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정 사회학박사

충북도가 부지사 직속 여성정책관실을 재설치하고 여성정책관을 개방형직위로 공모하기로 했다. 문화여성환경국은 문화관광환경국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비로소 문화·예술·관광·환경 등 이질적 분야와 어색하게 조합되어 있던 여성 분야가 제 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성평등정책팀도 추가로 신설된다. 성별영향평가센터를 만들고 성별영향평가업무를 전담할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련의 긍정적 정책변화는 향후 충북도 여성정책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충북지역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민선 5기가 부응한 민·관 합작품이다. 타 시·도의 경우 대부분 여성국이나 여성정책관실을 두고 있고, 여성정무부지사를 둔 지자체도 있다. 충북도 역시 1998년도에 개방형 여성정책관제를 도입했던 경험이 있기에 사실상 여성정책관실 재설치 및 여성정책관 개방형 공모는 여성계의 당연한 주장이자 시대적 흐름일 뿐 획기적인 변화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여성정책관실 재설치를 둘러싼 여론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여성정책관실 재설치를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일부 기자는 여성계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여성정책관실을 요구한다는 황당한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공무원들 사이에도 여성정책관을 외부 전문가로 뽑을 경우 공무원의 승진자리가 줄어든다는 피해의식에 편승한 미미한 저항이 감지되기도 했다.

여성정책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은 원인에는 우리나라 여성정책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발전한 탓도 있다.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우리나라 여성정책과 제도는 사회적으로 낮은 합의 수준에서 가파른 변화를 보여왔다. 해외에서 도입되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제도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정책업무 담당자조차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도입된 여성친화도시, 성인지예산제도, 성별영향평가 등의 제도와 개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 행정조직은 더욱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충북도가 여성정책담당관을 여성정책전문가로 개방 공모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여성정책관실에 다음 세 가지의 과제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정책이 선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여성정책의 급속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삶의 현실 측면에서 보면, 여성비정규직의 확산, 저출산 문제, 여성의 빈곤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둘째, 외피만 그럴싸한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의식과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정책이 수립, 실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여성정책이 양성평등적 문화의 확산을 목표로 하였으나, 가부장적 의식과 관행은 여전히 공고하다.

실례로 한 사회지도층 인사는 자신의 시(詩)를 통해 ‘청주의 여자들은 상추쌈도 입 벌려 먹지 말라’는 시대착오적 메시지를 버젓이 전파하고 있다. 이것이 아직 우리의 현실이다. 근본적인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를 위한 장기적 계획과 지속가능한 실천전략의 수립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중앙에서 하달하는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이 스스로 정책결정과 집행의 주체로 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여성들의 실태는 어떠하며 욕구는 어떠한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의 입안과 집행, 그리고 평가의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 사회적 약자, 여성단체 활동가 등 이해 관계 당사자들과 상시적으로 소통 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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