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최대의 금광, 무극광산을 찾아서

국내금생산의 9할 차지 ‘노다지 땅’
영풍산업(주)2백여직원, 금맥찾아 비지땀

기대에 못미친(?) 첫인상
한국판 ‘황금의 땅’ 엘도라도(El Dorado). 국내에서 생산되는 총 금 산출량의 9학을 차지하는 금광. 교과서에까지 그 이름이 올라있는 노다지.

이름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있는 영풍산업(주) 소유 무극금광은 현장을 처음 방문한 기자의 눈에는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인지 오히려 실망스럽게 다가왔다.
겉보기에 광산이라기 보다는 퀀셋 막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마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자재 생산공장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노다지는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 누워있었다. 영풍산업 무극광산 현장소장이자 상무이사 정관이씨는 지난 23일 오후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대뜸 “지금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발아래 지하 800m에서는 광부들이 금맥(金脈)을 찾아 착암작업및 발파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며 “그 정도 깊이면 일반인들로선 지레 숨이 막혀 단 10분도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고 갱내에 직접 들어가 취재하려는 기자를 은근히 겁줬다.

그리고 “지금은 오후라서 한창발파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니 갱내 취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한술 더떠 직접적인 위협(?)마저 가해왔다. 기자는 이같은 잇딴 경고를 들으면서 회사측에서 어떤 말못할 속내를 감추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달리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지하에서 채취한 원광석을 지상에 끌어올려 분쇄-정련하는 선광작업 과정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 막장에서 비트로 금맥분의 암석에 구멍을 뚫은 뒤 젤라틴 다이너마이트와 안포(An-Fo)장약을 이용, 발파해 채굴한 원광석(crude ore)은 로커 샤블이라는 일종의 큰 기계삽에 의해 광차에 실려 800m위 지상으로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그런 다음 지상에서는 거의 자동화된 과정을 통해 원광석을 자르고 부숴 금을 뽑아내는 일련의 공정에 들어가고 있었다.

100만분의 7을 찾는 작업
무극광산은 현재 남북으로 뻗은 10개의 금광줄(맥상)이 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금광맥이라고 하지만 육안상 원석에 금 고유의 

빛깔인 노란색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대해 정관이 상무는 “무극 광산의 경우 금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금함유량이 원석 1t(100만g)당 7g에서 30g에 이르고 있다”며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원광석의 금함유비율은 기껏해야 0.0007%에서 0.00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다지 노다지해서 굉장할 것 같지만 실은 일반 돌을 캐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아하 그랬구나. 기자는 이같은 설명을 듣고서야 당초 갱내출입을 꺼려하던 회사측의 의도에 대해 ‘혹시 외부인에 의해 금싸라기 원광석이 유출될까봐 의심해 그러는 것 아닌가하고 품었던 무지의 오해를 품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측이 갱내출입을 꺼려한 진짜 이유는 외부인의 출현이 가져올 작업방해 및 혹시 모를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에 대한 우려때문이었음도 알게됐다.
원광석은 일단 분쇄기에 의해 성글게 쪼개진 뒤 물과 함께 섞여 분마기에 의해 보다 미세하게 부수는 마광과정을 거쳐 못쓰는 돌가루와 금가루를 분리하는 공정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단계에서 쓰이는 약품이 시약. 금과 친한 시약과 돌가루와 친하게 어울리는 시약을 동시에 투입하면 금을 함유한 부분은 위로 뜨고 돌가루는 이래로 가라앉게 된다.

“이렇게 해서 위로 뜬 금함유 부분을 걷어내는데, 이를 정광(精鑛)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경남에 있는 자매회사인 ‘고려 아연 온산제련소’에 정광상태로 전량을 매각합니다.”
정상무는 “제련소로 보내는 정광의 금함유 비율은 1t당 650g, 즉 0.065%로 높아진다”고 설명 해줬다.

1년에 약 1t 순금 생산
그러면 제련소에서는 정광을 정화-침전-전기분해-주형뜨기 등 7단계를 거쳐 99.99%의 순 금덩어리, 즉 금괴로 만들어낸다.
이것을 이 세계에서는 9가 4개 라는 뜻에서 포 나인(four-nine) 상태로 정련(精鍊)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된 금은 전량 국내수요로 돌려진다고 한다.

무극광산에서 순금기준으로 1년에 생산하는 금의 양은 대략 1t에 이른다. 96년의 경우 정확하게 959kg이었다. 이 양은 국내 총생산량 1060여kg의 90%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국내 총수요량(96년 추정치 1만4265kg)에 비하면 채 10%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금과 함께 나오게 마련 인 은(銀)은 5511kg, 즉 5.5t에 달했다.
그러면 무극광산에서 지난 1년 간 생산해 낸 금과 은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회사측에서 정확한 수치를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추정치를 잡아낼 수 있었다.

우선 금의 경우 지난해 평균 금 시세를 1온스(약 31g)당 355달러, 즉 1g당 약 11달러로 잡았을 때 금채광만으로 약 1050여만 달러(94억여원)를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은 생산에 따른 매출액은 1온스당 약 4.5달러였던 점을 기준으로 하면 80만달러(7억여원). 결국 무극금광의 지난해 1년 매출액은 100억원을 조금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 채굴 가능량은 무한
또 하나의 관심거리. 무극금광의 금 채굴가능량은?
정상무는 “이론적으로 볼때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금의 국제시세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금광유지의 최대관건이라는 것이다.

97년 9월현재 금시세는 1온스 당 324달러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때 400달러선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폭락한 것과 다름없다. 이때문에 무극광산의 올해 채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저희들이 보기에 어느정도 채산성을 유지하면서 금광을 계속 개발하려면 금시세가 최소한 1온스당 350-360달러는 돼야 합니다. 앞으로 시세가 어떻게 변동 될지 모르지만, 이때문에 회사에 서는 무극금광의 안정적 채굴가능기한을 오는 2003년까지로 잡고 있습니다. 시세가 나쁘면 아무리 금맥이 있어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적자만 안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곧 시세가 회복되지 않겠습니까.”

무극금광은 1913년 일본인에 의해 개발돼 1943년까지 운영되다 광산 정비령에 의해 1차 휴광을 겪는다. 그리고 해방뒤 1953년 대명광업(주)가 인수해 1972년까지 운영되다가 금맥의 소진으로 다시금 2차 휴광, 긴 잠을 자던 끝에 지금의 영풍광업이 1984년 사들인 뒤 새 금맥 발견에 성공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84년 이후 현재까지 영풍 광업이 무극금광에서 채굴해 낸 금은 총 1만293kg에 달한다.

무극금광에서는 지금도 깊고 어두운 지하 막장에서 금맥을 파헤치는 광부 140명과 감독직 등 관리직 50명을 합해 모두 1백 90명이 우리나라 최대의 노다지를 캐내며 국내 금생산의 맥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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