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상금에 마을 ‘두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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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상금에 마을 ‘두동강’
  • 권혁상 기자
  • 승인 1997.09.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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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저지서 주민들 보상금 수용 결정
‘차등 배분’ 불만 고발사태로 비화

9월10일 청주지범 201호 법정에는 돈에 찢기고 멍든 시골인심이 재판대에 올랐다.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받은 위로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어긋나자 주민들간에 볼썽사나운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의 진원지는 청원군 옥산면 동림리. 옥산면에는 80년대부터 석산골재 업체가 집중적으로 들어섰고 90년도에는 제지공장, 골프장까지 터를 잡아 환경파괴의 피해가 심각한 곳이다.

석산골재를 실어나르는 대형트럭이 마을앞 신작로를 쉬지않고 오가고, 인근 하천은 발 담그기도 꺼릴만큼 오염이 극심해지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환경오염이 예상되는 업체의 입주를 적극 반대하고 만약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충분한 보상금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옥산면 동림리가 바로 이러한 상황에 빠져들었고 결국 ‘돈앞에 의나지 않는 형제없다’는 말처럼 서로간의 불신과 반목이 싹트기 시작했다.

시사주간 《충청리뷰》는 옥산면 하동림 주민들이 제기한 ‘부당 이득금 반환소송’을 중심으로 옥산면 일대에 벌어진 환경권 분쟁을 재조명했다.

옥산면 동림리와 강외면 공북리등 6개 마을 사람들은 지난 96년 1월부터 옥산레저(대표 박창수)가 추진중이던 뉴청주골프장(현 떼제베 골프장) 건설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건설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은 순번을 정해 밤낮없이 진입로를 막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대투쟁을 벌인 지 10개월만에 옥산레저측은 13억원에 달하는 주민위로금을 지급하게 된다. 최종 합의를 하기까지는 서로간에 업무방해 · 폭력행위등에 관한 맞고소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정신적 · 물질적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회사측은 기왕에 허가받은 골프장 건설사업이 주민들의 진입로 봉쇄로 늦어지면서 허가취소를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주민들은 동네별로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섰지만 10개월이라는 장기간 대치국면이 계속되자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결국 13억원에 달하는 위로금이 6개 마을에 분배됐다.

동림리의 경우 총 2억2천만원으로 합의하고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회사측에서 책임진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동림리는 상동림, 하동림, 금성으로 불리는 3곳의 자연부락으로 구성돼 있다.
골프장 건설반대를 위해 동림리 주민들은 유태용 이장(43)을 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동네별로 총 5명의 대책위원을 정했다.

지친 주민들을 독려하며 어렵사리 진입로 봉쇄작전(?)을 이끌어온 대책위원들은 막상 2억2천 만원이라는 큰돈을 받고보니 사후처리 문제가 더 큰 고민거리였다.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학생 장학금으로 지급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가구별로 분배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62가구로 구성된 동림리는 2억2천만원의 위로금을 분배할 경우 가구별로 3백만원 가량이 돌 가가는 셈이었다.
하지만 가구별로 균등분배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공사장 진입로에 밤낮으로 나와 고생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가뭄에 콩나듯 얼굴 한번씩 비친 사람도 있는데…, 다 똑같이 나눠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 대책위원들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농성현장에서 체크한 출석부를 놓고 출석일수에 따라 분배를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보니 제일 앞장서서 고생한 대책위원들에게 좀더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내고 주민총회에 보고를 하고 결정한 것이다” 동림리 유태용이장의 말 이다.

대책위가 잠정결정한 안은 대책위원의 경우 7백만∼1천5백만원, 일반 주민들은 1백만∼3백 50만원씩 차등지급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총회에서 만만치않은 반론이 제기됐다. “아무리 대책위원이지만 주민들보다 10 배나 많이 가져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총회에서 대책위원들은 빠지고 다시 위로금 처리문제를 상의할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하니 참석한 주민들이 전부 찬성했었다.

그래서 최종 결정한 것이 대책 위원에게는 1지분 이외에 2백만원씩을 더 주고 주민들은 모두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서 자기네들 결정한대로 안하면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갖다 준다고 반협박을 하는 바람에 물정모르는 아줌마들이 그냥 돈을 받고 영수증에 사인해 준 것 이다.”

대책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하동림 마을대표 손재홍 씨의 말이다. 대책위가 작성한 주민위로금 배분 내역서에 따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대책위원들이 각각 7백만원, 유이장이 1천5백만원을 받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장단협의회, 새마을지도자 협의회, 옥산면사무소, 옥산파출소 등에 각각 50 만원씩 분배한 것은 자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또한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균등분배 주장의 취지가 완전배제 된채 최하50만원에서 5백만원까지 차별분배한 것은 불만의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책위원 가운데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자기앞으로 돈받고 가구별로 나눈 것도 받고해서 이중으로 챙긴 사람도 있다.

또 교회도 가구별 분배금 3백만원을 받고 다시 대책위원으로 활동한 목사 앞으로 9백만원을 받았으니 이것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하동림 주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유이장과 대책위원들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말이 좋아 공평분배지 그렇게 했으면 더 큰 일이 났을 지 모른다.

이번에 소송을 낸 사람들은 그 날 분배문제로 총회할 때 눈에 불을 켜고 대들던 사람들이다. 농성장에는 열심히 나오지도 않고 앞장서서 일한 사람들, 돈 몇푼 더 가져간다고 시비걸어서 그 돈을 뺏어내자는 속셈이다.

하지만 분배금을 받아갈 때 이 사람들도 ‘위로금 배분에 찬성하고 앞으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는 내용이 적힌 영수증에 도장을 찍었었다.

이제와서 엉뚱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장했다.
결국 하동림 주민들은 민사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양측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지난 10일 첫 재판을 시작했다.

불과 5백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웃 사촌들 사이에 이젠 건 널 수없는 긴 강이 가로놓이게 됐다.
하동림 주민들이 마련한 소송 비용도 따지고 보면 위로금 분쟁의 한 사례에 포함되는 돈이었다. 동림리 인근에는 서룡개발, 한국 레미콘, 대성개발등 3개의 석산 골재 사업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는 지난 93년부터 동림리에 해마다 3백만∼5백만원에 달하는 위로금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각 업체의 위로금으로 적립된 마을기금은 총 2천만원이었으나 골프장 합의금 분배문제가 불거지면서 3개부락에서 공동분배하고 말았다.


결국 마을 공동기금은 사라졌고 서로간에 법적분쟁이 발생하면서 변호사 선임비용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이익을 위해 조성한 기금이 오히려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는 종자돈이 퇸 셈이다.
동림리의 법적분쟁은 떼제베 골프장의 합의금 분배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석산골재 업체의 허가과정에서 첨부된 주민동의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지난 96년 5월 한국레미콘 채석장의 허가과정에서 동림리 주민들의 인장이 도용됐다는 것이다. 특히 채석장에 인접한 하동림 주민들은 유태용 이장이 자신들의 반대의사를 무시한채 허위로 동의서를 작성했고 위로금 협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5백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한국레미콘 채석장에서 발파작업을 하는 바람에 집에 금이가고 소가 유산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서 5월달에 회사측에 항의를 하니까, 96년도에 합의금을 1천만원 건네줬기 때문에 더이상 책임질 수 없다는 얘기였다. 확인해 보니까, 반장회의에서 동의해 주기로 하고 주민들 도장를 그냥 찍어준거다. 그러니 답답한 노릇 아닌가, 제일 가까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우린 데 엉뚱한 데서 합의를 해주고 말 았으니…,” 역시 하동림 손씨의 주장이다.

동림리에서 정기적으로 주민위로금을 받고 있는 석산골재 업체는 서룡개발, 대성개발, 한국레미콘 등 3개사다. 지난 93년 서룡 개발을 시작으로 매년 일정액의 주민위로금을 내놓고 있다.
서룡은 연 5백만원, 대성개발 4백만원씩이며 지난96년 채석 허가를 받은 힌국레미콘은 매년 5백만원씩 지급하되 해마다 10%씩 인상시켜 오는 2000년 에는 7백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공증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96년 첫해에는 주민위로금과 별도로 마을교회측에 똑같이 5백 5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대해 하동림 주민들흔 유태용 이장과 L목사가 마을 일을 해결하면서 공평성을 잃고 서로 간에 사사로운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0장로와 노목사 사이에 미묘한 갈등관계가 형성 되면서 주민들의 분열이 가속화 됐다는 후문이다.

L목사는 대책위원으로 골프장건설반대에 앞장섰고 0장로는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골프장 현장인부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유태용이장은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있다. “한국레미콘 문제는 총회에서도 얘기가 됐었고 집집 마다 도장을 받자고 하니까, 반장 회의에서 그냥 우리 집에 보관된 주민들 목도장으로 일괄적으로 찍으면 된다고 하길래 그렇게 한 것이다.

서룡 · 대성개발도 다 그런 식으로 동의한 것인데 어째 지금에와서 시비를 거는 지 알 수가 없다. 시골에서는 옛날에 새마을사업 할때부터 집집마다 이장집에 도장을 하나씩 맡겨둔 게 있었다. 거기 사람들이 경찰에 진정서도 내고 했는데 이미 무혐의로 판명 난 것이다.” 유이장은 한국레미콘 문제마저 또다시 고발사태로 비화되자 몹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하동림에서는 유이장과 대책위원들이 사과를 하고 부당하게 분배된 위로금을 반환한다면 모든 소송을 취하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하동림 사람들은 지난 5월 한국레미콘에 민원을 내 세워 추가로 3백만원을 받아갔다. 골프장 위로금도 각자 이의없다는 도장을 찍고 돈을 받아갔는데 뒤늦게 엉뚱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로 하두 시달리다 보니 지난 8월말에는 대책위원을 맡았던 이상복씨(48세)가 집에서 느닺없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죽었다. 아직 한창 나이인데 뭐때문에 심장마비로 쓰러졌겠는가? 하도 분해서 우리도 무고죄로 맞고소하려고 했지만 차마 낮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관계자의 말이다.

두 마을 주민들의 감정상태가 이 정도면 이미 공동체의 삶은 두 동강난 셈이다. ‘콩 한쪽도 나눠 먹자’던 우리네 인심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철저한 배금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옥산면동림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95년 강외면 호계리에 신호페이퍼공장이 들어서면서 전체 48가구에 집집마다 1천1백만원의 위로금이 뿌려졌었다.

하지만 지하수 고갈, 고압선 통과등에 따른 민원이 불거지자 동의에 앞장섰던 몇몇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의 눈총을 받으며 청주시내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옥산면에서는 지단해 10월 면 유지들로 구성된 석산대책위원회가 석산골재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1억2천여만원의 지역기금을 일부 유용한 사실이 옥산청년회로부터 제기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군의원과 마을번영회장등이 주민들 앞에서 청문을 당하는등 과거에는 상상치도 못할 장면이 벌어졌다. “그 분들은 어느모로 보나 우리 지역의 어른들이다. 한데 1억원이 넘는 큰돈이 마을기금으로 운용되는지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자금지출 내역도 의혹투성이라서 결국 무리한 방법으로나마 진실규명 작업에 나선 것이다. 처음에 석산골재 반대운동를 할 때는 정말 사심없이 앞장섰던 분들인 데…, 돈이 뭔지 안타깝 답답한 노릇이다” 옥산청년회 관계자의 말이다.

환경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은 “현지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행정관청에서 허가는 다 내 주고, 뒤늦게 주민들이 나서봐야 허가취소되는 경우도 없다. 그럴 바에는 최대한 물질적 보상이라도 받자는 것이 인지상정아니겠는가?”라며 자신들의 막다른 선택에 대해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피해방지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만 한다.
말그대로 환경은 후대로부터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 다. 어느 누구도 개인의 이익을 앞세워 돈과 맞바꿀 권한은 없다.

환경권의 매매행위는 동림리의 예에서 보듯이 현재의 이웃들과 원(怨)을 쌓는 일이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큰 빚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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