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영양만점의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다. 자신이 조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새 얼굴에는 미소가 서렸다.

그런 그녀들이 밤새 잠도 못자고 울었다. 학교에 계신 교직원들보다 한참 낮은 월급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정규직이 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주특기를 가지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뿌듯함에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자리에 정규직 영양사 선생님이 들어온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수년 동안 일한 이 자리에서 잘린다는 사실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자신이 한번 쓰고는 버려진 ‘일회용품’이란 사실에 너무도 분하고 억울해 밤새 울었단다.

지난 1월 25일, 충북도교육청은 기간제 비정규직 영양사가 근무하고 있는 일부 학교에 정규직 영양교사를 발령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학교에서 묵묵히 일해 온 비정규직 영양사들과는 단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

더욱이 이 시점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 도교육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단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결국 비정규직 영양사들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이 해지가 돼 일자리를 잃게 됐다. 충북도교육청은 인사발령권은 교육청의 고유 권한으로, 기간제 직원의 계약만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한다.

충북도교육청에 노동인권이니 노동법이니 따지기 전에 역지사지를 권해본다. 당신들이 천직이라고 믿고 온몸을 다 바쳐 일하고 있는 교육청에서 느닷없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해고가 됐다. 아무 억울함도, 아무런 분노도, 아무런 상처도 없이 훌훌 털고 나갈 수 있을까? 아니다. 당해본 사람은 안다.

도교육청에 대한 분노, 배신감, 억울함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양, 자신의 잘못인양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와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장애처럼 씻을 수 없는 심각한 상처로 가슴에 박힌다.

도교육청이 사전에 비정규직노조와 대화만이라도 했더라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다. 영양교사 발령 전 청주지역에서만 8개 학교에서 영양교사를 채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영양교사를 이 학교에 발령만 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비정규 영양사들에게 어떠한 고통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미숙한 일처리가, 아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무심한 일처리가 한 개인에게는 씻지 못할 고통을 전가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동일업무에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라는 법이다. 충북도교육청처럼 2년이 되기 전에 자르라는 법이 아니다. 뒤늦게 해고자에 대한 우선 신규채용 약속등 공염불을 욀 것이 아니라, 이기용 교육감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나서면 된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해고 영양사의 계약해지 방침 무효를 약속하면 된다. 학교로 발령 난 정규 영양교사를 다른 학교로 발령 내면 된다.

그리고 비정규보호법에 따라 해당 비정규 영양사를 정규직으로 그 자리에 고용하면 된다. 잘릴 위기에 처한 비정규영양사들은 수년째 그 학교에서 아무런 무리 없이 급식업무에 종사해 온 베테랑들이다.

자판기의 일회용 컵만 봐도 쓰고 버려지는 자신의 처지와 너무나 닮아 눈물이 난다는 비정규노동자! 그들의 아픔을 충북도교육청이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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