거처를 정했다. 또한 구관사 부지는 용도폐지시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장 이외의 부시장 · 부군수를 비롯한 실 · 과장용 관사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당초 외지에서 인사발령된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한 관사지만 지자체 실시이후 이같은
목적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과거 관선시대에는 내무부와 자치단체간 또는 자치단체 사이에 인사교류가 원활했으나 민선시대 이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해당 시 · 군에서 남아도는 관사를 엉뚱한 기관에서 요청해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단양군의 경우 실과장 관사로 마련한 연립주택 1채를 단양경찰서 간부직원에게 사용토록 허용했다. 충주시와 제천시 충북도 소속 공무원인 소방서장에게 실과장용 아파트 1채를 내주고 있다. 타 기관에 무상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사실상 공유재산 관리 규정에 걸맞지 않는 편법이다.

이에대해 일선 공무원들은 “도에서 시 · 군으로 부임한 간부 직원들은 제천 · 단양등 북부권과 옥천 · 영동등 남부권을 제외하곤 대부분 청주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관사 사용기회도 거의 없고 무용지물이 되는데, 설사 사용하더라도 방이 3개씩이나 딸린 아파트를 한 사람이 쓴다는 것은 낭비요인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낡고 오랜된 일선 읍 · 면장 관사의 활용실태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대부분 지난 70년대에 교통 수단이 발달되지 못한 상태에 서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이 비좁고 낡아 안락한 주거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혼자 생활하는 미혼 직원이나 주거비 절감을 위한 평직원 가족들이 입주해 사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지난해에는 보은군의회에서 공유재산 관리상의 문제점을 집중제기하기도 했다.

 당초 군에서 관내 9개의 읍· 면장 관사를 개 보수하려 했으나 군의회에서 5개소는 실제로 일반직원이 입주하는 등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던 것. 이밖에 읍 · 면직원들의 외부 작업실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읍 · 면장 관사야말로 시대상황에 걸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해 청풍, 백운면 관시를 매각했고 청원군도 청주시 수동에 위치한 부군수 관사 부지 120평과 활용되지 않고있는 낭성, 가덕면 관사를 공개매각할 방침이다.
행정기관에 비해 예산사정이 빠듯한 경찰은 관사 규모에서도 이같은 현실이 드러났다. 충북경찰청장 관사는 사직동 교보빌딩 옆에 대지 234평, 건평 42평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차장과 과장급 관사로 24평형 아파트 6채를 관리하고 있으며 일선 경찰서장의 경우 대부분 경찰서 부지내에 30평 내외의 단독사택을 건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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