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작전하듯이 은밀하게 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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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작전하듯이 은밀하게 도왔죠”
  • 충청리뷰
  • 승인 1998.01.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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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옥바라지 도운 이한준 옹

후원자 9명 돌아가며 비용 분담
92년, 야권분열시 정당활동 중단

이옹이 DJ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난 70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민당 청주 · 청원지구당 이민우위원장을 도와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옹은 경선에 출마한 김대중 · 김영삼 · 이철승 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후보집을 찾아나섰다는데.

“맨 먼저 YS를 찾아갔지. 그때가 한 여름이었는데 방에 들어가니까 작은 에어컨을 켜놓고 땀이 나니까, 셔츠만 입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대통령 출마를 위한 정책백서가 마련된 게 있느냐 고 대뜸 물어보니까 ‘지금 준비중인데 수일대에 전달될 것’ 이라고 얘기를 해요. 전당대회가 불과 십여일밖에 안남았는데, 아직도 출사표가 없다고 하니까 뭔가 이상하잖아요?”

다음으로 찾아간 사람이 DJ였다. “첫 인상히 자세부터, 달랐어요. 그때 동교동 집으로 찾아가니 선풍기만 켠채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정장으로 손님을 맞았어요. 정책문제에 대해서도 각종 현안에 대한 백문백답(百聞百答) 형식으로 완벽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사람한테 나라를 맡기면 되겠구나 판단을 했지요”

이홍은 청주교도소의 DJ를 직접 만나지는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희호여사의 얘기를 전해듣고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하는 일을 맡았다. 교도소에서 가장 아쉬훈 것은 자유 그리고 음식이다.

따라서 가족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나마 외부 음식물을 영치하는 것이다. DJ의 경우에도 한국인의 기본반찬인 김치가 입에 맞지않아 고통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이여사가 직접 담근 김치를 넣으려고 하니까, 메이커에서 만든 믿을 수있는 식품이 아니면 안된다는 거여. 만에 하나 외부음식을 먹고 탈이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궁여지책으로 그랬던거 같애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 공장김치가 나오는 것이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작고한 민철기씨(전 신흥제분대표)가 월남전때 군납용으로 김치생산을 했었다는 거예요. 통조림으로 만들었는데 일부 가게에 팔다만 것이 남아있을 지 모른다고 해서, 다 뒤져보니까, 사직동 주공아파트 슈퍼에 몇개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가까스로 영치를 시켰는데 나중에 이여사 말씀이 ‘김치가 간은 맞는데 너무 삭아서 먹기가 곤란하다’ 는 거예요. 아무리 통조림이지만 몇년이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또하 목포출신의 DJ가 평소 좋아하던 생선회를 영치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당시 미군부대에서 양념하지 않은 고기를 통조림 형태로 만든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산으로 찾아갔다. 미 공군부대 주변에서 문제의 통조림을 구해 영치시켰는데 다행히 뒷말이 없었다고. 이옹은 이여사가 오전중에 면회를 마치면 부인과 함께 항상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몇몇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남의 이목을 덜타는 당시 본정통(현재 성안길)의 양식집을 많이 이용했다는 것. “그때 내 형편이 여의치않아서 몇몇 후원자들이 음식값이나 일부 옥바라지 비용을 제공해 주었다. 이름이나 얼굴을 절대 알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와 아내가 모시고 가서 식사를 하면 계산서를 그 븐들에게 청구하는 식이었다.

 한번흔 이여사가 김대중선생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미국쪽 후원자들이 전해온 얘기로는 조만간 전두환정권이 DJ를 미국으로 출국시킨다는데 언제가 될 지 걱정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두 분의 출생일시를 받아서 내가 대신 점을 쳐본 적도 있었어요. 이여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말리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겠어요”

당시 점괘로는 빠르면 82년 8 ·15일 광복절까지 늦으면 12 · 25일 크리스마스까지 이루어 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DJ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이여사의 간곡한 설득으로 마침내 12월 23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청주 점괘가 신통하게 맞았지요? 그때 당시 김대중 선생을 도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언론에 공개되는 것도 쑥쓰러워요. 민주화를 위해 그 분만큼 몸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은 없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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