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 ‘청풍명월’ 연고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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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북 ‘청풍명월’ 연고권 싸움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7.12.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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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상표권 등록 마치고 시판… 충북 ‘뒷북’ 대응

충북 옥산농협 ‘청풍명월’ 상표 선점 … ‘기득권’ 주장
충남 브랜드 개발사업 10억 투자 … “돌이킬 수 없다”

‘청풍명월(淸風明月)’상표에 대한 연고권를 놓고 충북과 충남간에 미묘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협 대전 · 충남지역본부(이하 충남농협)는 지난 10월부터 충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에 대해 ‘청풍명월’ 이라는 고유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이에대해 충북도와 농협 충북지역본부(이하 충북농협)쪽은 ‘청풍명월’ 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과 옥산농협이 지난해 6월부터 ‘청풍명월’ 이라는 똑같은 상표로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포장판매해 온 사실을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농협에서는 이미 지난 5월 특허청에 ‘청풍명월’ 에 대한 상표권 등록신청을 마치고 대대적인 주민홍보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져 충북농협의 대응이 때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언론에서 충북농협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충북도와 함께 대책 회의를 열고 ‘청풍명월 범도민위원회(위원장 이상록)’ 를 구성하는등 뒷북을 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청풍명월’ 의 상표권을 충북이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사태의 전개과정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집중취재했다. 〈편집자〉

충남도와 충남농협은 지난 4월 도내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쌀의 명성를 전국에 알리고 일반쌀과 가격차별화로 농가 수입을 높이기 위해 ‘충남쌀 공동브랜드 개발사업’ 을 착수했다. 먼저 브랜드 명칭공모에 나서 지난 6월 ‘청풍명월’ 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곧바로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을 마쳤다. 당시 신청한 상표등록 범위는 쌀, 기타농산물, 가공제품, 주류 등으로 충남도내 농산물과 특산품에 대해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이밖에 포장재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고 천안, 태안, 당진, 홍성 등 미질이 우수한 지역의 21개 농협에 한해 청풍명월 상표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일반 소비자 들이 쌀의 품질에 대해 민감한 관심 갖고 있지만 신뢰할 만한 인증제도가 없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다보니 상품 차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이점에 착한해서 도내에서 미질이 좋은 6개 지역을 선정한 뒤 동진, 추청, 일품등 밥맛이 좋은 3개 품종에 한해 청풍명월’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을전국적인 홍보활동을 벌여 소비를 확대시킨 뒤 반응이 좋으면 가격도 차별화시킨다는 판매전략 을 세웠다”충남농협 관계자의 말이다.

충남농협의 이같은 계획에 따라 농협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청풍명월 쌀’ 이 새겨진 명함을 제작하고 청풍명월’ 홍보전단과 차량스티커를 15만매가량 제작배표하는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또한 넥타이 핀등 홍보용 판촉물을 비롯해 ‘청풍명월’노래까지 작곡의뢰해 보급시켰다.

지난 10월에는 서울과 대전에서 ‘청풍명월’쌀 특판행사 및 이벤트 행사를 벌이고 출향인사에서까지 충남쌀 팔아주기 운동의 취지문을 발송하는등 범도민적인 활동를 전개했다. 이러한 공동브랜드 개발사업에 투입된 예산만도 1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풍명월’쌀 브랜드 사업은 한마디로 충남도와 충남농협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에서 이같은 낌새를 먼저 알아챈 곳은 충북농협지역본부였다. 브랜드 이름 공모후‘청풍명월’ 이 결정되고 지난 6월부터 대대적인 홍보전이 시작되자 일부 언론에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청풍명월’ 의 연고권이 충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이에대해 충북농협 관계자는 “충남농협에서 브랜드 공모를 통해 청풍명월을 결정한 사실을 파악하고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역사적 고증과 현실적 타당성 뿐만아니라 청원 옥산 농협에서 이미 청풍명월 상표의 쌀을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 했다. 하지만 충남측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각종 홍보물을 만들고 판촉활동을 계속했다”

충북농협의 구체적인 대응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94년 고추장과 관련돼 6개의 상표등록 출원을 신청한 제천 청풍농협이 ‘청풍’ 이란 상표를 89년도에 먼저 등록한 (주)농심을 상대로 “유사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므로 농심측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청풍’상표권을 포기해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아울러 94년부터 자체 미곡처리장에서 생산되는 쌀에 대해 ‘청풍명월’상표를 사용해온 옥산농협에서는 지난 9월 특허청에 (주)농심의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상표등록이후 3년이 지나도록 상품명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등록취소 요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같은 법적대응 방법을 구사한 것이다.

현행 상표등록법에는 같은 상품류로 포함된 경우 유시상표에 대한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농심에서 확보하고 있는 농산물 가공품에 해당하는 제2류의 ‘청풍’상표등록이 유효한 상황에서는 명칭이 유사한 ‘청풍명월’ 의 상표등록이 어렵다는 것이 특허업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옥산농협의 상표등록 취소심판 청구에 앞서 지난 5월 충남농협에서 정식으로 상표등록 출원을 했더라고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대해 충남농협측은 “청풍명월은 이미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화된 단어다. 충북과 역사적인 연고문제를 논하는 것은 서로에게 무의미한 일이다. 충남의 입장은 상표권이 등록되더라도 충북이 같은 상표를 쓰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쌀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일체의 상표권 행사를 보류할 수도 있다. 다만 청풍명월 쌀은 이미 상당한 홍보작업를 마쳤고 타당한 사업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충남북에서 제시하는 ‘청풍명월’ 의 역사적 고증자료는 거의 일치하지만 각각 유리쪽으로 해석 을 달리하고 았다. 조선조 정조가 규장각 학사인 윤행임과 함께 조선팔도의 인물을 四字單句로 평하면서 충청도를 淸風明月로 표현했고 이같은 내용이 ‘택리지’ ‘신증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등에 실려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충남은 금산군 부리면에 있는 고려말 야은 길재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청풍사’ 가 충절을 지키는 청풍명월의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에서는 당초 충청도라는 지명의 어원이 고려 공민왕 5년(1356년)충주와 청주의 앞 글자를 따 결정됐다는 사실을 들어 충북의 연고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충남은 포괄적인 충청도론을 제시하는 반면 충북은 세부적인 역사성과 함께 오랫동안 지역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활용해온 현실성에 비추어 청풍명월의 이름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충남농협에서 쌀의 특화사업으로 ‘청풍명월’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 진천쌀이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상을 수상하는등 전국 최고의 품질로 알려져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마당에 ‘청풍명월’ 의 상표를 쌀에 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에는 진천 뿐만아니라 오창, 음성등 미질로 평가하자면 누가보더라도 충남지역보다 훨씬 우수하다. 또한 옥산농협에서는 이미 2년전부터 쌀 포장재에 ‘청풍명월’상표를 붙여 대전지역에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대전 · 충남농협에서 청풍명월을 브랜드 명칭으로 정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충북농협측의 판단이다.
현재 충남 · 북 양측에서는 충남농협이 출원신청한 상표등록 결과를 보고 새로운 타결점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특허청의 상표등록 업무 폭주로 처리 기간이 최소 1년이상 걸리기 때문에 내년 4월께나 상표등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이 기간동안 ‘청풍명월 범도민위원회’ 와 ‘청풍명월 고증전문위원회’ 를 구성해 연고권에 대한 역사적 고증및 논리를 개발해 향후 무형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청풍명월로 미등록된 상품류 가운에 제52류 인쇄물, 사진및 모형물에 대해 우선적으로 등록출원을 마치기로 했다. 충북도가 인쇄물에 대한 상표등 록을 받을 경우 농특산물을 비롯한 우리지역 공산품에 까지 공동브랜드를 무상대여해 제 3자의 권리침해를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충남농협의 쌀브랜드 개발사업을 일찍 감지하지 못한 충북농협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충남측의 ‘청풍명월’ 브랜드 공모 확정직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면 진작에 양측의 타협안이 마련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충북의 반발이 거세지자 충남농협은 일체의 홍보활동을 중단시킨채 올 수매한 쌀 가운데 3만톤을 ‘청풍명월’ 브랜드로 생산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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