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한다지만, 어떤 기억을 떠 올렸을 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시큰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희뿌연 흙먼지 날리며 비포장 길에 들어선 시골버스의 추억이라든가, 엄마 손 잡고 따라나선 길에 맛보았던 작은 시골장터의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의 온기…. 사는 모습이 달라도 ‘情’은 만국의 정서다. 서로 보이는 모습만 조금 다를 뿐, 우리는 매일 행복을 꿈꾸며 삶을 살아간다.
진짜 미국에 사는 뉴요커와 음성 사는 시골 아낙네가 우리의 삶과 풍경을 취재해 비교 연재한다. 이들의 뷰파인더 속 세상은 어떻게 다가올까? 이번호 주제는 ‘전통시장’이다. 뉴요커 강기향씨와 시골아낙네 ‘이경희’ 씨가 전한다. 두 사람은 모두 파워블로거다. /편집자 주

이참에 情도 한껏 뻥튀기하소
충북 음성장날

▲ 이경희 음성 시골아낙
전통시장을 이용하자는 말이 어느덧 ‘캠페인’이 되었다. 시골에 살다보니 이런 캠페인이 다소 어색하다. 마트에서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싣고 다니면 과소비하기 일쑤다. 이에 반해 시장에선 손에 꼭 쥔 물건을 살펴보며 더하고 뺄 물건을 계산할 수 있어 좋고, 가벼운 흥정을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오늘은 자주 가는 음성장에 들렀다.

고등어자반이나 좀 살까 싶어 잠깐 장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이번이 마지막 대목장인가 싶어 깜짝 놀랐다. 아직도 한참 멀었는가 싶어서 설 준비를 하나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쁘게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들이 유난히 모여 있는 곳이 있어서 기웃거리니, 할머니들 사이에서 뻥튀기 아저씨가 열심히 강냉이를 튀겨내고 있다.

한번 나오는데 15분씩 걸린다고 하는데 마침 튀밥 나오는 시간이 되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어찌나 순식간인지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엄청나게 큰 소리에 고막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여럿이다보니 이름표를 꽂아놓는다.

예전에는 깡통에 나무들을 잘게 잘라 넣고 손으로 열심히 돌려가면서 튀겼는데 지금은 가스불에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라서 참 편리하긴 하지만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뻥’ 소리가 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망 속으로 들어가는 튀밥들…. 참으로 오랜 세월 아저씨와 함께 한 흔적이 보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가래떡 뻥튀기, 작은 가래떡이 이렇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요즘 아이들은 알까? 이런 뻥튀기 하나면 겨우내 아이들 간식으로는 정말 최고였는데…. 집에 있는 가래떡 남은 것도 좀 말려봐야겠다. 뻥튀기 기계가 누룽지도 튀겨내고 검은 콩을 볶듯이 튀겨낸다. 애들이 콩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음 장날에는 콩 몇 됫박 들고 나와서 뻥튀기를 만들어야겠다.

맏며느리 시골아낙은 이제부터는 설 준비를 하느라 더 정신없을 것 같다. 김치도 담가야 하고 식혜도 만들어야 하고, 이번 설에는 쌀로 뻥튀기 튀겨서 강정도 만들어볼까 한다. 몇 년 전에 조청을 만들어 쌀, 강냉이로 강정을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고 그때 만들어놓은 조청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번 명절 장은 전통시장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과 우리 지역에서 나는 풍성한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참, 장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꼭 챙겨가자!

저마다 한 가지씩 들고 나왔네
뉴욕 유니언 스퀘어 그린마켓

▲ 강기향 뉴요커
한국의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학하는 나도 명절 때만 되면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손만두와 따끈한 동그랑땡은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한국의 전통시장도 명절을 많아 이번 주는 꽤 분주할 것이다. 오래전 엄마 손 잡고 나서던 골목어귀의 시장 입구도 생각나고, 무엇보다 늘 한 움큼씩 덤을 주시던 아줌마의 손길도 기억난다. 한국과 뉴욕의 전통시장은 어떻게 다를까?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그린마켓(장날)은 월·수·금·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들어선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농부들은 농작물을 들고 나와서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인다. 주말은 수많은 인파로 헷갈릴 염려도 없이 바로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파머스 마켓처럼 자신들이 기른 채소와 치즈 빵 등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노점들이 보인다. 집에서 구워온 파이나 쿠키도 인기다. 농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계란들은 오가닉(organic)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뉴욕은 다른 주에 비해서 정원이 있는 집이 적은 편인데도 꽃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공원이나 수목원의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끔 아파트나 작은 앞마당이 있는 집에 옹기종기 핀 꽃들을 보면 꼭 큰 정원이 아니더라도 예쁘게 자신의 정원을 꾸밀 줄 아는 뉴요커들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자신의 그림과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티셔츠, 엽서, 오래된 레코드까지…. 판매뿐만 아니라 실제 유니언스퀘어 마켓에서도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직접 구운 빵을 판매하고 있던 빵가게. 가격은 1달러부터 10달러까지 다양하다.

양도 많고 봉지에 턱 담아주는 게 정겨워서 3달러짜리 야채 치즈빵 하나를 구입했다. 다양한 빵과 식재료, 자연산 꿀과 그 꿀로 만든 양초. 자연산 꿀과 슈퍼 꿀의 차이점을 보여준다며 재미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가게였는데 한국 시장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니언 스퀘어는 여행객 누구나 들러도 구경하기 좋을 장소다. 뉴욕의 전통시장, 신선한 오가닉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마켓이다. 지역민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뉴욕의 전통시장도 사람 사는 맛이 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통시장과 흡사하다. 하지만 파전과 막걸리, 후루룩 장터국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한국의 전통시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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