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연맹 충북지역노조 서울 고가도로에 올라 복직 요구
한국교원대 청소노동자 해고 1년… 조합원 2명만 남았다

▲ 지난 해 1월 11일 한구교원대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과 민교협 소속 교수들이 모여 복직을 촉구했다.

새해를 맞는 사람들은 대개 희망에 차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지난 해 1월 1일 해고된 한국교원대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들 15명의 청소노동자는 지난 2010년 9월 10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같은 해 말 하청업체가 변경되면서 재고용 과정에서 배제됐다.

▲ 양인철 충북지역노조 조직국장이 상경해 독립문 앞 고가도로에서 "교원대는 복직약속을 이행하라"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민중의 소리)
이후 노동자들은 지난해 1월 19일 교원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복직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당시는 배우 김여진까지 가세한 홍익대와 동국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해고가 잇따르던 때라 싸움에 힘이 붙었다. 전국적인 관심도 받았다.

마침내 지난 해 2월 21일 교원대 총장과 면담을 통해 복직을 약속받았다. 직후 15명 노조원 중 4명은 재고용됐지만 남은 11명의 복직은 요원했다. 다시 해가 바뀌어 1월 1일이 됐다. 그사이 11명의 노동자들은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정년이 돼 떠났거나 다른 곳에 일거리를 구했다. 현재 조합원은 2명만이 남은 상황이다.

복직 약속 이행 촉구

지난 해 12월 30일 민주노총민주일반연맹 충북지역노동조합(이하 충북지역노조)은 성명을 내고 교원대 용역 청소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충북지역노조는 “해고된 지 365일, 한국교원대는 용역미화원 복직약속을 이행하라”며 “교원대 청소용역미화원 15명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와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집단 해고됐다”고 했다.

이어 “교원대 총장은 복직을 약속했지만 2011년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교원대는 합의된 대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을 위해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원을 양성하는 기관의 총장과 총무과장이 용역미화원과의 약속을 저버리면 아이들의 인성을 교육해야 하는 교원을 양성할 수 없다”며 “60대 미복직 노동자는 현장 복귀를 철석같이 믿었는데 학교 측은 복직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4개월 된 일용직 근로자를 해고된 미화원의 자리에 채용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 31일 밤 양인철 충북지역노조 조직국장이 서울 현저동 독립문 앞 고가도로에 올라 복직을 촉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저녁 8시 무렵 시작된 시위는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했고 이후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밤 10시 반께 풀려났다.

양 조직국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심도도 떨어졌다. 교원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이슈화시킬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 1년 동안의 분노를 표출하고자 했다”고 고가도로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양 국장은 당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신각종 일대에서 시위를 계획했지만 경호상의 문제가 있어 장소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조직국장의 기대만큼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양 조직국장은 “지난 해 W업체에서 올해 다시 D 하청업체로 변경됐다. 지난 달 29일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다시 한번 남은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D 업체 입장에서는 이전 W업체에 고용돼 있던 32명을 고용 승계할 뿐 이전 재고용되지 못한 청소노동자에 대한 고용의무는 없었기 때문이다.

양 조직국장은 “지난 해 교원대에 신축건물이 하나 완성됐고 지금도 하나를 더 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조직국장은 “건물이 늘어나면서 청소노동자를 더 고용해야 하지만 대학 측이 새로 용역업체를 뽑는 과정에서 예산배정을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해 2월 투쟁과정을 마무리하며 교원대 총장이 청소노동자 복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합의했으나 그 약속을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직약속이 이행될 수 있을까. 상황은 쉽지 않다. 11명의 조합 중 2명만이 남았고 당장 하루살이가 어렵기 때문이다. 남은 조합원은 현재 이우자(57)씨와 이계숙(58)씨뿐이다. 남은 조합원은 “노조활동을 후회한다”고 했다. 학교에 대한 분노는 노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노조 가입을 후회한다고 했다.

“노조 활동 후회한다”

우자씨와 계숙씨는 청원군 강내면 교원대 인근에 사는 같은 마을 주민으로 현재는 오송읍 한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다. 우자씨는 “남편도 퇴직해 수입이 없다. 실업급여도 끝나가 생활이 어렵다. 구십이 넘은 시아버님을 모시고 사는데 형편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자씨는 “지난 달 29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노조에서 오라고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에 일을 뺄 수 없었다”며 “4시간 아르바이트 일이라도 자리가 생기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된 지 1년이 넘었다. 자리가 있는데도 재고용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계숙씨는 “남편이 중학교 경비 일을 한다. 그래도 형편이 어렵다”며 “카드빚이 많은데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계숙씨는 “새해가 됐는데 희망이 없다. 복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점차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계숙씨는 “노조가 생기면서 체불임금도 다 받아준다고 했는데 다 받지도 못했다. 지금은 노조활동을 후회한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도 잘 다니고 있다. 가입하지 않았다면 10년은 더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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