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기로에 섰다. 충청권 정당, 정확히 말하면 대전·충남의 정당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회창 전 대표가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2선으로 물러났지만 심대평 대표 체제는 아직 공고히 구축되지 않았다.

선진당이 존재감을 회복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의외로 충북 총선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를 낸다면 두 말 할 것도 없고, 여러 곳에서 2위 후보만 내더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충북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전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천혁신을 부르짖는 새누리당의 공천탈락자를 이삭줍기하는 것이고, 둘째는 깜짝 스타를 영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두 선진당의 ‘나 홀로 구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이 합당과 후보전술을 통해 한나라당과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는 것처럼 보수정당 간 후보연합을 구사해야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이는 더더욱 현실성이 낮다.

선진당의 이삭줍기?…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
송광호 의원 “같은 보수지만 정치 여기서 끝내야지”
한창희 전 시장 “그리 간다면 무소속이나 마찬가지”

▲ 밀레의 <이삭줍기>
자유선진당의 이삭줍기는 아무래도 새누리당 낙천후보를 대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지역이자 현역인 송광호 의원이 버티고 있는 제천·단양은 선진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송 의원은 엄태영 전 제천시장, 민경환 전 충북도의회 의원 등과 공천을 겨루고 있다.

엄 전 시장과 민 전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한차례씩 기자회견을 열어 송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18대까지 5번이나 출마해 ‘징검다리 3선’으로 당선된 정치 경륜에 미뤄 이제 용퇴할 때가 됐다는 논리다.

선진당은 송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양탄자를 깔 태세다. 실제로 박현하 충북도당 위원장은 지난달 말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송 의원이 한나라당(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우리가 모시고 싶다. 아직도 의정활동에서 역량을 발휘할 에너지가 충분하고 과거 자민련 동지라는 점에서 참다운 보수고 동질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설사 공천에서 밀린다고 해도 선진당 행에는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송 의원은 7일 충청리뷰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가 당내 경쟁자들을 2배 정도 앞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결과를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하거나 경선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친소에 따라 결과가 움직인 지난 총선의 공천과 달리 이번에는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고려하지 않겠나? 선진당도 같은 보수지만 내 정치는 새누리당에서 끝나야한다”고 못을 박았다.

송 의원은 또 “나는 물갈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도 않다. 후보교체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기존 정치인보다 확실히 나을 때 얘기다. 두 번 다른 사람을 뽑고 다시 나를 뽑아준 것은 유권자들이 이젠 다 알고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선진당이 제천·단양에 이어 기대를 거는 지역은 충주다. 현역인 윤진식(새누리)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철옹성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수뢰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과거 한나라당 당적으로 시장을 지냈지만 해당행위자로 찍혀 복당이 거부된 한창희 전 시장이 영입대상이다. 한 전 시장은 2006년 촌지사건으로 낙마한 뒤 실시된 10.25 재선거에 부인 이영란씨를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면서 새누리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러나 차선으로 선진당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시장은 전화인터뷰에서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지만 정당을 선택해야한다고 본다. 연구 중이라 밝힐 단계는 아니다. 새누리당은 복당을 거부한 곳이라 말하고 싶지도 않다. 선진당은 무소속이나 다를 게 없다. 큰 관심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통합당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박상규 충주당협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이재홍 김&장 변호사 등의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

별이 빛나는 총선?… 충청의 영혼 담을 인물!
이회창 등 삼고초려… 탤런트 서모씨 등 영입 추진
충청도 공천권 행사 전제되면 ‘새누리와 연대 가능’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선진당이 충북에서 뜨기 위해선 정치권의 스타든 브라운관의 스타든 ‘스타’가 아니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25일 청주 흥덕을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진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구천서 전 의원의 견해다. 구 전 의원은 한때 새누리당 공천까지 염두에 뒀으나 용의 꼬리 보다 뱀의 머리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듯하다.

구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해 말부터 심대평 선진당 대표와 접촉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심 대표에게 청주지역에도 비중 있는 인물이 출마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적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 전 의원은 구체적인 지역구와 비중 있는 인물이 누군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측근에 따르면 ‘이회창 전 대표가 청주 상당에 출마하는 것’이 입당의 선행조건이다.

측근 Q씨는 “중앙당 차원에서 이 전 총재에게 삼고초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 전 의원이 계획대로 선진당에 입당할 경우 상당수 선거구에서 최하 2등 자리는 확보하는 선거판이 짜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Q씨는 심지어 18대 당시 비례대표 1번이었던 조순형 의원까지 충북 지역구에 포진시키는 구상을 내비쳤다. Q씨는 또 정치권의 스타가 아니면 브라운관의 스타라도 출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견탤런트인 서 모씨와 길 모씨 등을 대상으로 중앙당에서 접촉 중이라는 것.

 Q씨는 “구상대로 갈 경우 반MB, 비민주 성향의 표를 흡수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지지표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도당 지도부는 이와 달리 차분했다. 박현하 충북도당 위원장은 “정치권이 혼란스러워 그야말로 조변석개다. 영입대상들도 정치적 변수에 민감해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당(새누리·민주)의 공천심사위가 가동되고 분주해지면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삭줍기에 대한 얘기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우리는 정치꾼이나 정치스타를 끌고 내려오는 것을 지양한다. 그보다는 충청의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다.

선진당을 제외한 중도 또는 진보성향의 야당들이 통합 또는 후보전술로 한나라당과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는 것과 관련해 그나마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의 대응책이 존재하는 걸까? 선진당이 후보전술을 구사한다면 한나라당 또는 가칭 국민생각(박세일 신당)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먼저 한나라당에 대해 “한나라당 일각에선 통합까지 얘기하는 것 같은데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다만 충청권 대표성을 인정한다면 연대는 가능하다. 충청권에 대한 공천권을 달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먹잇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국민생각에 대해서 “지금으로서는 교집합이 없다. 아직 창당한 것도 아니지 않나. 개혁적인 보수, 합리적인 진보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정체를 모르겠다. 연대를 고려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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