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 중학교 근거리 배정 선호… 체육특기생 우선배정 편법까지 난무
청주 일반고 명문·남고 선호현상이 흥덕구학생 원거리통학 요인 되기도

▲ 16일 오전 충북도교육청 사랑관에서는 이기용 교육감을 비롯해 청주시내 중학교장, 3학년 학부모 대표, 경찰관, 언론기자, 도교육청 관계자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2학년도 청주시 일반고 학교배정 전산처리 설명회 및 추첨이 이뤄졌다.
<중·고등학교 학군의 실체/원거리 배정 왜 생기나>우리 아이가 집 근처에 학교를 버젓이 두고 위험을 감수하고 큰 도로를 건너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버스를 타고 2∼4㎞를 통학해야 한다면 부모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원거리 통학에 대한 부모들의 원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택지개발이 이뤄지면 학교부터 세우고 학군부터 따지는 요즘세태에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 도내 초·중학교 진학지도 교사들에게 들어보았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는 수급불균형과 편법 입학이 난무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흔히 아파트촌이라 불리는 인구 밀집지역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초등학생의 근거리 통학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학교를 1지망한 학생을 100% 다 채우려 해도 학생이 많을 경우 2지망으로 밀리게 된다. 문제는 2지망 학교가 어떤 학생에겐 1지망이 되기 때문에 3∼4지망으로 밀리거나 최악의 경우 5∼6지망으로까지 밀릴 수 있어 원거리 통학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내 일부 중학교의 경우 우선 배정이 이뤄지는 체육특기생을 악용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선수 공급에 차질을 빚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 인맥을 동원해 각 경기 종목 협회장의 추천서를 받아 해당 교육지원청에 제출만 하면 체육특기생으로 인정받아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 선수생활을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달리 체육특기생도 정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 학생이 많을 경우 당연히 근거리 배정에서 밀리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교역사·남녀공학 여부도 영향
실제 도내에선 중학교 배정 시 국가보훈자녀, 체육특기생, 지체장애 학생, 특수교육대상자는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일반고는 학부모와 학생의 선호도와 학교의 역사성, 남녀공학 여부에 따라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청주의 경우 청주고와, 세광고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흥덕구에 사는 학생들이 상당구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청주고는 신학기부터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되어 1지망자를 100%로 뽑고 있다. 청주지역 출신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대부분을 배출한 역사성을 자랑하는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청주 세광고는 지난해 국가고시 최다합격, 최근 10년 동안 서울권 대학 입학생 2자리 수 유지를 자랑할 만큼 선호도에서 높다. 이 밖에도 남녀공학을 꺼리는 일부 학부모들이 충북고 등 남고를 선호하면서 흥덕구는 상당구 소재 고등학교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편이란 설명이다.

당연히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원거리 통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원에 뽑는 고등학교 체육특기생은 편법 배정에 악용될 소지는 적었으나 일반고에서 내신 성적 부풀리기의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전해들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1지망자를 높이기 위해 과학, 수학 영재반과 체육특기생을 같은 반에 편성하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린다는 것이다.

정원조정 한계…학군 조정이 대안
도내 한 중학교 입시지도 교사는 "교육정책변화 없이 선호학교 쏠림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듯하다"며 "자공고, 특목고 등 명문고 프로젝트가 이 같은 학교 간 학생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서울은 학생 75%, 대전은 70%, 청주는 65%가 일반고에 진학을 한다. 이는 서울에 비해 청주학생 10%가 일반고를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얘기다. 이처럼 도.농간 교육편차에 대한 정책배려도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도내 한 초등학교 진학지도 교사는 "교육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통학으로 밀린 학부모 10%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듯하다"며 "아파트촌 등 학생이 많은 곳과 구도심권의 공동화 현상을 빚는 곳의 정원을 조정하는 융통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  이은진 장학사는 "이미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의 정원조정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정원 조정이 어려운 현실여건이 문제다. 학교발전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청주교육지원청 홍지표 장학사는 "희망학교의 불균형 배정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을 하고 있다"며 "원거리 통학의 문제점은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심 외곽지역의 택지개발로 인한 도심팽창이 원거리 통학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원과 교원 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칫 학교 간 불균형 발전으로 구도심 학교의 폐교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차라리 단일 학군이었던 청주가 3학군으로 늘어난 것  처럼 학군 조정으로 통학거리를 줄이고 배제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정 지원서 선호도 적절한 안배 중요
임의배정 안되려면… 비선호 학교 3·4지망 써내야

16일 오전 충북도교육청 사랑관에서는 도내 일반고에 진학하는 중학생 7417명에 대한 배정 추첨이 이뤄졌다. 이들 학생은 20일 고입포털사이트(http://hasp.cbe.go.kr)와 중학교를 통해 자신의 배정학교를 확인하게 된다. 현행 일반고 전선처리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모두 7지망 5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자신이 선호하는 학교를 7곳까지 써서 낼 수 있고 해당 학교는 지망 선호도에 따라 1지망부터 50%, 30%, 10%, 5%, 5%씩 충원할 수 있다.

단적으로 올해부터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된 청주고등학교가 1지망자를 50%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100% 선발해 성적 우수학생을 좀 더 충원하려 하면서 '명문고 만들기 프로젝트'란 지적을 받은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중학생 배정은 선지원 후추첨 방식은 같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청주의 사례를 들면 사는 지역에 따라 모두 3학군으로 나눠 1∼6지망자를 받아 학생을 배정하게 된다. 학생들은 모두 6개의 지망학교를 써 낼 수 있다. 다만 배제학교를 둬 임의배정에서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기용 충북교육감은 “선호도에 따라 수급 불균형을 이뤄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학교 배정에 대해 원인 조사를 거쳐 대책을 강구한 뒤 2013학년도부터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충북도교육청 이은진 장학사는 "7지망에서도 제외 돼 임의배정을 받지 않으려면 1∼2지망은 선호학교를 3∼4지망은 비선호학교를 적어내는 안배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원거리 통학을 예방하는 현실적인 지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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