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금동미륵대불 지하법당 휠체어 출입금지 시정권고
조계종 총무원장, 인권교육·재발방지·편의시설 보완약속

▲ 법주사가 금동미륵대불 지하법당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출입을 금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부당하다고 재발 방지 등 후속조치를 권고했다.
<휠체어 '다리'일까 '신발'일까>지체장애인들에게 휠체어는 다리일까 신발일까.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최근 지체장애인들에게 휠체어는 활동 보조기구로 다리와 다름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가 지난해 5월19일 휠체어 장애인들이 금동미륵대불 지하법당 관람을 하려는 것을 거부한데 대한 진정사건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16일자로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 주지에게 휠체어 등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법당 등 사찰 내 시설물 출입을 희망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사찰 내 전체 스님과 직원에게 장애인차별 예방 관련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휠체어 출입금지" 발언 논란
또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게 향후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단 소속 사찰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는 문화재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휠체어 등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접근 편의시설을 갖춰줄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사찰,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종교계와 협의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도 권고했다.

신웅식 충북척수장애인협회장은 지난해 5월16일 보은군 내속리면 법주사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방한 한 태국의 유명 사진작가 소폰 심찐다가 금동미륵대불 지하법당 관람을 원해 지하법당으로 들어가려다 법주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저지를 당한 것. 당시 법주사의 한 스님과 직원은 "법당은 부처님을 모시는 신성한 곳이니 휠체어를 놓고 들어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봉사원과 장애인보호자 등 활동보조인이 동반하고 있어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법당 안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되돌아 온 말은 "법당은 신성한 곳이니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신발을 벗은 후 들어가게 돼 있다"고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신 회장 등 일행 10여명은 "지체장애인에게 휠체어는 다리 역할을 하는 신체와 다름없다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업힌 장애인 수치심·부상 우려"
법주사측은 여전히 "휠체어가 장애인의 다리라면 신체에서 분리되어서는 안 되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잠을 잘 때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잠을 자니 장애인의 다리 역할도 하지만 신발 역할도 한다"며 "(굳이 지하법당 관람을 하고 싶다면)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봉사자들이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을 업고 들어가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해 5월말 신 회장을 비롯한 일행 10여명은 법주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휠체어가 '지체장애인들에게 신체의 일부인 다리나 다름없다'며 이용 종교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것을 시정권고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 유인덕 장애차별조사2과장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하반신마비 또는 전신마비 장애인들은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전혀 불가능하므로 실내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는 점에서 휠체어를 신발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였다"며 "법주사측이 지하법당을 출입하는 관람객에게 신발을 벗도록 하는 것은 신발의 흙과 먼지 등으로 지하법당이 더럽혀 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인바 휠체어 바퀴에 묻은 흙을 깨끗이 닦고 들어간다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지하법당은 대리석으로 시공되어 휠체어 바퀴로 인해 바닥표면이 손상될 우려 또한 없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에서…"
이어 유 과장은 "대체로 지체장애인들은 조력자의 등에 업혀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수치심과 불편함을 느끼며 자칫 신체에 착용한 의료기구가 탈착되거나 마비된 신체 부위에 골절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방법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시설물 접근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 따라서 휠체어의 신발 개념이 있어 피해자들에게 지하법당 출입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화재 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보완이 쉽지 않겠지만 유관기관과의 협의아래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 안춘석 종무실장은 "총무원장께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뵙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다짐을 전했다"며 "이미 사찰내 스님과 전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도 실시했다. 다만 문화재 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익시설 보완은 문화재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 지어진 법당이란 점만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충북척수장애인협회 신웅식 회장은 "같은 종파인 해인사만 가도 계단에 장애인 리프트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몇 안되는 사찰 중 하나인 법주사의 장애인 편익시설은 안타까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 법주사 금동미륵대불
<tip>금동미륵대불 지하법당은 어떤곳?
이번에 논란이 된 지하법당은 법주사 경내에 위치한 33m 높이의 금동미륵대불 하단에 건립된 지하 2층 구조의 현대식 건축물로 지하 1층에는 2000여개의 작은 불상이 안치된 전시관이 있고 지하 2층에는 법당이 있다. 지하법당 입구의 지상출입구에서 지하 1층 전시관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너비 2m, 높이 10㎝의 계단 1개를 올라간 후 지하로 향하는 계단 12개를 내려가야 한다. 지하 2층 법당으로 들어가려면 지하 1층에서 계단 4개를 내려간 후 다시 4개의 계단을 올라야 지하법당 지상출입구에 도달할 수 있다. 지상출입구에는 관리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법당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은 지상출입구에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지하법당은 지난 1990년 4월 11일 완공되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익증진보장에 관한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지하법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다만 지하법당 진입로의 계단 폭이 넓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조력자 2명의 도움을 받으면 지하법당으로의 진·출입이 가능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만큼 이번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장애를 이유로 어떠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