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통합시도, 주민투표가 발목 잡아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올 상반기’ 시행

청주시와 청원군은 지형상 도너츠, 혹은 계란후라이에 비교된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일한 생활권을 갖고 있다는 점은 통합의 주된 이유로 꼽혔지만 청원군민들은 소외론을 기저에 깔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청주청원 통합을 두고 주민들은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청주와 청원의 경계에 있는 곳들은 한 정거장, 100m를 앞두고 시내와 시외요금으로 갈린다.

예를 들어 청원군 강내면에 있는 충청대에 가려면 처음 탈 때부터 행선지를 말하고 시외요금을 내야하고, 반대로 충청대에서 청주로 오는 버스는 청원군에서 탑승을 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시외요금이 부과된다. 오송역 주변의 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와 청원으로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다 보니 경계를 넘을 때마다 미터기를 수동조작 해야 하지만 이를 오해한 승객들과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처럼 오송역과 청주공항 등 청주와 청원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들은 그동안 청주청원의 ‘금’ 때문에 교통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는 빠르면 올 상반기에 이뤄진다. 그동안 충청대는 한 정거장을 경계로 시내와 시외요금이 갈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통합 기반 닦는 72개 사업

청주시와 청원군은 1946년 청주·청원으로 분리된 뒤 1994년과 2005년, 2009년에 통합이 추진됐지만 그 때마다 주민투표에서 부결됐다. 1994년 정부주도의 1차 통합추진 때는 세대주 주민의견조사가 실시됐다. 청주시는 찬성 76.5%였고, 청원군은 반대가 65.7%로 무산됐다. 2차 통합 추진은 2005년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청주시는 찬성 91.3%, 반대 8.7%였는데 반해 청원군은 찬성 46.5%, 반대 53.5%로 역시 무산됐다.
2009년에는 정부주도로 추진돼 의회의결로 결정을 지었다. 2010년 2월 의회의결당시 청주시는 재적의원 26명의 전원 찬성, 청원군은 재적의원 12명의 전원반대로 또 다시 실패했다. 3차례의 쓴잔을 마신 청주청원 통합은 민선 5기 들어서면서 순풍이 불었다.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 모두 민주당 출신 단체장이 선출된 것 자체가 통합을 확정짓는 듯 했다.

민선 5기 들어서면서 청주청원 통합은 예상대로 속도를 냈다. 2010년 7월 도·시·군 실무협의체가 구성됐으며, 청주청원 광역행정실무협의회가 4년 만에 재개돼 실천 가능한 사업들이 진행됐다. 또 청주청원 통합시 모델제시를 위한 연구용역을 공동수행했다. 2010년 11월에는 생활 속 사업 72건이 발굴 추진됐다.

청주시 재활용센터를 청원군이 공동이용하고, 도로 집진 청소차량은 청주시내와 내수, 오창까지 청소하고 있다. 청주역-옥산 간 도로 확장공사에 지방비 620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착공한다. 청주월오동-청원가덕 한계리간 도로 개설에는 지방비 82억원이 투입돼 올 상반기 보상이 마치는 대로 하반기 착공한다. 무심천 자전거도로가 개설되고 교통약자를 위한 해피콜을 통합 운영했다.

2012년 1월에는 청주권 녹색수도 기본계획이 수립돼 청주청원 통합시의 사실상 첫 그림이 그려진다. 이밖에도 공무원 인사교류 및 친절교육, 한마음 체육대회를 통해 공직사회의 통합분위기를 형성해나갔다. 그리고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는 이번 달 안으로 용역결과가 마무리되면 상반기내로 실시할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원군과 청주시의 주민자치센터 39곳이 교류를 맺고 있다. 지난 겨울 배추값 하락으로 청원군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청주시에서 사주는 등 도움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민투표 비용 38억원

이제 남은 과제는 오는 6월 통합 결정 절차와 청주시가 군민협의회의 39개 항목의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여부다. 어떤 방식이든 통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주민투표로 청주청원 통합을 결정할 경우 37억 6000만원이 소요된다. 주민투표를 할 경우 평일에 이뤄지기 때문에 청주시의 경우 투표율 33.3%를 넘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청원군은 투표율을 넘길 뿐만 아니라 찬성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게 숙제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민투표든 의회의결이든 통합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얼마만큼 진행됐는지 정작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 논의가 지역에서 시작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만큼 단체장들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 청주시는 의회의결로 가더라도 청원군은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군의회는 지금까지 찬성, 반대에 대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선 5기 들어서면서 통합관련 논의와 사업이 진행됐지만 정작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통합분위기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통합이 완전히 확정되지도 않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관이 나서면 관주도라고 비판이 나오기 십상이다. 떠들썩하기보단 조용하게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또 시장님도 홍보보다는 내실을 다지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답했다.

“통합시 미리 경험해보려고…”
공무원 인사교류로 청주시에 온 김수미씨

김수미(40)씨는 청원군 주민생활과에서 2010년 10월 18일자로 청주시로 왔다. 민간단체 지원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인사교류 대상 업무로 올라왔다.

15년차 공무원인 김씨는 인사교류에 따른 인센티브 55만원과 근무평정 점수도 끌렸지만 무엇보다 “어차피 통합이 될 거라면 미리 경험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또 통합이 됐을 때 미리 진행사항을 꾀고 있다는 것도 공무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주시와 청원군 공무원 인사교류는 2010년과 2011년에 2회씩 해마다 32명이 참여했다. 시와 군에서 각각 16명씩 오갔다. 1년 교류한 뒤 본인 선택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김씨는 2년째 청주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생각보다 인사교류를 신청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조직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일 것 같다. 청원군 출신 공무원들은 2달에 한 번 씩 ‘청원회’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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