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교통 노동자자주관리기업화 하는 김남균 우진교통사외이사

김남균 우진교통 사외이사는 지금 전북 부안군에 내려가 있다. 그가 멀리 부안까지 내려 가 있는 이유는 우진교통과 같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부안에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2004년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작된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싸움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라는 모델을 실현해냈다. 당시 김남균 우진교통사외이사는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국장으로 길고 긴 투쟁현장을 가까이에서 함께 했다. 부안 새만금교통 노조원의 투쟁이유는 당시 우진교통과 비슷하다. 현재 사업주는 폐업 한 상태다.

김남균 우진교통 사외이사가 지난 11일 오랜만에 청주에 왔다. 부안군청 앞 천막에 머물고 있던 그가 집에 잠시 다녀가기 위해 들른 참에 어렵사리 만났다. 김이사는 “지난 해 9월 26일 새만금 교통 사업주가 부안군에 폐업신청을 냈고 28일 폐업이 결정났다. 이로 인해 33명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못 받게 됐다. 상시적인 체불임금이 있어온 상황에서 노동자들은우진교통과 같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 이사의 말에 따르면 당초 부안군도 노동자자주관리기업 모델이 폐업한 새만금교통이 가야할 길이라고 판단해 군청 담당 공무원이 지난 해 11월 9일 청주시와 우진교통을 방문해 자문을 얻고 가기도 했다. 이유는 투명한 경영과 회계가 보장되고 군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의 사용 역시 올바르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노조원들의 선호도도 높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이 틀어졌다. 군은 청주시의 우진교통과 부안군의 새만금교통은 상황과 여건이 달라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새만금교통은 망할 것이라 했다. 노동자들의 싸움은 거세졌고 사태는 장기화됐다. 김 이사가 부안에 내려간 것 역시 이 즈음이다. 김이사는 “부안군 측이 청주시와 수치를 단순비교하며 힘들다, 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더라. 그렇다면 이전 사업주가 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 했다. 군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에 회의적인 이유는 청주시 인구는 68만명인데 반해 부안군은 6만명에 불과하고 1일 수익금이 청주시가 버스 한 대당 49만원인 반면 부안군은 16만9000원뿐이라는 것.

▲ 지난 13일 새만금교통 노동자들이 부안군청 앞에 모여 새만금교통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다시 태어날 수 있게끔 허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이사는 “단순수치를 비교하면 안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1일 수익금에서 청주시의 시내버스와 부안군의 시내버스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청주시의 경우 고용인원이 버스 당 2.6~2.7명인 반면 부안은 1.7명에 불과하고 시내버스라 하더라고 부안의 경우 정류장 간 거리가 멀어 연비절약 면에서도 청주시 보다 조건이 좋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시내버스사업체에 주는 보조금 역시 대당 청주시가 9만1000원, 부안군은 16만9000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청주 시내버스가 이용하는 찻값은 1억9000만원이지만 부안에서 이용하는 이보다 작은 25인승버스이며 가격 역시 7000만원으로 저렴한 것 역시 강점이다. 김이사는 “어차피 시내버스는 서울시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시내버스를 운영하지 않을 것인가. 시내버스는 교통약자에 대한 사회서비스다. 특히 노령인구 비율이 높은 부안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새만금교통의 폐업상태가 장기화되자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군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새만금교통’의 사업권은 인가하지 않은 채 부안군의 또 다른 사업자인 스마일교통에게 11대의 증차를 허용한 상태다. 이에 대해 특혜라는 주장이 부안 지역에서도 일고 있는 상태다. 이것도 모자라 스마일교통 측은 11개 증차 노선을 내놓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김 이사는 이에 대해 “군에 하나 남은 사업체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04년 10월 우진교통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주시청 앞 도로에 누웠다. 우진교통은 이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더욱이 전북의 시내버스업체들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1924년 전북고속이 출발하며 시작된 전라북도의 버스 사업은 1944년 조선총독부령에 하나로 합병하게 된다. 해방이후에도 전북 내 시내버스 사업체는 하나의 업체로 운영되다가 1985년이 돼서야 군 단위 업체들이 분리됐다는 것. 하지만 업체 간 연결고리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업체들은 버스업계가 느끼는 위기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이사는 이들 업체가 “우진교통과 같은 사례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안군이 당초 새만금교통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다가 급선회한데는 이 같은 버스업계의 위기인식이 군에 압력으로 작용했으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이사는 “버스는 현금수입이 많다. 사업주는 적자라 하지만 정확히 매출을 공개를 하지 않는다. 보조금을 얼마나 줘야 적정한지 사업주 말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하지만 우진교통은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사는 성공적으로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자리잡은 우진교통이 갖는 사회적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김 이사는 시내버스를 우체국서비스와 비교했다. 그는 “마을에 1가구나 2가구뿐이라도 해도 우편배달은 된다. 버스도 마찬가지”라며 “시내버스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자라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계속돼야 한다. 이는 기업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사는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김이사는 “어딘가 목적지로 향할 때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면 쉽고 빠르게 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천천히 돌며 물으며 가도 도착할 수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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