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의미의 논리>

-소종민 (공부모임 책과글·인권연대 숨 회원)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회에 놓인다. 지금 나의 선택이 부디 좋은 결과가 되기를 바라곤 한다. 선택은 어렵다.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너무 많다. 무엇을 가장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두어야 할지 모를 때조차 많다. 많은 배려와 고민 끝에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고른 것은 ‘무난한’ 것이 되곤 한다.

누구에게 무난한가. 바로 ‘타인의 시선’이다. ‘나’ 자신이 배제된 채 타인이 나의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다. 유력한 타인처럼 된다면 지금 나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속인다.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우리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감행하는 것이다.

삶에 금이 가고, 모든 것이 처참히 무너져 내릴 때, 유력한 타인을 따른 우리 스스로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모든 인생은 물론 몰락의 과정”인 것인가. ‘물론’이라니? 피츠제럴드는 이미 그러함을 알았던가.

그는 아마도 ‘죽음’이라는 종착점으로 빈틈없이 치닫고야 마는 ‘삶’의 본성을 잘 알았던 것 같다. 알콜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피츠제럴드는 말년에 <균열(The Crack-up)>이라는 산문집을 출간했다. ‘균열’을 굳이 우리말로 하면, ‘금’이다. 우리는 ‘금’을 긋고 ‘금’이 가고 ‘금’이 그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생도 어쩌면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금’이 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는 이미 무수한 ‘금’이 나 있는지도 모른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 H. 로렌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어떤 점에서는 다시는 좋은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몸과 마음에 나 있는 ‘금’을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전체가 파산으로 가는 모습?‘쾅!’?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그리고 흩어져 날아다니는 얼마간의 카오스에 불과하다고. 그러면 어둠으로부터 새로운 섬광이 되살아난다. 아무데도 없는 곳에서, 어찌할 수 없이.”

로렌스의 이 도저(到底)한 의식은 무엇일까. 갓프리 레지오 감독이 촬영하고, 필립 글래스가 음악을 맡은 다큐멘터리 <코야니스콰시(koyaanisqatsi)>에는, 대지와 건물과 산맥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어마어마한 재난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남자 대여섯명이 굵은 중저음으로 ‘코야니스콰시’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주문처럼 외는 가운데 말이다. 우리가 TV 뉴스를 통해 본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나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모습과 흡사한 광경이다. 대지에 조금씩 금이 가고 마침내 전체가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삶은 재앙인가. 그렇지만 이 재앙 앞에서 우리는 몇가지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망연자실하여 나머지 삶조차 내려놓는 허무주의의 길이 있고, 아니면 이미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무너져 내리는데도 부서진 조각하나를 애써 붙이는, 헛된 노력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재앙 자체를, 이미 금 간 것 자체를 수긍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운명애(amor fati)를 선택하는 것이다. 곧 무너져 내려도 동요가 없는 것, 마음의 평정을 지키며 사태를 맞이하는 것. 테렌스 말릭의 영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런 것이 아닐까.

들뢰즈의 <의미의 논리(Logic of Sense)> 계열 21과 22에는 ‘상처’와 ‘죽음’이라는 본원적인 사건 앞에서 우리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오직 자유인만이 하나의 유일한 폭력에 포함되는 모든 폭력들을, 하나의 유일한 대사건에 포함되는 치명적인 사건들을 포괄할 수 있다. 독재자가 동맹군들, 즉 노예들과 하인들을 얻는 것은 원한을 퍼뜨림으로써다. 사람들을 억압적인 질서에 참여하게 만들고 그 질서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존재로 만드는 원한으로부터, 오직 혁명가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상처로 원한을 품지 않고, 죽음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자가 바로 ‘자유인’이다.

삶과 죽음의 독재자보다는 삶과 죽음의 혁명가가 미학적으로 더 낫지 않은가. 발레리의 말처럼 “이미 끝난 시대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끝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미 재앙은 시작되었다. 탄생과 소멸의 사이는 짧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서로 사랑을 가르치고 배운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김수영의 <사랑>, 1961년)

신 간 소 개

가난한 집 맏아들
1만3000원/유진수/한국경제신문사

<가난한 집 맏아들>은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의 도덕적 의무, 경제적 의무에 대해 다루었다.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로, ‘성공한 맏아들’은 ‘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택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논리를 펼쳐나가는 이 책은 지원을 받았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1만5000원/ 백창화/ 이야기나무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지역에서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부부가 유럽에서 책의 아름다움과 책이 있는 공간의 그리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영국까지 35일 동안 4개국을 여행하며 유럽이라는 사회의 책 공간과 책 문화를 들여다보고, 도서관과 서점, 유럽 책 마을과 동화마을 등 각각의 주제별로 써내려간 글을 묶어냈다.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
1만3000원/ 게리네스너/ 라이프맵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끄는 협상의 힘! FBI 협상가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 20여 년간 FBI 인질협상가로서 활동하고, ‘협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창설된 FBI의 협상전담반인 긴급사건대응국의 책임자로 활동 중인 저자 게리 네스너가 도저히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술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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