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경제학과 졸업반 권기현씨 기지로 편의점 현행범 붙잡아

▲ 기지로 편의점 환불사기범 검거에 일조한 권기현(23·청주대 경제학과4년) 학생.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기지로 네다바이 사건 피의자가 조기에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네다바이(netabai)는 한국어 사전을 찾아보면 남을 교묘하게 속여 금품을 빼앗는 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신년벽두인 지난 2일 충북 제천 경찰서는 도매업자로부터 헐값에 구입한 포커카드를 마치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처럼 속여 환불받는 수법으로 모두 20여차례에 걸쳐 250만원을 편취한 조모씨(38)등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바로 이 조씨를 검거한 것은 다름 아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권기현(23)씨이다. 청주대 경제학과 4학년 졸업반인 권 씨는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대학생에게 군사 훈련을 실시하여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명하는 제도)로 방학을 맞아 고향집인 제천시 청전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나흘째인 지난해 12월31일 밤 10시30분께 편의점 사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하루 앞서 다른 편의점에서 네다바이 피해를 입었으니 낯선 사람이 포커카드를 환불하러 오는 일이 있으면 붙잡아 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전화를 끊기 무섭게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여기서 구입한 포커카드인데 환불해 달라'며 가게 문을 들어섰다고 한다. 순간 당황할 만도 한 상황에서 권씨는 기지를 발휘해 '환불해 드릴 방법이 있는 듯하다'며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환불해 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용의자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범인 붙잡아 놓고 신고까지…
권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장님께 환불이 가능한지 한 번 여쭤 보겠다'며 전화 신고까지 감행했다. 여 사장에게 전화를 건 권씨는 “사장님 포커카드를 사 가신 고객께서 환불하러 오셨는데 환불해 줘도 될까요”라며 암시를 줬고 이상한 낌세를 눈치 챈 사장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용의자들은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그런데 네다바이 사기 피의자들이 경찰에 검거되기까지 무려 30여분 이상을 붙잡고 있던 권씨의 사투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권씨는 "처음 10여분 동안은 범인이 믿고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체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듯 했다"며 "20여분쯤 지나자 공범으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왔고 상황을 감지한 듯 포커카드를 환불하러 들어왔던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뭉치인 듯한 물건을 꺼내 달아났다. 길가에 차량을 세워놓고 기다리다 시간이 지체 되자 이상한 낌세를 차린 공범이 도와주러 들어온 줄 알고 겁을 먹었다. 그런데 도와주기보다 공범의 주머니에 있던 돈뭉치만 챙겨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흉기라도 갖고 있을까 봐 걱정했다. 주변에 다른 손님들도 있었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경찰보다 할 걸음 빨리 도착한 사장이 편의점 문을 막아서면서 조금은 위안이 됐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범은 손을 놓고 얘기하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달아났다. 하지만 연보라 소나타 차량을 타고 있던 범인을 기억해 경찰에 알려주자 인근 골목에서 곧 검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당일 권씨는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범인을 붙잡고 적잖은 승강이를 벌였다고 한다. 달아나려는 범인을 '사장님이 오시면 환불해 드릴 것이다며 옷깃을 붙잡고 있다가 문밖까지 질질 끌려 나가기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심지어 달아나는 것을 아픈 다리도 잊은 채 100여m 골목을 쫓아가 다시 붙잡아 편의점 안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다. 운동을 워낙 좋아했던 권씨는 발목을 다치면서 아킬레스건염을 앓고 있었고 당시 반 깁스를 풀고 있었다.

경찰, "여죄수사후 포상계획 있어"
어디서 용기가 낫는지 발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범인을 쫓아가 옷깃을 잡은 뒤 편의점 안으로 끌고 들어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실 혹여 다칠 수도 있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권씨의 선행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연이 올라가면서 알려지게 됐다. 도매업자로부터 1개당 7000원에 구입한 포커카드를 범인들은 편의점을 돌며 1만8000원에 환불하는 수법으로 무려 132만원의 차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권씨의 사연이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공개되면서 유사 피해 사례들이 속속 댓글로 달리기까지 했다. 자신을 '편돌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아르바이트를 한 지 얼마 안 돼 포커카드를 대량구매 하겠다는 손님을 맞이하게 됐는데 처음 듣는 담배를 주문해 찾고 있는 사이에 계산대 위에 2만원 상당의 포커카드 6매를 올려놓고 먼저 환불해 달라고 해서 환불해 준 뒤 손님이 가고 물건을 정리하다 카드 6매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고 피해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조씨 일당의 여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영동과 충주, 괴산·증평의 중소도시의 편의점에서 피해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죄수사 중이라 늦어진 권씨에 대한 포상계획도 있음을 밝혔다. 제천경찰서 최병윤 경장은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범인을 붙잡아 두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다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한 점을 높이 산다. 포상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대학생활 동안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물품판매 사기를 많이 당해 사기 피의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더욱 컸던 것 같다"며 "당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선뜻 도와주려 나서는 이가 없어 안타까웠다. 안전을 생각해 현재 편의점 알바는 하지 않고 있다. 이제 2주간의 교육을 받으면 소위로 임관해 학군장교로 군 생활을 하게 된다.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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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네다바이(netabai)=남을 교묘하게 속여 금품을 빼앗는 짓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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