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

이제는 어느 도시나 할 것 없이 환경상의 가치를 중시한다. 개발로 인한 환경의 변화가 반드시 삶을 윤택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괴하기는 쉬우나 좋은 생활과 작업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흔히 좋은 건축물, 잘 가꿔진 환경, 그리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장소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청주의 원도심은 여느 도시와는 다른 훌륭한 환경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도시의 공간구조라든가 낮고 두터운 건축경관,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여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예스러움이다.

원도심에는 예스러운 성격과 특징을 부여하는 요소들은 많고 다양하다. 남북방향으로 길게 뻗은 우암산자락,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무심천, 우암산의 서사면과 굴곡진 무심천사이에 형성된 배 모양의 원도심, 청주읍성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낸 보행로, 성안길과 옛길, 물길, 터줏대감의 삶과 일, 나무와 조경, 수많은 문화재와 옛 건축물 등이 있다.

혹자는 오늘날의 청주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원도심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고 하지만 남북방향의 기다란 선형도로를 근간으로 하는 블록 및 필지체계라든가 3~5층 규모 저층 건물로 이루어진 성안동, 중앙동 등의 도심 경관은 훌륭한 역사문화자원이다.

녹색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재가 더욱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과거 1960년대에 비하여 구도심 인구는 3분의 1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수도 등 건축물의 총량은 훨씬 웃돌고 있다. 그만큼 개인적인 삶은 편리해졌지만, 공동체 삶의 환경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도심을 흐르는 예전의 교서천은 복개돼 공용주차장이 됐고, 무심천변과 오정목 방아다리길 교서천변, 중앙로변의 버드나무군, 길가의 가로수군 등 모든 식재군이 사라져버렸다.. 간직해둘만한 훌륭한 건축물로는 중앙초등학교 목조 강당, 대성여중 본관, 성안길 변 금융사옥, 청주경찰서를 비롯해 지역 유지가 지은 공공시설물, 그리고 이곳저곳의 수많은 한옥이 파괴됐다.

그동안 지방은 10년, 혹은 20년의 차이를 가지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것이면 모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도시가 천편일률적인 개발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내륙의 성곽도시 중 하나인 청주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성곽을 중심으로 도시공간구조와 건축물 규모와 형태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서, 지역을 찾는 방문객에게 강력한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예스러운 기존 건축물의 지속적 사용은 그것이 건축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역사적 관심사를 지니고 있든 간에 에너지 효율을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스러운 건축물의 성능개선이야말로 에너지 절약이라는 점에서 가장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100년 전의 청주, 가깝게는 50년 전의 청주의 환경을 다시금 그려 보려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1960년대의 청주 원도심의 복원은 당시에 20~30세 청년이었던 분들이 지금은 70~80대 노인이라는 점에서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청주 도심에서의 근대적 삶과 일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는 도시의 공간구조인 길, 물길, 대지, 나무, 건축물 등의 물리적인 복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업종이라든가, 오랫동안 살아오신 터줏대감, 기타 동네의 공동체적 성격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시나리오나 콘텐츠 등의 복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기본이 되어 100년 전인 1911년 청주읍성 파훼 전후의 자료도 축적될 것이고, 2050년 미래상에 대한 예측도 가능할 것이다. 청주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를 잘 간직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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