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강태재·이금형·김성규·김윤배·옛 청주연초제조창

2011 올해의 구설수
한범덕 청주시장

“야구장에서 다과와 맥주도 못 마시나요”

한범덕 청주시장은 올 8월 야구장에서 술을 먹다가 전국뉴스까지 타는 불운(?)을 겪었다. 간부공무원들과 앉아 가볍게 맥주캔을 땄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한 시장의 예순번째 생일. 시내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야구경기를 관람했다.

야구장에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는 장면은 그만 카메라에 잡혔고 캐스터의 말. “저분들 뭐하시는 겁니까?” 저분들은 그냥 야구장에서 술을 마시는 줄 알았다. 좌석이 없어서 VIP실에서 간부들과 함께 술을 마셨고, 일부 간부들은 (자리가 없어서) 장애인석에 자리를 폈다. 하지만 한시장과 간부들은 VIP실 실내에 조명을 환하게 밝혀 경기에 몰두하는 선수들을 방해했다.

이를 곧바로 C신문이 보도했다. 야구경기장에서 한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술판’, ‘생일파티’를 벌여 망신을 시켰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한 시장이 발끈했다. 시는 “이 자리에는 한화 측에서 제공한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 그리고 캔맥주가 있었을 뿐 기사내용과 같이 ‘술판’이나 ‘생일파티’를 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시장이 해명 기자회견을 직접 열었고, 해당신문사에 정정보도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해당신문사는 곧바로 정정보도를 냈다. 그래서 그날 일은 ‘약간의 음료가 곁들어진 다과 잔치’로 매듭지어졌다. 한 시장은 이런 베드뉴스 외에도 1004만 그루 나무심기, 청주읍성 복원 프로젝트, 사회복지 예산 증가 등 이른바 굿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 박소영 기자 arggk@hanmail.net

2011 올해의 카메라플래시
강태재

명분은 허위 학력, 내심은 껄끄러운 시민단체 대표라…

충북문화재단을 둘러싸고 벌인 보수對 진보의 격돌은 올 문화예술계 톱뉴스였다. 이는 이사들의 성향분석 파문으로 시작돼 대표 사퇴로 번지면서 ‘문화는 간데없고 정치만 남은’ 기현상을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충북도는 문화재단 연내출범이라는 약속을 간신히 지켰지만,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와 눈치행정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사람은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대표였다. 강 대표는 초대 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됐으나 고등학교 중퇴사실이 알려져 사퇴했다. 강 대표는 지난 79년 8월 청주상공회의소에 취업하면서 대전고 졸업이라고 했고, 대표선임뒤 돌린 프로필에도 동일하게 돼있어 학력을 속였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에 그는 “집안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교를 중퇴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 속였다. 부끄럽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로필은 충북도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었고, 취업 당시 속인 것은 이미 30년이 지난 일이라는 점에서 동정론도 일었다. 사회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어야 하고, 학력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강 대표에게 가한 사퇴 압력은 허위 학력문제 보다 시민단체 대표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학력문제가 나오기 전부터 반발했고, 이 문제가 터지자 보수층과 결집해 한 방향으로 몰고 갔다.

그의 이름과 얼굴은 연일 언론에 등장했다. 언론들의 마녀사냥, 지나친 신상털기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자 강 대표에게 데인 이 지사는 재단 유력 대표 후보였던 도종환 시인 카드마저 버리고 말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 격’ 이었다. /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2011 올해의 노력여성
이금형 청장

‘도전하면 꿈 이룬다’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 전달

지난 11월 청주 대성여상 교문에는 경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학교 졸업생인 이금형(54) 광주경찰청장이 치안감으로 승진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청주 출신으로 지난 1977년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해 경찰에 투신한 그는 그동안 진천경찰서장, 서울 마포서장, 충북경찰청 차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첫 테이프를 많이 끊었다. 진천경찰서 첫 여성 서장, 충북경찰청 사상 첫 여성 차장, 경찰청 본청 첫 여성 치안감 등.

이 청장은 지난 2009년 3월 충북경찰청 차장으로 금의환향하면서 지역사람들에게 개인사가 많이 알려졌다. 특히 ‘악바리 정신’으로 경찰청 본청에서 치른 진급시험에 한번도 탈락하지 않고 승진의 기회를 잡은 얘깃거리가 전해졌다.

그는 본청에서 몽타주 요원을 뽑는 시험에 합격한 이래 경정이 될 때까지 과학수사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된 후에는 초대 여성실장에 부임해 ‘성폭력 피해자 보호 치안정책’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피해여성이 경찰에 출두하지 않고 병원에서 검사와 조사작성까지 원스톱으로 끝내는 시스템.

방송대에서 학사, 동국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이 청장은 모교인 대성여상 후배들에게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상징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로 뽑혔다. 또 실종아동찾기센터,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 설치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국가인권위원장상을 수상했다. /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2011 올해의 버티기
김성규 시의원

“전 해장국집 주인이 아니라니까요”

김성규 시의원은 지난 5월 이른바 ‘병든 소 해장국’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은 지난 5월 김성규 시의원의 부인, 처형, 처남 등 친인척이 청주시내 ㄴ해장국집을 운영하면서 병든 소 및 비정상 소를 납품받아 해장국을 만들어 팔았다고 밝혔다. 2008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병든 소 25.8t를 해장국으로 만들어 판매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장국집에 납품된 고기는 12만 9000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다.

ㄴ해장국집은 도내 유명한 대물림 맛집 중에 하나다. ‘해장국집은 길고, 시의원을 짧다’는 것을 김 의원은 모른다. 김 의원은 6월 초 한나라당에서 탈당했지만 의원직은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오히려 해장국집의 사업자 명의는 부인이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는 시의회 윤리의원 이름을 아직도 걸고 있다. 의회차원에서 윤리의원회가 비공식적으로 열려 김 의원에게 “사퇴하라”고 말을 건넸지만 “내가 왜?”라는 답변을 듣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김 의원은 매달 300만원이 넘는 의정비도 꼬박꼬박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활동을 보면 지난 6월 이후 매 회기 때마다 결석계라고 할 수 있는 청가서를 내고 피하거나, 출석해도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있다. / 박소영 기자 arggk@hanmail.net

2011 올해의 학술
김윤배 교수

줄기세포 이용한 노인성치매 치료 성공

올해 학계를 놀라게 한 것은 역시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윤배(47·사진)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치매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로 불로장생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까지 내 놓고 있다. 그동안 실험쥐를 이용한 인지기능 개선연구는 있었어도 사람의 줄기세포를 직접 적용한 연구는 세계 처음이다.

일명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치매는 수애의 눈물연기가 돋보였던 TV인기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비정상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으로 학습능력과 기억력 같은 인지기능이 소실되는 무서운 병이다. 초 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8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50%이상 발생해 노년을 황폐화 시키는 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30〜40대의 젊은이까지 치매에 걸리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세상을 긴장시키고 있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뇌출혈성 치매,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치매, 알코올 의존성 치매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치매환자에겐 공통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결핍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연구를 성공시켰다. 사람의 신경줄기세포에 아세틸콜린합성효소(ChAT) 유전자를 삽입한 F3.ChAT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치매 동물의 기억력을 완벽하게 회복시킨 것.

더욱이 이 줄기세포는 자연노화 실험쥐의 인지기능도 회복시켜 어린이 뇌성마비, 다발성경색증, 루게릭병 등 다른 뇌질환 치료연구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평생 바보로 살아 갈 수 있는 뇌성마비 아이들을 생각해 이번 연구를 추진했다”며 “하지만 국내 제약사와 식품회사의 관심도가 떨어져 외국투자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경철수 기자 cskyung74@hanmail.net

2011 올해의 화려한 백조
옛 청주연초제조창

이렇게 ‘귀한 몸’ 될줄 누가 알았어?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저 공장가동이 멈춘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이었던 이곳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계기로 ‘귀한 몸’이 됐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고나 할까. 행사 기간 동안 약 42만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다녀가면서 연초제조창 건물은 최대 이슈가 됐다. 올 비엔날레에서 가장 성공한 것도 장소를 이 곳으로 정한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46년 문을 열 때만 해도 이 건물은 건평 8만6000㎡의 국내 최대 규모 담배공장이었다. 이후 한동안 청주지역경제를 쥐락펴락 했다. 그러나 담배생산량이 줄어들면서 99년 공장 폐쇄가 결정됐고, 2004년에는 기계작동이 완전 중지된다.

이 때문에 한 때는 골칫거리로 떠올라 KT&G는 이 곳에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으나 다행히 반대여론에 밀려 취소됐다. 연초제조창 총 면적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까지 포함해 12만5400여㎡다. 청주시는 KT&G와 오랜 소송 끝에 올 1월 350억원에 매입하고 연차적으로 분납키로 했다.

청주시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운영위·조직위는 올 행사 주제를 ‘유용지물’로 정하고 첫 아트팩토리형 축제로 치렀다. 그러면서 이 곳을 일종의 ‘시장’에 내놓았다. ‘장소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시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를 통해 해외미술관 및 해외작가들과 교류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 이 곳을 어떻게 명소로 만드느냐이다. 이 건물은 공예비엔날레 후 국토해양부 선정 공공건축대상을 수상했다. /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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