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민원실/ 김영도 씨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임대분쟁이 사문서 위조 형사분쟁 비화
끈질긴 ‘진실찾기’ 1심 유죄판결 뒤집어

지난 12월 12일 청주지방법원 법정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무죄판결이 있었다. 1심 단독재판부에서 내린 유죄판결을 항소심 합의재판부에서 완전히 뒤엎은 것이 다. ‘피고 김영도에 대한 사문서 위조및 동행사 혐의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 지난 2년간 엄청난 정신적 · 물질적 고통을 겪어온 김영도씨 (36 · 여 · 청주시 운천동)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1심 판결이후 좌절과 굴욕감에 시달려온 김씨 부부는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설움을 토해냈다. 당초 이번 사건은 검찰기소 과정에서 월간 ‘충청리뷰’ 가 혐의사실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96년 8월호 보도) 이번 무죄판결을 계기로 사건의 경위와 진상에 대해 재조명해 본다. (편집자)

김영도씨는 지난 93년부터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사무소 앞 대로변에 위치한 5층 건물의 1층에 ‘피자랜드’ 라는 점포를 운영했었다. 당시 건물주 나모씨(약사 · 여)와 체결한 계약내용은 1층 30평에 대한 전세보증금 7500만원, 계약기간 2년을 약정한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불씨는 계약기간 만료시점인 95년 5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봉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건물주 나씨는 1천500만원을 더 내야만 계약연장를 해 준다는 입장이었고 세입자 김씨는 영업수지 악화등을 이유로 500만원 인상한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의 협상이 지연되자 건물주 나씨는 건물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고 김씨측에서는 ‘점포시설을 인정해 준다’ 는 내용의 (확인서)를 내세우며 시설비를 포함한 전세금을 돌려줘야만 나갈 수 있다고 버텼다. 마침내 건물주 나씨는 강제집행 절차를 밟기위해 명도이전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문제의 (확인서)가 김씨측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한 허위문서라며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나섰다.

건물주와 세입자간의 일반적인 전세금 인상분쟁이 민사소송에서 사문서 위조라는 엄청난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먼저 (확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건물주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적고 ‘상기인은 임차인(김영도씨)에게 전세 계약서대로 건물등기시 전세권 등기를 하여줌과 동시에 점포시설을 인정함을 확인한다’ 는 것으로 93년 10월 5일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물주 나씨는 “확인서는 본적도 없고 내 인감도장이 불법으로 도용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나씨는 “당시 세입자 김씨가 전세권 설정을 요구해 내 인감도장을 내주면서 북문로 북부합동법무사무소 ㅇ법무사 를 찾아가써 처리하라고 한 것인데 엉뚱한 확인서를 만들어서 무단으로 날인한 것 같다” 고 진술했다. 또한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 정모 사무장도“김씨가 직접 인감도장를 가져와서 전세권 설정등기를 해 주었다’’고 증언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세입자 김씨의 주장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몇차례 전세권 등기를 요구했으나 자꾸 미루길래 답답해서 나 씨의 약국으로 직접 찾아갔다. 나한테 내용을 쓰라고 하길래 직접 확인서를 써서 읽어주고 도장은 나씨가 가방에서 꺼내서 그 자리에서 찍어준 것”이라고 작성경위를 설명했다.

또한 당시 동행한 이웃집 주민 송재분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또한 전세권 설정등기 과정은 확인서를 쓴 다음날인 10월 6일 나씨가 전화를 통해 “ㅇ법무사무실에 연락해 두었으니 당신 도장만 가져가면 설정등기를 해 줄 것”이라고 알려와 법무사무실에서 미리 준비한 서류에 자신의 도장만 찍고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인 1명씩을 확보하고 법적공방전을 벌이게 된다.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에서는 ‘양측의 진술과 정황등에 비추어 세입자인 김씨의 혐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고 수사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김씨측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벌인 결과 나씨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세입자 김씨는 거짓말 양성반응이 나왔다.

마침내 96년 4월 담당변호사의 호언장담에 도 불구하고 김씨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통상적으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가 확정될 경우 구속처리하는 것이 상례임에 비추어 다소 이례적인 것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놀라운 증언을 덧붙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틀림없이 무혐의로 결정날테니, 걱정말라’ 고 수차례 말했었다. 그런데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항의를 하니까‘담당검사가 애초 무죄심증이 강했는데 국회의원 출신인 상대편 변호사가 움직여서 수시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 고 얼머무렸다.

심지어 변호사는 자칫하면 법정구속될 수도 있으니까, 시인하고 합의하라는 식으로 종용했다. 며칠 전까지 무혐의 주장만 하던 사람이 이럴 수 있는가 싶어서 변호사를 바꿨다”
한편 변론을 맡았던 청주시 수곡동 K법률사무소에서는 “기소처분은 우리도 예상밖의 일이었다. 조사진행 과정에서 무혐의를 확신했는데…, 거짓말탐지기 결과와 정황증거에 대해 상대쪽 증언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기소처분 직후 의뢰인이 충격이 커 합의방식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얘기했을 뿐인데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들었다면 오해”라고 답변했다. 김씨는 마침내 청주지법에서 1심 재판을 시작했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 결백을 밝혀보겠다는 김씨의 의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무죄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수임을 꺼려했다. 무죄주장 사건은 시간적, 정신적 소모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견변호사들은 꺼려하는 입장이었다. 결국 ‘무죄사건은 젊은 변호사들이 의욕적으로 매달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며 떠미는 형국이었다.

마침내 지난 3월 1심 선고에서 김씨는 유죄판결을 받고 말았다. 처음부터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가 갑자기 인사이동으로 전보되면서 새로운 판사가 사건을 맡은 지 1개월만에 내린 판결이었다.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가족들은 ‘학사, 법무사사무실을 상대로 어떻게 이킬려고 하느냐”며 한결같이 항소포기를 권유했다. 남편조차 만류하고 나저는 입장이었다.

“어느 누구도 끝까지 해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피해자인 내가 죄를 뒤집어쓰고 평생을 잊고 살란 말인가. 도저히 그렇게는 견딜 수 가 없다고 생각해서 1심 변호사와 같이 다시한번 싸워보기로 했다’'

김씨의 담당변호인인 신연우변호사는 1심 판결에 상당한 아쉬훔을 나타냈고 항소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신변호사는 당시의 정황을 들어 경험칙에 입각한 변론을 펼쳐나갔다. 우선 김씨가 (확인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의심의 대상 시설로 꼽히고 있다.

또한 건축연면적의 합계가 11만평방미터 이상일 경우 도시교통정비지역 내에서는 교통영향평가를 받아야하며 자연녹지지역내에서 사업계획 면적이 1만평방미터 이상일 경우 환경성 검토가 뒤따르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청주시의회 한종수의원은 “청주지역에 특급 관광호텔이 1곳도 없기 때문에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하지만 용도변경과 구획정리사업지구 제척등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 강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사업주는 호텔경영보다는 쇼핑센타 운영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되는데 청주시가 왜 온갖 조건을 들어주면서 도시계획 변경을 서두르는지 의심스럽다”며 사업추진 배경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웃 주민들에게 얘기하고 다녔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씨 주변에서 이같은 내용의 말을 들은 3명의 증인을 찾아내 법정에 세우게 됐다. 실제로 김씨가 허위의 (확인서)를 작성했다면 이른바 자신의 범죄행위를 주변사람들에게 자랑처럼 떠들고, 보여주며 다녔겠느냐는 일반의 경험칙을 내세웠다.

또한 상대쪽 증인인 법무사무실 직원과 김씨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김씨가 항의방문 과정에서 몰래 녹흠한 것으로 이때 당시 법무사무실 직원은 “건물주 나씨의 도장을 사무실에서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세권 설정계약서을 작성하면서 세입자 김씨의 요구에 따라 제6조 ‘시설비를 청구하지 않는다’ 는 조항뒤에 ‘단, 전세권 설정자의 임대기간 안의 필요시는 당사자간에 협의하여 시설비를 지급키로 한다’ 문구를 추가로 삽입된 점도 의문이었다.

통례상 상가건물의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의 시설비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계약서상에 특별히 단서조항을 붙인 것은 김씨측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반증으로 충분했다.
마침내 지난 12월 12일 항소심 합의부에서는 김씨의 이름뒤에 따라 붙었던 ‘사문서 위조및 동행사 혐의’ 를 떼주었다.

 건물주로부터 고소당한 지 18개월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대법원에 다시 상고했기 때문에 김씨의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다. 다만 청주지법 합의부가 자체 단독심 판결을 뒤집을 만큼 신중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상고는 기각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역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온갖 험한 꼴을 다겪었다. 엊그제까지 무혐의라고 걱정하지 말하고 했던 변호사가 기소가 되자 오히려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담당검사도 구속당할지 모르니 얼른 합의하라고 겁을 줬다. 가족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다.

 정말 없는 사람은 이렇게 당할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진실을 밝혀준 판사님들에게 감사드리고 나와 같은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국가가 김씨의 고통과 손해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신문 한귀퉁이에 조그만 ‘무죄공시’ 광고를 내주는 일이다. 결국 그 광고 한쪽과 김씨의 잃어버린 2년이 같은 값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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