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떠난 선진당, 구 전 의원 찾아 ‘삼고초려’
고대 교우회 사태·횡령혐의 영욕의 1년 보내기도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14·15대 의원)의 충북 출마설이 정가 소식통을 통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구 전 의원의 출마설은 ‘자유선진당이 구 전 의원에게 여러 가지 카드를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 고려대 교우회장을 목전에 두고 인준이 거부되고 횡령 건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영욕의 한 해를 보낸 구천서 전 의원이 또 총선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양단간에 결단의 시점은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20년 지기인 중국의 차세대리더 리커창과의 회동.

구 이사장은 사실 올 한해 영욕의 한 해를 보냈다. 고려대 경제학과 70학번인 구 전 의원은 고려대 교우회장으로 추천됐다가 지난 4월28일 정기총회에서 인준이 거부되는가하면, 시큐리티코리아 상장폐지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회사자금 2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려 개인용도로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공판이 진행 중이다.

구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고대 교우회장직을 내놓자 선거에 뛰어들어 이기수(법학 65) 전 총장, 김중권(법학 59) 변호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4월14일 교우회장에 추천됐으나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선거시점과 검찰수사가 맞물렸고, 일부 인사들이 당선저지 활동에 나서는 등 조직적인 반대에 직면했던 것이다. 구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15명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가 지난 10월 연명으로 서명한 사과문을 받고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시큐리티코리아 사건에 대해 구 이사장 측은 “5년 전 코스닥 등록업체 시큐리티코리아를 김 모씨(구속 중)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주주였던 구 이사장이 김씨에게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넘긴 사안”이라며 “인수자인 김 모씨의 부실경영과 공금횡령 때문에 문제가 됐을 뿐 구 이사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나설 가능성도

이처럼 신변이 복잡한 상황에서도 구 이사장의 출마설이 나도는 것은 선진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과거 구 이사장의 측근들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출마를 강권하는데 따른 것이다. 구 이사장에게 “이번 선거가 지나가면 더 이상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했다는 Q씨는 “약 한 달 전부터 자유선진당 지도부가 구 이사장을 찾아와 ‘삼고초려(三顧草廬)’ 이상의 설득을 하고 있다. 구 이사장이 아직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조만간 결심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Q씨가 구 이사장의 출마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선진당의 제안이 점점 귀가 솔깃할 만큼 파격적인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것. Q씨는 “도당위원장이었던 이용희 의원이 아들 선거 때문에 민주당으로 돌아간 뒤 충북의 유일한 보루인 남부3군이 무주공산이다. 구 이사장의 고향이 보은이라는 점에서 영입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14대 전국구, 15대 청주 상당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구 이사장이 단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전장을 던지기에는 정치 공백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Q씨는 “이같은 이유로 구 이사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최근에는 구 이사장에게 충북 선거에 대한 전권을 주고 비례대표 당선권을 주는 제안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거물급과 동반출격 가능성도

이회창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2선으로 물러나고 심대평-이인제 투톱시스템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실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상황반전을 위한 ‘깜짝카드’가 함께 제안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대 총선에서 이용희 의원을 남부3군에 영입하고 지방선거마저 석권함으로써 충북에 선진당 교두보를 확보했지만 이용희가 없는 19대에서 선진당은 또 찬밥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Q씨는 “이같은 전세를 뒤집을 방안으로 이회창, 심대평, 이인제, 조순형 등 선진당의 간판 가운데 1명이 충북에 출사표를 던지고 구 이사장이 동반 출격하는 방안도 검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구 이사장도 승산이 있는 카드라야 결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구 이사장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에도 청주 흥덕을 출마를 저울질하며 천서’를 의미하는 1004명의 책임당원을 입당시켰으나 찻잔 속에 태풍에 머물렀을 뿐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소심함(?)은 승승장구했던 정치초년과 달리 여러 차례 선거 징크스에 시달린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이사장은 1992년 총선에서 40대 초반의 나이에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96년 자민련 바람을 타고 청주 상당에서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를 꺾었다. 그러나 16대 총선, 2002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연거푸 낙선한 뒤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 이번 고려대 교우회장 선거도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이에 앞서 2003년 태권도협회장 선거 당시에도 폭력배를 동원했다가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Q씨는 “그동안 낙선과 불미스러운 일들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반도미래재단·한중경제인협회로 몸풀기
‘쿠아트’로 중국 진출 리커창 등 실력자와 교류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은 정치무대를 떠난 지 오래지만 정치재개를 위한 몸풀기로 보이는 사회활동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구 이사장은 2009년 10월 설립한 통일부 산하 비영리법인 한반도미래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구 이사장은 또 올 초 지식경제부산하 한중경제인협회 2대 회장에 당선됐다.

중국과 구 이사장의 인연은 도지사 낙선 직후 중국에 건너가 베이징대에서 ‘한중일 3국의 경제공동체’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는 등 6년째 학업과 화랑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직계로 중국의 차세대 리더인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와는 20년 지기다. 민자당 중앙청년위원장이었던 구 이사장은 당시 공청단 대표였던 리커창을 알게 됐고 14대 의원이 되면서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고. 두 사람은 지난 10월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중교류정부대표 5단체장 교류에서 만나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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