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신청후 매출 급신장…채권단도 긍정적
쿠어스, 백화점, 소주공장 등 회생 근거지

진로그룹이 부도유예협약이후 화의신청에 들어간 뒤 오히려 매출이 급신장하는 등 회생을 위한 움직임에 탄력이 붙고 있다.

부도유예협약대상 기업에 선정된 진로그룹이 화의신청을 낸 시점은 지난 9월초로 두달째가 다 되어가고 있다. 이때만해도 진로 그룹의 회생전망은 불투명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라는 국가경제의 흐름과 악성채무라는 아킬레스건을 지닌 그룹상황이 전망을 시계제로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영환경을 만난 진로가 지금 이상하다고 할 만큼 큰 일을 저지르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올린 매출액이 9천2백억원으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38%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상이익은 지난해보다 2배인 3백30억원을 올렸는데 수익률이 제조업체의 평균 이익률 2%를 훨씬 뛰어넘는 5.6% 기록, 회사내 분위기는 한창 고무돼 있다.

정상기업에서 하루아침에 나락까지 떨어질 정도로 경영악화를 겪었던 회사가 이처럼 최악의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7일 청주시내 한복판인 철당간 주변에는 평범해보이는 직장인들이 대거 나와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는 단정한 제복차림의 청주시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곧이어 ‘충청도의 자랑 카스맥주’ 등의 문구를 담은 어깨띠를 두르고 호소전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회사살리기 가두캠페인에 들어갔다. 한 직원의 제의로 시작한 이 캠페인은 퇴근시간이후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아래 시내중심가의 요식업소를 비롯, 소매점 유흥업체 주류판매코너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직원 자구노력에 지역 동조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일부업소에서는 아예 자체경비로 진로 돕기 현수막을 제작해 부착하고 주류도매상들은 거래조건을 완화 해주겠다고 제의해 오는 등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애사정신에서 나선 직원들의 맨발 뛰기식 몸부림만으로는 진로의 매출 급신장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진로 청원공장은 지금 5대 절감운동을 통해 살빼기와 효휼증대를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력을 비롯, 용수 포장 재 소모품 통신 등 5대부문에서의 절감운동을 통해 경쟁력 30%이상 향상을 위해 발벗고 뛰고 있는 것이다.
청원공장(공장장 조현철)이 이 운동를 전개하면서 채택한 접근 방식은 독특하다. 진로는 우선 ‘절약=생산’ 이라는 생산량 개념을 도입했다. 개인차원에서는 미미할 지 모르지만 전체사원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그 효과는 적잖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를위해 회사측에서는 종업원들이 실제 절약했을때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월 1회이상 추진실적 보고를 통해 반복적으로 피드백(Feedback)을 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예를들면 전등 1개를 24시간 덜 켰을 경우 43.9원 절감효과가 있으며, 물 60리터를 절약하면 78원이, 외부전화 한통화를 자제하면 얼마가 절감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제시를 통해 목표지항성을 부 여한 것이다.

5대절감 운동 전사적 전개
조현철공장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국적으로 용수를 지금의 소비량에서 10%만 절약해도 960 억원이 절감됩니다. 이것은 회사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회사에서는 바로 이같은 생각에서 비상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특단의 노력으로 우리가 해 낼 수 있는 운동들을 지금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위해 위 장 1명, 실무위원 4명으로 이뤄진 절감실무위원회를 구성, 절감 방안 및 종업원 참여방안 연구, 검토, 홍보, 교육및 성과측정, 보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 니다”
조 공장장은 “올들어서 이렇게 한 결과 지난 9월말현재까지 전년동기 대비 총절감액이 1100만 원에 달했다”며 “비록 적은 결실 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진로화생에 가장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는 것은 생산품목들이 시장경쟁력을 찾아가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맥주와 냉장고 등 제조업 종과 공공서비스업종에 대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회장 송인상)의 조사결과가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끈다.

카스맥주 만족도 1위
성인남녀 3천1백76명을 대상으로 3개업종 44개 제품및 서비스부문에 대한 만족도(최고 100) 를 조사한 결과 TV와 PC 맥주 냉장고 등 제조업부문의 제품들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 38.7에비해 크게 높아진 48.0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및 공공서비스업종의 만족도는 각각 38.7, 35.1로 지난해보다 3.4-2.1씩 떨어졌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제조업종 가운데 맥주부문에서 만족도 1위 기업및 제품으로 진로의 쿠어스맥주가 꼽혔다는 사실이다. 소주와 맥주등 (주)진로의 주력상품에 기업회생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진로입장에서는 보통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수출용 진로소주의 경우 일본의 86개 소주업체중 단일브랜드로 당당 2위를 차지하고 미주와 구주 아프리카등 전세계 8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는 점등 해외시장에서의 선전도 진로의 매출급신장과 이에따른 높은 회생전망을 가능케하는 주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의개시 결정 3개월후쯤 김광식 진로그룹 충청호남영업본부장은 “현재 그룹전체의 빚이 2조원으로 사실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지만 임직원들이 단합하고 지역주민들이 애정을 갖고 있는 조건속에서 화의신청이 최종결정 돼 이자부담이 줄고 부채 분할상환이 가능해지면 재기는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며 “그리고 부채 상환을 위해 소유 부동산의 매각과 (주)진로, 백화점, 건설부문 등 5-6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열사는 처분한다는 것이 그 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렇게 될 경우 충북지역 이 진로회생을 위한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채권단이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은 채무의 이자율관계와 지급조건을 놓고 한창의견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3-4개월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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