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12일 월요일 아침부터 피켓을 들고 충북도의회에 갔다. 조·중·동·매(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채널에 편성된 예산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예산은 삭감됐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우리 단체는 충북도가 지역의 이해관계와 여론을 대변하지 않는 조중동매 종편에 예산을 주는 것은 주민 혈세로 지역을 죽이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역언론들은 조중동매 종편 예산배정에 별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 일부 지역언론들은 우리의 주장을 인용해 주민 혈세를 지역언론에 쓰라고 주장도 했다. 이런 주장에는 제대로 된 지역언론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지역언론을 지원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지역주민들은 여기에 얼마나 공감할까?

모두들 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그래서 조중동은 방송을 시작했고, 다른 매체들도 살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플랫폼이 언론의 위기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위기의 본질은 산업적 측면보다 저널리즘의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주류였던 신문과 방송이 그야말로 올드미디어로 전락한 이유는 다루어야 할 뉴스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들은 기존 언론보다 SNS와 <나는 꼼수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은 정말 앞길이 더 막막해 보인다.

지역언론이 경쟁해야 할 매체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수도권 중심주의와 전국권 언론만이 아니라 뉴미디어와도 경쟁해야 할 판이다. 매체간의 경쟁만이 아니라 광고 시장의 경쟁도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다, 벼랑 끝에 몰렸다는 말이 더 이상 수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역신문은 자치단체의 광고수입 없이는 유지하기가 어렵고, 각종 사업을 유치해 표를 팔아야만 하는 처지다.

기자들의 값싼 임금과 출입처에서 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해야 신문이 나온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역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줄어들고, 15분도 채 되지 않는 뉴스는 부족하기만 하다. 대외적인 상황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언론이 정말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가, 지역주민들에 의해 선택을 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지역주민의 무관심만 탓하고 있기엔 너무나 안일하다.

아무리 막막하고 어려워보여도 그래도 지역언론에 미래가 있다. 지역주민들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역언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 그 어떤 매체가 지역매체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역의 관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도 지역언론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강력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도 바로 지역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역언론은 무엇보다 언론 본령의 역할, 저널리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지방자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 지역주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역할, 지역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끔 지혜를 모으는 역할 등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해야 한다.

직접 참여시키는 방법과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끄러운 지역언론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이런 언론이 있다고 자랑하고픈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지역 공동체를 키우는 건강한 언론, 또 좋은 언론을 키워내는 건강한 지역 공동체라면 어떤 파고가 몰려온다 한들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지역언론이 권력비판 감시 기능에 충실하고, 질 높은 저널리즘으로 지역주민에게 사랑받게 되길 희망한다. 이런 변화가 지역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지역언론이니까 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글을 마지막으로 <미디어워치> 연재를 마친다. 나는 밥과 같은 글, 힘이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애정과 대안 있는 비판을 하고 싶었지만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리뷰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준 모든 이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지면개편에 따라 1년간 연재한 미디어워치 코너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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