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울 정도로 무서운 한파가 몇 차례 들이닥쳤다. 하지만 찬 겨울에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소한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두 눈을 따뜻하게 만든다. 쪽방촌 작은 창고에 가득 찬 까만 연탄들,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편의점 한구석에 자리 잡은 호빵 몇 개, 겨울눈에 푹푹 발이 빠지는 신문배달 아저씨의 하얀 입김….

사진이 잡아채는 수많은 눈빛들은 이야기가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충북의 시골 마을, 어느 저수지에서 벌어진 ‘빙어낚시’ 풍경과 뉴욕커들이 사랑하는 겨울공원 ‘Fort Trayon’이 지상에서 서로 견준다.

뉴욕엔 센트럴파크만 있는 게 아니야
눈 내린 날 ‘Fort Trayon’공원
강기향/ 뉴요커

뉴욕의 업타운 가운데 가장 업타운 쪽에 위치하여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브롱스가 나오는 이곳 ‘Fort Trayon-포트 트레용 공원’은 센트럴파크 못지않은 경치의 아름다움과 여유로 뉴요커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공원 중 하나다. 741 Fort washington Ave manhattan NY 1040.190th 역에 A번 전철을 타고 가서 내린 뒤 밖으로 나오면 바로 포트 트레용이 보인다.



봄에 보는 포트 트레용이 따뜻하고 낮잠 자고 싶은 기분이라면, 겨울의 포트 트레용은 아름다운 설경이 어떤 곳 인지 존재 자체로 설명해주는 곳이다. 추워서 참새들이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란…. 포트 트레용 공원은 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부지에 위치한 장소 중 하나로 이렇게 맨해튼의 건물들이 손톱만 하게 보인다. 굳이 어떤 건물 옥상 등에 올라가지 않아도, 이렇게 자연 경관과 함께 도시를 내려 보는 기분이 좋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은 바로 겨울 설경의 공간미를 보여주는 자연의 조형물이 아닌가 싶다. 저 밑에는 뉴욕 허드슨 강의 아랫부분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경 또한 무척 고요하고 아름답다. 추운 날씨에 강이 얼어 물결도 보이지 않는 풍경이 마치 그림과 같다.

한국식 소나무들 외에도 히말라얀 소나무 등 크기가 아주 큰 침엽수들도 많이 있다. 유일하게 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하는 나무인데, 소복이 쌓인 눈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킨다. 발이 소복하게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뉴욕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위가 오는가 했는데, 최근 다시 영상 7~8도로 꽤 포근한 날씨로 컴백했다.

‘포트 트레용’만의 매력중 하나인 중세시대를 보는듯한 돌담과 계단들은 이곳의 역사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곳은 원래 Weckquaesgeek 라는 부족이 17세기에 살던 곳이란다. 이 공원은 높은 부지에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만든 공원이라 눈이 많이 오면 이렇게 눈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적당한 경사의 잔디밭에 눈이 오니 아이들이 와-와 거리며 즐겁게 눈썰매를 타는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한국에 있을 때 비료포대로 타던 눈썰매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한국은 날씨가 추우면 썰매 탈 곳이 참 많았는데….

설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공원 포트 트레용은 뉴욕에서 안 가보시면 후회할 아름다운 경치를 선물해 줄 것이다. 나 역시 뉴욕에서 아름답고, 여유로운 경치에 홀딱 반해 버린 하루였다.

얼음 속에 숨어있는 빙어야 나와랏!
꽁꽁 얼어붙은 ‘음성 사정리 저수지’
이경희/ 음성 시골아낙

추운 겨울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 스포츠, 썰매타기와 더불어 빙어낚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강추위라면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저수지를 이용해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꽝꽝 언 논과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는 풍경은 전 세계 중 대한민국이 단연 으뜸 아닐까?


칼바람불고 눈까지 내리는 지난 주말, 방학을 맞아 집에서 뒹굴던 두 녀석이 집안에만 있기가 답답했는지 빙어낚시를 가자고 조른다. 저녁때가 다 되어 가는데 한번쯤은 콧바람을 쐬어줘야 할 것 같아, 낚싯대 두개를 사고 밑밥인 ‘구더기’까지 구입해 동네 저수지로 향한다.

자, 그럼 동네저수지에서 즐기는 ‘빙어낚시’ 구경 좀 해볼까? 날씨가 춥고 눈까지 내리고 있어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낚시를 즐기습들고 썰매도 타고 있다. 한쪽에서는 벌써 라면까지 끓여가면서 거하게 술 한 잔 기울이는 모습이다.

구더기를 처음 만져보는 큰 녀석은 처음에는 벌벌 떨더니 나중에는 친절히 설명까지 해준다. 머리 쪽보다 꼬리 쪽으로 바늘을 끼우니 잘 들어간다나. “빙어야. 제발 밥 좀 먹어다오.” 손은 빨갛게 얼어가고 서서히 지쳐가는 두 녀석. “엄마, 빙어가 다 멸종됐나 봐요.” “앗! 드디어 입질이다.” 30분 만에 건져 올린 대어다.

예전에는 낚싯대를 넣기만 하면 한 번에 두어 마리씩 올라와서 잠깐 사이에 한 봉지씩 잡아왔는데, 이 날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통 입질이 없다. 그래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 겨우 손맛을 보았다. 겨울에 즐기는 빙어낚시, 한국만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아닐까? 우리 식구는 이날 저녁 충청도식으로 ‘도리뱅뱅이’를 해 먹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