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신 전화로 "OOO병원입니다" 사칭… 엉뚱한 병원 이송후 부당이득
정신병원 강제입원 대행도… 피해자 "돈 잃고 치료시기 놓쳤다" 분통

▲ 사설 응급환자이송단이 KT114전화번호 안내 및 유명 포털 사이트에 가상의 전화번호를 올려 놓고 사실상 환자 매매 행위를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병원 관계자 행세를 하고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도 넘은 응급환자이송단 횡포>사설 응급환자이송단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KT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에 지역병원인 양 가상의 전화번호를 올려놓고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환자들을 엉뚱한 병원으로 이송해 골탕을 먹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타 지역 병원을 사칭해 영업을 하는가 하면 돈만 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는 대행업까지 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40대 초반 여성 A씨. 그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KT114 전화번호부 안내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흥덕구 관내에 있는 알코올정신병원을 안내받았다. 그런데 잠시의 신호음 뒤에 연결된 착신전화에서 황당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분명 흥덕구 관내 알코올정신병원을 소개받아 전화를 했는데 '음성의 한 정신병원 관계자'라며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이후로도 A씨는 수차례 전화번호 안내를 받았고 연결할 때마다 똑같은 국번으로 시작되는 전화는 같은 사람이 받아 음성, 보은 등의 알코올정신병원 관계자로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A씨는 날이 갈수록 술에 의존해 살면서 심신이 황폐해져 가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관련 병원을 찾으려다 황당한 경험을 한 것이다.

A씨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고 관련 병원을 찾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꼴이다"며 "뒤늦게 확인해 보니 응급환자이송단이 KT114 빠른 전화 안내 유료 서비스를 받으며 이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뒤늦게 지인으로부터 알코올병원을 소개받아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내원 환자 중에는 실제 차량을 탔다가 음성의 병원에서 내려 준 뒤 30만원 안팎의 이송료를 요구해 가족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병원
사실 지난 4일 밤 대전시청에 근무하는 6급 공무원 B씨도 부서회식을 마치고 귀가했다가 건장한 청년 두 사람에게 쇠사슬에 묶여 음성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소 부인과 아들로부터 알코올 의존성 질환자로 의심받은 B씨는 가족의 동의 아래 들이닥친 사설 응급환자 이송단의 차량에 납치되다 시피 끌려가 강제 입원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B씨는 정신보건법상 직계가족인 부모의 동의아래 이틀이 지난 6일 오전 병원에서 풀려났다.

기자는 지난주 며칠 동안 실제 114전화번호 안내를 받아 전화연결을 시도해 봤다. 그 결과 청주에는 모두 12개소의 알코올정신병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우선 안내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청주시 상당구 알코올병원은 2개소, 흥덕구는 1개소였다. 마찬가지로 소재지를 확인해 본 결과 종합병원을 제외한 알코올 병원은 청주에 단 2개소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소는 이름만 등재되어 있는 가상의 전화번호였다.

715국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부에 따르면 청주시 운동동, 율량동, 개신동, 모충동, 봉명동, 분평동, 수곡동, 죽림동, 가경동에 있어야 할 알코올정신전문병원은 전화번호만 존재하는 유령 병원에 불과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알코올정신병원은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화연결을 하자 신호음 뒤에 연결된 착신 전화는 경기도 안성의 한 병원 관계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가족의 입원치료를 위해 차량을 보낼 경우 2사람이 함께 나가야 되어서 적어도 15만원의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114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악용
하지만 실제 해당 병원에 확인해 본 결과 '무관한 일이다'는 해명을 들었다. 경기도 안성시 동안성병원 피경구 원무과장은 "3∼4년 전만 해도 병원 홍보를 위해 우선안내 114서비스 등을 이용했지만 이제는 따로 돈을 들여 홍보를 하고 있지 않다"며 "개원한 지 7년이 지나면서 재정적으로 안정되었고 병원 인지도도 올라가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병원을 사칭해 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도 피해자란 생각이 든다. 내부적으로도 사실 확인을 통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KT114 전화번호안내 고객지원센터 박은하 과장은 "114전화번호 안내는 통신회사(KT 부가서비스, LG U+, SK브로드밴드)에 사업자로 등재되어 있는 고객들의 전화번호 리스트를 전달 받아 안내만 해 주고 있는 입장이다"며 "우선 전화 안내 서비스를 악용한 것이라기보다 청주시 흥덕구와 상당구 관내에 여러 대의 가상의 전화번호를 등재해 안내를 받은 경우로  보여 진다. 위탁사업으로 이뤄지는 부분도 있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 개선 조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내 한 병원 정신과전문의는 "한 때 가상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환자를 이송해 주고 30∼40만원을 받아 챙기는 응급환자 이송단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는 환자 가족과 병원으로부터 모두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다"며 "환자가 제대로 된 의료기관에서 상담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환자를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 같은 행위는 관계당국의 보다 세심한 관심으로 뿌리 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흥덕 보건소 관계자는 "응급환자 이송단의 부당영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라면 피해자가 직접 사법당국에 고소해 바로 잡는 방법 밖에 없다"며 "만일 행정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 유인행위 등 의료법 위반 사안이라면 일단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관할 행정기관에 보다 엄격한 행정지도와 고발조치 등 업무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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