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현역 첫 예비후보 등록에 “鄭에 크게 뒤져서” 소문
17·18일 ARS이뤄진 정황은 포착, 조사주체 ‘알쏭달쏭’

충북의 정치 1번지인 청주 상당선거구가 오랜만에 뜨겁다. 청주 상당은 서울 종로에 필적할 만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선거구였으나 홍재형 국희 부의장이 16대부터 내리 3선을 하는 동안에는 이렇다 할 적수가 없었다.

▲ 19대 총선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상당구. 그만큼 말도 많다. “여론조사 결과 정우택 전 지사가 홍재형 부의장을 역전했다”는 소문에 대해 홍 부의장 측은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며 흥분하고 있다. 사진 왼쪽 정우택 캠프(육거리)는 18대 총선 당시 홍 부의장의 선거사무소였다. 홍 부의장은 상당공원 4거리에 현수막을 걸었다. / 사진=육성준 기자

한대수(한나라), 구천서(자민련) 후보 등과 맞붙은 16대 선거에서 홍 부의장 3만4611표, 한 전 청주시장은 2만9119표로 5492표 차를 보인 것이 그나마 최대 접전이었다. 17대에서는 홍 부의장(5만5691표)이 윤의권(한나라·3만1621표)후보와 2만4000여표 이상 격차를 보였으며, 한대수 전 청주시장과 다시 맞붙은 18대 선거에서도 4만2823표 대 2만9562표로 압승을 거뒀다.

홍 부의장은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 될 경우 충북 최초의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며 일찌감치 4선 출사표를 던졌다. 홍 부의장이 정계은퇴를 적어도 4년 뒤로 미룬 이상 당내는 물론 당외에도, 경쟁자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체적으로 여론조사 우위를 보였던 정우택 전 지사가 이시종 민주당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진천·음성에서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지사는 17대 선거에서 노무현 탄핵역풍으로 말미암아 낙선하면서 정치적 낭인(浪人)으로 전락할 위기에서 민선 4기 도지사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 전 지사는 ‘국회로 돌아가고 싶다’를 입버릇처럼 되뇌었고 지방선거 낙선이라는 위기를 기회 삼아 청주 상당에 둥지를 트는데 성공한 것이다.

鄭 상당行 ‘탁월한 선택’ 평가

정 전 지사가 재선 지역구인 중부4군 대신에 청주 상당을 택한 것에 대해 정가(政家)에서는 ‘일단 탁월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진천·음성과 괴산·증평선거구가 통합되면서 탄생한 중부4군은 도내 최대의 복합선거구이기 때문에 중간에 뛰어들어 단기전을 치르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둘째는 철저한 소지역구도 속에서도 ‘음성군 프리미엄’이 크기 때문에 다만 선친(정운갑)의 고향이 진천이라는 것만으로는 음성에서 태어난 정범구 의원을 대적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세 번째 이유는 서울에서 지역구를 옮겨온 정범구 의원에게 패할 경우 이는 정치적 생명의 종결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3선의 국회부의장과 맞대결을 펼칠 경우 이기면 정치적 거물의 탄생, 져도 본전은 뽑는 셈이다. 정 전 지사가 아직 꺾지 않았다고 말하는 ‘중부권 대망론’에 접근하기 위해서도 정치적 거물을 희생양 삼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홍재형이란 벽을 넘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1월 CJB청주방송이 실시한 19대 총선구도에 대한 첫 여론조사 결과는 정우택 캠프를 고무시켰다. 도내 최대 관심 선거구인 청주·청원 4개 선거구 중 3곳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한나라당 후보들과 2배 정도 격차를 보인 반면 청주 상당에서는 홍 부의장이 정 전 지사에게 단 1% 차 신승(辛勝)에 그친 것이다.

4개 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 홍재형 36.0%(민) 정우택 35.0%(한) ▶흥덕갑 오제세 33.7%(민) 윤경식 19.1%(한) ▶흥덕을 노영민 38.1%(민) 송태영 11.0%(한) ▶청원 변재일 32.8%(민) 오성균 15.7%(한)다. 각 선거구별 300명을 조사했고 95% 신뢰수준에 표집오차는 ±4.4%. 신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15대부터 무려 16년 동안 지역구를 관리해 온 홍 부의장 캠프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결과였다.

洪 “전형적 마타도어 중단하라”

홍 부의장과 정 전 지사를 둘러싸고 ‘여론조사괴담’이 돌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40여일이 흐른 시점이다. 특히 홍 부의장이 도내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23일 자신의 지역구에 예비후보등록을 하면서 언론사에서 선거캠프에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 결과가 심상치 않게 나오면서 홍 부의장 측에서 후보등록을 서둘렀다”는 얘기다.

정가 소식통 A씨는 소문에 대해 “‘현 국회부의장인 홍재형과 전 충청북도지사인 정우택 가운데 청주 상당의 국회의원으로 누가 적합한가’를 묻는 전화자동문답(ARS)방식 여론조사가 12월 17,18일에 이뤄진 것을 지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조사결과 정 전 지사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이같은 내용이 정가와 언론 등에 퍼진 것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이를 서로 질타하는 것으로 안다. 이는 결국 민주당 또는 홍 부의장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우택의 추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과 홍 부의장 측에서는 사실이든 거짓이든 기함(氣陷)을 칠 일이다. 민주당 인사 B씨는 “일부 언론사로부터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결단코 당이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다. 청주방송의 11월 여론조사 결과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정 전 지사가 앞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 전 지사 쪽에서 퍼뜨린 마타도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 부의장의 측근인 C씨는 “접전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15%나 뒤진다’는 식으로 일각에서 나도는 역전설은 터무니없는 괴소문이다. 예비후보등록을 서두른 것은 누군가가 유포시키고 있는 ‘불출마설’ 등 또 다른 마타도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선거판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고 있지만 계속 이같은 혼탁선거전이 이어진다면 우리도 충분히 대응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또 “정 전 지사 측이 기존 우리 선거사무소였던 건물을 임대해 대형현수막을 내걸면서 불출마설이 나돌았던 것인데 우리가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현수막을 내걸면서 헛소문이 쏙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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