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및 설치=이희영·글=이재표

국회의원들이 사고를 칠 때 언론은 때로 국민 탓을 한다.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 무관심이 이와 같은 결과를 불렀다고….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을 증거로 제시한다. “투표일은 노는 날이잖아요”라고 말하는 20대를 등장시켜 그들의 철없음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대한민국만큼 정치에 관심이 높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스타가 되기도 하고 안티가 생기기도 한다. 안티를 즐기는 강용석 같은 정치인도 있다. 자기도 개그맨 ‘김구라’처럼 안티가 인기로 반전될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그런데 정작 국민이 할 수 있는 정치는 무엇이 있을까? 주민소환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장치가 있으나 이를 성사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 따기’고, 그나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만 대상이 될뿐 국회의원은 건드릴 수도 없다.

그래서 가장 소극적으로 할 수 있는 정치적 행위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당원이 되거나 그도 아니면 정치인을 소액 후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소액후원마저도 금지돼 있다.

과거의 민노당을 후원했던 교사들이 또 징계를 당했다. 2010년에는 2명을 해임하고 6명에게 정직을 내리더니 이번에는 7명을 정직에서 감봉 1개월의 징계에 처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2009년 6월과 9월, 교사들의 시국선언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전교조를 압수수색하면서 민노당 후원교사 명단을 입수한데 따른 것이다.

후원을 시작할 당시 해당 교사들은 대부분 당원이 아니고 당우(黨友) 또는 후원회원이 신분이었다. 이들이 후원한 금액은 월 1만원이 대부분이다. 국민투표제도가 있는 모든 나라 가운데 공무원의 소액후원까지 금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사실 시국선언을 했으니까 미운 것이다.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을 복역한 소설의 주인공 장발장, 경찰관 슬리퍼를 주워갔다가 최대 5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 인도네시아의 ‘샌들보이(가명·15살 소년)’가 생각난다. 진보에 되로 줬다가 보수에 말(斗)로 보복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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