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구(태평양감정평가법인 중부지사장 감정평가사)

권력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 권력의 단맛을 취하려 권력에 몰입 하려는 사람들에게 권력에 대한 집착을 경계시키고, 신중한 처신을 강조할 때 자주 회자 되는 “권력은 난로와 같다”는 말은 정치권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춥고, 너무 가까이 있으면 데거나 타버 릴 수 있으니, 추위에 떨지 않으면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70~80년대 학창시설을 겪은 세대들은 한번 쯤 경험한, 친구들을 밀치고 교실난로에 바짝 다가갔다가 교복을 태워먹어 어머니께 꾸중을 들어 본 사람이나, 난로위에 도시락을 가장 아래에 놓아 쌔까만 누룽지 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이 말 이 더욱 실감 날 것이다.

권력이 됐든 난로가 됐든 “적당한 거리”를 유지 하여야 함이 바른 길 임에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조심에 조심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말은 권력에도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어 음미 할수록 그 맛을 더한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대통령과 대통령을 탄핵한 우리국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3년 3월 20일,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꼬옥 일년 전 미국의 조지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명명하고 대량 살상무기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하여, 온 세계가 그 토록 간절한 목소리로 말렸건만 “내가 설정한 악은 내가 박멸하고야 말겠다”는 놀랍고도 무서운 신앙심으로 끝내 이라크를 침공하고야 말았다. 그 결과 한 해가 지난 오늘, 전 세계는 반전과 부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주요도시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고, 부시는 금년 11월에 있을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져 전전긍긍하고 있다. 절대 다수를 확보한 우리 국회의 야당은 지난 3월 12일 우리 헌정사 초유의 태통령 탄핵을 감행하였으며, 그 이유로는 경제 파탄과 측근비리, 그리고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활활 타던 난로가 꺼져가면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난로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해주어야 그 효용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부시란 난로는 온 세계인들에게 고루 온기를 베풀지 못했고, 국회란 난로는 화력은 좋았으나, 오래 타지는 못 한 것 같다. 둘 다 모두 권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순식간에 타 버리는 화를 자초 한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민심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처럼 갈구하던 부패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를 이룰 수 있는 모처럼의 행운이 찾아 왔다는 것이 참으로 큰 행운이고, 힘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부시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 또한 남북이 대치한 우리의 입장에선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시골집 사랑방에 할머니가 지펴 놓으신 화롯불에 둘러 앉아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던, 그런 화롯불 같은 권력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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