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강혜숙 의원 유일···정당·여성계·여성 스스로 노력해서 정치 입문해야

충북은 현재까지 17대 국회에서 강혜숙 의원(열린우리당·비례대표)을 낸 게 전부다.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성적표다. 강 전 의원이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명맥이 끊겼다. 그는 당시 청주대 무용과 교수이면서 충북여성민우회 대표였다. 충북여성민우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우리당에 유리한 바람이 불자 여성의원 한 명 내보자며 적극적으로 뛰었다. 강 전 의원은 혼자 나가서 비례대표의원이 된 게 아니라 여성들의 결집된 힘으로 됐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당시 그는 “여성운동의 선상에서 출마했고,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운동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절반도 여성이어야 한다. 여성의원 비율이 최소 30%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강 전 의원은 또 “나는 국회에 들어갈 때부터 한 번만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지만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는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여성들이 더 성실하고 학연·지연·혈연으로부터 자유로워 부패지수도 낮다. 모든 분야가 상층부로 갈수록 여성들이 적은데 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성 국회의원을 내려면 제도보완과 국민의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중앙은 중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를 위해 했던 ‘남녀동수 19대 국회만들기 토론회’같은 행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09년 학교도 그만두고 청원군 남일면 가중리에서 살고 있다. 생명·자연주의 삶에 관심이 있고 무속공부를 하고 싶어 시골로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신문사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남녀동수 19대 국회만들기’ 토론회를 열었다.

“정치하려면 좀 뻔뻔해져야 한다”

현재 충북에서 여성정치인이라고 하면 지방의원들 밖에 없다. 여성계는 정치로부터 소외돼 왔던 여성들을 우대해줄 것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 그 덕에 지난 2000년 2월 정치관계법이 개정되면서 정당법에 여성후보공천할당이 명시됐다. 그래서 지방의원의 경우 98년 2%에 그쳤으나 정당공천제 도입으로 2006년 14%, 2010년에는 20%로 증가했다.

충북은 2006년에 비례대표 18명, 지역구 2명 등 총 20명이 지방의회로 들어갔다. 그리고 2010년에는 비례대표 18명, 지역구 11명 등 총 29명이 진입했다. 통계상으로는 확실히 증가추세에 있다. 하지만 전국평균에는 미치지 못한다. 충북은 또 이제까지 여성 자치단체장 한 명 탄생시키지 못했다.

충북지역에서는 선거 때마다 여성 후보가 없다고 말한다. 올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계도 총선, 지방선거가 끝나면 평가토론회를 열고 항상 다음 선거 때는 꼭 후보를 내보자고 결의하나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그럼 왜 후보가 없을까.

최광옥 청주시의원은 “여성은 출마하려면 집안에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치를 못하게 하는 집안도 많다. 남자들은 선거 때 친인척·친구·선후배 등으로부터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데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다. 혼자 고군분투 한다고나 할까. 선거 하려면 돈과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이 두 가지가 월등히 부족해 출마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학연·지연·혈연을 ‘관리’하는데 여성들은 그런 의식이 없다. 그래서 조직면에서 밀린다. 또 상대적으로 돈도 없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면에서 열세에 있다보니 출마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라는 게 여성들의 얘기다.

이와 관련 최광옥 의원은 “출마하면 후보의 모든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없는 얘기까지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여성들은 이것을 참지 못한다. 정치하려면 좀 뻔뻔해져야 하는데 뒤에서 흉보는 것이 무서워 피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청주시의원·충북도의원을 합쳐 5선 의원으로 도내 최다(最多) 여성의원이다.

정당 여성위원회, 뭐하는 곳이야?

그런가하면 모 정치인은 “남성들은 중앙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고 고향으로 내려와 출마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성들은 이 게 안된다”며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 남성들과 격차가 벌어져 나중에는 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또 최미애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룬 나라들은 모두 국가가 여성우대 정책을 썼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정치판에 나가기 힘들다. 정치를 하려면 정당에 들어오는 게 보편적인 일인데 정당은 남성들의 영역이고 남성들이 장악한 곳이기 때문인지 여성들이 설자리가 없다. 그래서 여성들이 정당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고, 정치를 아직도 멀게 느낀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에게는 정당의 문턱이 높고, 들어가도 존재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당에서 여성의 역할과 권한은 매우 약하다. 여성위원회가 있으나 활동이 별로 없고, 여성정치인을 키우는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민주당충북도당은 통합 후 아직도 여성위원장을 뽑지 않고 전 위원장이 어정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여성위원회는 정례적인 회의도 열지 않고, 여성정치인 발굴을 위한 세미나나 행사도 별로 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충북도당 역시 여성위원회가 있으나 정례적인 회의를 하지 않고 있다. 여성위원회와 위원장에게는 여성에 관한한 권한을 줘야 하나 별로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 여성 정치인을 탄생시키려면 정당, 여성계, 본인의 노력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정당·여성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후보를 발굴하고, 여성들도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선거 때만 인물난을 걱정할 게 아니라 평소 여성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있는 것도 못 쓰고 있는 형편이다.

정당에는 여성자원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으로 여성발전기금이라는 게 있다. 통합민주당 관계자는 “중앙당에 프로그램을 올리면 강사료·장소임대료·현수막 제작비 등 행사에 필요한 경비를 준다. 이 기금으로 지방의원워크숍·의원실무교육 같은 것을 했다”고 말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런 행사는 여성자원 발굴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들이 정치와 사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취지이지만 이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의 여성위원장은 여성계와 소통하며 행사에참석하고 정당을 알리는 일에도 나서야 하지만 도내 정당들은 모두 소극적이다. 모 씨는 “여성위원장은 비례대표나 받는 자리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지금부터 4년후를 대비하자

그리고 여성계 역시 능력있는 여성을 발굴해 국회나 지방의회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충북지역에서는 충북여세연이 ‘딸들의 정치리더십 캠프’와 ‘여대생 직업탐색 프로그램’ 등을 열어 어릴 때부터 정치와 가깝게 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숙자 대표는 “이제는 정치를 직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졸업하고 정계로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보좌관·사무처 직원 등 상당히 많은 자리가 있다. 여성들도 정치를 생계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미애 위원장은 “정당과 시민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여성단체다. 이 여성단체는 정당에 여성할당을 요구하고, 능력있는 여성을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도내 여성계는 너무 조용하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4년후를 대비해야지 손놓고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공천 줄건지 안 줄건지만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하면 여성 자신들도 선거에 출마해 선거판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충북이라는 보수적인 동네에서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지만, 남성과 동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공약을 개발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정치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남성들은 몇 번씩 낙선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출마하는데 반해 여성들은 낙선 한 번 하면 정신적으로 큰 병을 앓고 포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선거판에서 낙선하는 경험도 약이 된다고 정치인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정계에 입문해야 하는 이유는 잘못된 법·제도개선을 통해 성평등사회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성은 생물학적 성만 여성이 아니라 여성의식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돈·조직 없는 여성들도 정치인 될 수 있다
일본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 현재 34명 의원 활동중

일본에는 여성정치세력 운동인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이 있다. 지난 80년 가나가와현 생협 조합원들이 7개 시의회에 ‘합성세제 추방대책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청구했으나 모든 시에서 부결되자 스스로 의원 만들기에 나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진출을 위해 개인이 해야 할 일을 이 운동단체에서 해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정책을 개발해서 여성 정치인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돈이 없고 조직이 없는 여성들도 의회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 83년 가와사키시의회에 의원 1명을 당선시킨 이래 현재까지 무려 34명의 의원을 만들었다.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이 내건 3대 이념은 시민의 정치참여 확대, 생활정치 추진, 시민민주주의 육성 등이다. 재정은 3300명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의원 의정비로 충당한다. 의원은 의정비를 받으면 이 단체에 전액 내놓고 여기서 월급을 받는다. 이들은 여기서 모은 돈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하거나 선거비용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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