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도 우리처럼 신문과 잡지가 많은 듯 했다.
기자가 묵은 호치민시의 르네상스 리버사이드 호텔에는 매일 무료로 ‘베트남 뉴스’라는 관영 영자지가 배달됐다. 10월16일자를 보면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말썽많은 방한소식이 항의시위 내용과 함께 1면에 비중있게 처리돼 있다. 또 1면 머릿기사로는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의 네덜란드 방문 소식과 더불어 양국이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했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베트남 정부뿐 아니라 언론역시 자국의 경제발전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듯 했다.
호치민시내 곳곳에서 발견한 특이한 모습은 가판대에 각종 신문과 잡지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장면이었다. 옛날 우리나라처럼 신문팔이 소년이 신문 뭉치를 들고 다니며 행인들에게 파는 모습도 띄였는데 낯설지 않아 보였다. 문맹률이 10%가 안될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 사람들은 1부에 600동(60원)하는 신문을 열독하는 인상이었다.
베트남에는 사이공 자이퐁(사이공 해방), 토이체(젊은이), 탄닌(청년), 후누 베트남(베트남의 부인:여성지), 꽁안, 봉다(축구), 테타오 반호아(스포츠와 평화), 안닌 등 숱한 신문 잡지가 발행되고 있는데 토이체와 탄닌은 젊은이 대상 신문답게 주로 문화 스포츠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토이체는 특히 일요판 잡지와 풍자만화가 많이 실린 토이체 쿠이(웃는 젊은이) 등의 자매지를 갖고 있다.

신문1부에 60원
하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신문은 역시 꽁안(公安:우리의 경찰이라는 뜻)신문과 봉다, 테타오 반호아등 특수전문지였다. 특히 꽁안신문은 경찰이 발행하는 일간신문으로 도난 살인 등 이른바 범죄사건에서부터 자살자 이름까지 꽤 자세히 게재하는 사건 전문지이다. 이런 신문을 읽는 것은 수치 아니냐는 지식인 사이에서의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많은 부수를 차지할 정도로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한다. 베트남의 국기인 축구종목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봉다신문과 우리나라의 종합스포츠지에 해당하는 테타오 반호아 신문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다는데, 특정 경기종목만을 위한 전문지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논설이 많은 고급지로는 라오동(노동)신문과 공산당 기관지인 난잔(인민)일보등이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현지 가이드에게 신문과 잡지를 되도록 많이 수집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꽁안 봉다 여성지인 후누 베트남 잡지 등만 잔뜩 구해왔을뿐 라오동 난잔신문은 구해오지 못했다.
한편 기자의 사회적 지위를 알아보았더니 언론인의 파워는 생각보다 엄청나 보였다. 특히 정치수도인 하노이의 난잔, 라오동 신문 기자 등은 원정취재시 교통비는 물론 호텔숙박비까지 무료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자유당 시절 기자들이 기관장 집무실에 아무때나 구둣발로 차고 들어가도 통용되던, 믿기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는 옛 선배들의 무용담 아닌 무용담이 생각났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에선 베트남군의 별(장성)조차 기자의 비리폭로 기사 한줄에 목이 날아가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라며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런지 인민의 소리를 대변한다는 언론의 힘과 권위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 신문들의 판형이 대부분 타블로이드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신문판형인 소위 대판은 체류기간 동안 전혀 보지 못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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