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장학금 정부 권고안 맞추려 기존장학금 짜 맞추기 눈총
재학생 "등록금 수익 10% 갓 넘겨"… 학교 "13%, 장학금 높다"

▲ 지난 6월 16일 오전 청주대학교 총학생회는 대학 본관 앞에서 교육기자재 현대화와 등록금 인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충북도내 최고 등록금을 자랑하는 청주대학교(인문 사회계열 745만원)가 장학금 지급에는 여전히 인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대에 따르면 연간 등록금 수익은 1100억 원 가량으로 이 중 10%가 조금 넘는 120억 원 정도가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다. 또 120억 원의 장학금 중 90%에 가까운 108억 원 정도가 성적장학금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대로라면 일명 면학장학금이라고 하는 저소득 장학금은 12억여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불어 닥친 고액등록금 파동에 대한 여론 달래기로 저소득 장학금을 적어도 10% 이상 확보하도록 권고했다. 일명 면학장학금의 비율을 높여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대학생을 줄여 보겠다는 심사였다. 문제는 청주대가 정부 지침에 따라 최근 해당부서에 내려 보낸 '저소득 장학 확충에 따른 장학 조정안'이란 공문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관련 공문에는 '저소득층 지원 장학 확충에 따라 해당부서의 기존 장학제도 장학금 총액의 30% 이상을 축소하거나 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으로 변경해 11월 25일까지 학생복지팀으로 제출해 달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저소득 장학금을 늘려 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성적장학금을 비롯한 모든 장학금을 줄여 저소득 장학금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고 나섰다.

“부자학교 장학금 혜택 찔끔”
한마디로 정부 지침을 맞추기 위해 기존장학금을 줄여 저소득장학금을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주대 한 학생은 "우리 학교는 적립금이 2500억 원 이상인 부자 학교이다"며 "매년 발생하는 적립금의 순 이자만으로도 정부에서 말하는 저소득 장학금 비율을 30%까지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학교 적립금은 건드리지 않고 기존 장학금을 끌어다 쓰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지난해 중순 최고 등록금 파동으로 우리가 부총장실을 점거 농성할 때에 학교에서는 교육기자재 현대화와 함께 전 학생을 대상으로 도서상품권을 지급하는 도서장학금을 약속했다"며 "그런데 장학혜택에 대한 약속은 그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도서장학금 5억 원을 비롯한 20억 원을 추가로 배정해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은 "청주대는 저소득 학생 비율이 0.4%에 이른다. 저소득 장학금 비율을 늘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굳이 저소득 학생이 없는데 관련 장학금 비율을 늘려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 적합한지 묻고 싶다"며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장학제도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대 안영호 기획예산팀장은 "사실 우리 학교의 장학금 비율은 전체 등록금 수익의 13%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다"며 "이번에 저소득 장학금 20억 원이 배정된 것은 추가로 예산이 책정된 것이다"고 말했다. 청주대 이성찬 학생복지팀장은 "성적 장학금 대 저소득 장학금 비율을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며 "저소득 장학금이 추가로 20억 원이 배정돼 집행예정인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혜택 늘리겠다 약속 안 지켜”
이를 두고 대학본부를 비난하는 재학생들의 목소리가 적잖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장학제도를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장학금의 비율 조정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인 유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주대의 경우 등록금의 50%를 장학금 혜택으로 주고 있어 역차별 논란까지 점화되고 있다.

청주대 한 재학생은 "누구를 위한 후학양성인지 묻고 싶다"며 "우리 부모들이 뼈 빠지게 벌어 충당한 등록금으로 외국인 인재를 키우는데 후한 꼴 아니냐. 교환학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저소득장학금이라고 불리는 일명 면학장학금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사립명문 고려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고려대는 사립대 중 제일 먼저인 지난해 3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면학장학금의 비율을 오는 2012년까지 대폭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실제 연간 총 215억 원의 장학금 중 교내 장학금(104억원)을 성적 72억 원 대 면학 32억 원이던 것을  올해 반반씩 배정해 지급했다. 또 오는 2012년에는 성적 대 면학 장학금의 비율을 3대 7로 조정해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 비율을 높여 가고 있다.

여기에 가계곤란장학금, 학생 가장을 위한 미래로 장학금, 장애학생을 위한 소망 장학금 56억 원 가량의 면학장학금을 추가로 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주대의 경우 기존 장학금에서 저소득 장학금 비율만을 높이는 방식으로 조정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수혜학생은 늘지 않는 형국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장학혜택 전년 대비 오히려 줄기도
2009년 120만원 -> 2010년말 118만원

도내 주요 사립대의 연 평균 등록금 대비 장학금 혜택을 따져 봐도 청주대의 장학금 혜택은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알리미 2010년 말 현재 기준 건국대 충주캠퍼스의 연 평균 등록금은 699만 2800원으로 1인당 125만 8000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무려 745만 9500원의 등록금을 받고 있는 청주대의 경우 연간 1인당 장학금은 118만 700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연간 등록금이 665만 2500원으로 저렴한 서원대의 1인당 연간 평균 장학금 86만 6500원과 비교해도 그리 높지 않다. 장학생이 연 평균 등록금과 상계 처리 할 경우 청주대생은 적어도 627만원의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서원대생은 578만원이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 알리미 2009년 현재를 기준으로 도내 대학 사립대 장학금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중원대가 1인당 649만원으로 가장 높고 꽃대 304만원, 영동대 164만원, 건대 127만원, 청주대 120만원, 세명대 117만원, 서원대 91만원, 극동대 81만원 순으로 청주대의 장학금 혜택이 적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주대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장학금 혜택이 오히려 감소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