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콘서트 '별' 개최…병원학교 단독 학예발표회 성과 '갈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 둔 지난 22일 낮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병동 5층 로비에는 미니콘서트 '별'이 빛났다. 백혈병과 뇌종양 등 소아암과 싸우느라 제대로 학업을 이어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병원측이 배려해 문을 연 병원학교의 학예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병원학교는 지난 2008년 5월 청주 복대초등학교 파견 특수학급으로 문을 연지 올해로 3년째가 됐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그동안 19명의 학생들이 병마와 사투끝에 학교로 복귀했다. 현재도 매월 8명 안팎의 건강장애 학생들이 병원학교를 이용하고 있다.

이날 소아청소년과 권소라 간호사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크리스마스 캐롤 'Jingle Bell Rock'을 플루트로 연주해 작은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나기혜(15·대성여중2년·백혈병)·강성락(14·운호중1년·백혈병) 학생의 기타연주에 맞춰 소아청소년과 윤신애 전공의가 '창 밖을 보라''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캐롤송을 오카리나 합주로 들려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채진(충북대 의과대 소아청소년과 1학년)·채명헌(충북대 의과대 소아청소년과 1학년) 전공의는 카드·링 마술쇼와 바덴재즈 등의 기타 연주로 흥을 돋구기도 했다.

여기에 뇌종양과 싸우고 있는 김상일(19·상당고 3년·사진 뒷줄 맨 오른쪽) 학생을 응원하기 위해 친구 김기은(19·진천고 3년) 학생이 병원을 직접 찾아 MC몽·김태우의 '하고 싶은 말(I LOVE U Oh Thank U)'이란 노래를 함께 불러 잔잔한 감동을 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캐롤 메들리 핸드밸 연주를 한 복대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과 병원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한 수화 노래 '혼자가 아닌 나''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 적잖은 여운과 함께 감동을 전했다.

▲ 지난 22일 낮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병동 로비에서 열린 병원학교 학예발표회(미니콘서트 '별')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혼자가 아닌 나''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란 수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왼쪽앞부터 이정현(중앙초6년), 어머니 우명희·구주은(샛별초5년)양 등이다.
3년째 충북대 병원학교 교사를 맡고 있는 이서영(복대초) 교사는 "이번 공연은 힘든 치료 중에도 조금씩 학교복귀를 준비해 가고 있는 병원학교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며 "그동안 병원 송년잔치에서 벗어나 병원학교가 주최가 되어 연 첫 번째 학예 발표회라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그동안 상담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내가 파견근무 기한이 끝난 것이다. 초빙교사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대 소아청소년과 김원섭(명예교장) 교수는 "병원학교 개교 3년 만에 송년 잔치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며 "프로가 아니고 충분한 연습시간이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병마와 싸우느라 힘겨워 하는 어린 환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더불어 기쁘다"고 전했다. 청주 복대초등학교 오병천 교장은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해 가는 병원학교를 보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역시 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학예 발표를 통해 꿈을 키워 가고 있는 병원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더 큰 날개 짓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으면 감사 하겠다"고 강조했다.

화가 꿈꾸는 주은이...수술후 마비증세로 아픔

▲ 구주은
이번 병원학교 학예발표회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란 수화 노래를 한 샛별초 구주은(12·여·5학년) 양은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는데다 미술과 음악 등 예체능에 소질을 보여 구양의 부모는 딸을 화가로 키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뇌종양 수술이후 주은이는 한쪽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창 자라나는 시기,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던 구양은 항암치료에 모두 빠져 버린 머리카락과 변해버린 외모가 싫은지 수시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런 주은이가 학예발표회 당일만큼은 누구보다 환한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줘 주변을 감동시켰다. 구양의 어머니는 "병원을 가기 싫어하던 주은이가 치료도 잘 받고 밝아져서 다행이다"며 "이 같은 자리를 만들어 준 병원에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전했다.

한쪽 폐만 가진 정현이 그마저도 절반만 가동

▲ 이정현
수화 노래에 함께 한 이정현(13·중앙초 6년)군은 신생아 때부터 면역질환에 시달렸다. 산부인과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목의 신세를 졌을 만큼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군은 태어 날 때부터 한쪽의 폐만 갖고 태어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나마 갖고 있던 한쪽 폐도 절반만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온갖 폐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 군은 연간 단 1차례 학교를 찾는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책상을 찾아 어루만져 주곤 한다고 한다. 주인을 잘 못 만난 책걸상이 1년을 외롭게 보내는 것이 자신을 닮은 것 같아서라고 한다. 그런 정현이가 이날만큼은 그 누구보다 멋있게 노래를 불렀다. 오카리나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은 나기혜(15·대성여중 2학년)양은 병마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화상강의를 빠트리지 않고 들으면서 학교에서 상위권을 들고 있다.

고3 수험생이었던 김상일(19·상당고 3학년)군은 얼마 전 가발을 쓰고 대입 수능을 보았다. 대학 입학이 확정된 사실을 연락 받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지만 뇌종양이 재발해 검사를 받고 있다. 병원학교 이서영 교사는 "병원을 싫어하던 아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병원을 찾는 것을 보고 어머니들이 많은 위안을 받는 듯하다"며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보람을 느끼는 기회를 드리고자 병원학교 학생들의 학예발표회 자리를 마련했다. 병원학교가 활성화 되어 학업단절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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