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일 천막농성 불사…전주시의장 “내 모든 걸 걸었다”

지난 한 주 전주시의회가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 7일 전주시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주요골자로 한 ‘전주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주 지역의 8개 대형마트와 88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둘째·넷째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1차 1000만원, 2차 2000만원, 3차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주시의회 소식에 도내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전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형유통사의 횡포가 심해질 무렵 상인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장 먼저 대형마트에 맞선 시민운동의 진원지가 청주였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확산, 청주가 최초

2009년 4월 15일 청주시재래시장상인연합회와 충북슈퍼마켓협동조합, 충북경실련 등 24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2009년 6월에는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홈플러스 청주점에 대한 불매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또 그해 7월에는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해 소상인 1000여명이 점포문을 닫고 홈플러스 청주점 앞에서 철시투쟁을 벌여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의 관심은 기대 이하였다. 전국의 언론사들이 앞 다퉈 보도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었지만 당시 상인들의 철시투쟁을 지지하러 나온 정치인은 지역구 도의원과 시의원 몇이 전부였다. 이후로도 여론에 떠밀려 간신히 발맞추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시의회의 조례 개정안이 통과하자 충북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전주시의회에서 대규모 점포 등의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한 조례가 통과된 것을 환영하며, 충북도내 지자체와 의회도 하루 빨리 조례 개정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한다. 청주시는 2, 3월 중에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한다는 계획만 있고, 청주시의회도 3월 회기에서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역 중소상인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며 정치권과 지자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어렵사리 조지훈 전주시의장과 전화인터뷰가 성사됐다. 조 의장은 조례 통과이후 연일 5~6차례씩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다른 업무를 전혀 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입을 뗐다. 가장 궁금한 점은 어떻게 매번 전주시의회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냐는 점이었다. 전주시의회는 그동안 대형마트 관련 규제법 외에도 사회적기업, 여성기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련 조례 제정에서 ‘전국 최초’를 놓치지 않았다.

조 의장은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서민경제나 지역경제 등에 대해서는 의원 모두가 한마음이다. 이번 조례 개정안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동하는 젊은 의원들이 많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시의회는 전국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의회로 손꼽힌다.

바위도 흔든 ‘계란’
하지만 결코 노력없이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전주시의회의 쾌거는 노력의 산물이다. 조 의장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104일 동안 대형마트 옆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했고, 결의문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1만배에 돌입했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을 위한 공동대책위도 구성했다. 조 의장은 “대형마트와의 싸움에 의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서명운동으로 이어졌고, 재래시장 이용하기 운동과 대형마트 이용 안하기 운동도 시의회가 주도했다. 전주시의원들은 대형마트가 한참 혼잡할 시간에 만원짜리를 10원짜리로 교환해 장을 보는 과격한 행동도 불사했다. 조 의장은 “10원짜리 1만원이면 한사람이 두 시간을 카운트에서 지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들이 처음에는 비웃었다. 그래서 계란이지만 바위를 쳐보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바위를 치니 흔들리더라”고 말했다.

조 의장은 “큰일을 했다기보다는 사실 이제 시작이다. 나 개인이 한 일이 아니라 의회 전체가 이뤄낸 성과다. 의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전국적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파장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그만큼 시민들이 원했던 일인 것 같다”며 “청주시의회도 전주시 못지않게 영세상인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지키는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전주시의 경우 동참하고 응원해준 전주시민과 시의회, 지역 언론의 역할이 컸다. 누구 하나라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관련 조례 3월에는 본회의 통과하나
육미선 의원 발의로 전부 개정…“시기보다 실효성 중점”

전주시의회의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청주시의회의 발 빠른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관련 조례 개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청주시의회는 3월 임시회에서나 상정할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의회는 관련 조례 개정을 육미선 의원(민주당·재정경제위 부위원장)의 발의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도 본회의 통과는 3월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변수가 발생할 경우 본회의 통과 시기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육 의원은 시기보다도 실효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 의원은 “기존 조례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전부 개정이 될 것”이라며 “오는 15일 진행되는 지경부와 지자체 실무담당자간 회의 내용을 살피고, 상위법에 근거해 실효성있는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 의원은 “그동안 청주시 조례가 대부분 집행부에서 만든 것이라 표준안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전부 개정을 통해 기존 조례는 물론 전주시 조례에서 발견된 충분하지 못한 부분까지 보완한 개정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