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신우기획 대표)

어디를 가나 ‘탄핵’으로 시작해서 ‘총선’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낮에는 어린이들의 입에서도 쉽게 ‘탄핵’이라는 말이 오가는 것을 보았는데, 밤에는 엄마들의 작은 모임에서 대표가 탄핵되었다는 ‘동네뉴스’를 들었다. 이러니 아무리 시국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해도 ‘탄핵’이야기를 접어두고 딴 소리를 한다면 정신이 온전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힘들 듯하다.

탄핵정국을 통해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국민을 대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이 규정한 헌법기관으로, 그 가장 중요한 본질과 사명은 국민을 대의하는 것이다. 이번 탄핵소추를 추진한 국회의원들도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하자 가장 먼저 대의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행위를 강변하고 있다. 국민이 선출하여 위임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에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행동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탄핵소추를 강행한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의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임기인 4년 동안은 자기 마음이고, 자기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리행사인양 주장하는 것이다. 대단한 착각이다. 아주 뿌리깊은 착각이다.

탄핵소추 이후 의원들의 행동을 보면 더 비참해진다. 탄핵소추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저항을 방송의 편파보도, 홍보부족 탓으로 돌리고, 특정 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몰아세웠다. 전혀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의 국회가 바로 그런 것이고, 그들에 의해 대의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이 왜곡의 뿌리는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정치이고, 임기 4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은 4년에 한번이고 당장 국회에서 활동하는데는 지역당에 뿌리박은 당 지도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4년에 한번 눈 딱 감고 허리 굽히고 다니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은 당의 눈치를 보게 되고, 서서히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어 국민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착각의 병이 가장 깊은 임기말에 마침내 엄청난 사고로 터진 것이다.

그러면 이 착각은 이들 국회의원들만의 문제인가? 집회의 격렬한 구호처럼 국회의원을 다 갈아치우고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으면 대의정치가 자리잡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 미미한 개선의 효과는 정도의 차이로만 나타날 것이다. 더 깊은 뿌리는 우리 사회에 아직 올바른 대의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이 올바로 주민들을 대의하고 있는가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다수를 이룰 것이다. 안타깝게도 선출직은 임기동안은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정치권만이 아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우리 생활속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요즘 각급 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다. 학교운영위원회도 학부모와 교사와 지역을 대의할 위원들을 뽑아 학교 운영문제를 논의하는 기구이다. 임기도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학교 운영위원회 운영실태를 보면 학교 운영위원회가 대의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제출하는 학사일정의 진행을 피상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학부모들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원성이 극에 달해야만 문제를 느낄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학교 운영위원회가 보다 전향적으로 학부모와 교사, 지역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나는 무엇이든 학교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제일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새롭게 학교 운영위원으로 선출되신 모든 분들게 새로운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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