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감 피의자 관리에 허점 드러내

서장·과장 징계, 당직관 등 3∼4명 문책 인사 뒤따를 듯
경찰, “만취한 상태에서 충동 자살한 것으로 추정”

충북 경찰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찰서장의 독직비리에 이어 유치장 수감자 자살사건이 빚어졌다. 일선 경찰관의 음주운전 적발도 잇따라 집안단속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경찰서마다 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다짐서를 작성하는 등 부산스럽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삽화일 뿐이다. 최근 사건의 내막을 추적해 본다.

지난 21일 오전 6시 20분경 청주동부서 유치장에 수감중이던 절도 피의자 민모씨(36·청주 모충동)가 술이 만취한 상태에서 화장실 환기창에 목을 매 자살하자 경찰청은 관리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22일 동부서 L모서장을 지방청 경무과장으로 전보 조치하는 한편 박춘희 충북경찰청 경무과장을 청주동부서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또 K모수사과장을 직위해제 하는 한편 당시 상황실장과 당직관 등도 추가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대 체포후 형사계 인계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씨는 지난 21일 새벽 2시경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빌라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이모씨(31)소유의 마르샤 승용차(충북 31거28XX호) 유리창을 돌로 깨고 들어가 조수석에 앉아있다 순찰을 돌던 동부서 서부지구대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당시 현장에서 그를 검거했던 임모경사는 “원룸앞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 경보음이 울리는 상태에서도 조수석에 사람이 앉아 있어 서치라이트를 비추자 차 밖으로 뛰어나왔고, 바닥에 엎드려 숨어있던 피의자를 절도혐의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지구대에서 1차 조사를 받은 민씨는 오전 4시 20분경 동부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뒤진 흔적이 뚜렷해 절도 피의자로 초동조사를 하게 됐고, 2시간 후에 동부서에 인계 했지만 그때까지 어떠한 반항이나 특이사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왜 자살했을까?
동부서로 이감된지 2시간이 지난 6시 20분께 민씨는 화장실에 있는 2M높이의 환기통 창살에 자신이 입고 있던 와이셔츠로 목을 맸고, 휴지통이 넘어지는 소리에 달려온 경찰이 이를 발견,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족들은 “자살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관리소홀이 원인인 만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측은 “피의자가 술이 많이 취한 탓에 조사조차 할 수 없었다”며 수사상의 의혹을 일축했다.

동부서 관계자는 “4번의 절도 전과가 있는 민씨가 이번에도 특수절도로 검거된 만큼 보호감호 등 가중처벌을 우려해 술이 만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피의자가  술이 많이 취한 상태로 형사계에 와서도 자신의 범행에 대해 부인하는 등 횡설수설 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종전과가 여러 차례였고 특수절도로 경미한 사안도 아니어서 술이 깬 후 조사를 벌이기 위해 유치장에 입감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치장에는 K모 경사와 의경 2명이 감시하고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유치장내에 쇠창살은 자살이나 기타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컸고, 특히 유치장의 화장실 벽은 좌변기만 가릴 정도로 낮아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막을수도 있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이번 자살사건으로 경찰의 피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며 “입감 피의자 관리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책인사, “안타깝다”
이번사건으로 인해 L모서장과 K수사과장이 잇따라 문책 인사를 당하는 등 관련자 5∼6명이 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 주위에서는 ‘‘전례’에 의해 조치를 했겠지만 서부서장이 직위해제된 지 얼마안돼 동부서장도 전보조치 되는 등 다시 줄줄이 문책인사를 당하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경찰관은 “물론 지휘관으로써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수사과장까지 직위해제 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퇴근전까지는 주무과장으로 책임이 있지만 퇴근 후에는 상황실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 아니냐”며 최근 경찰의 잦은 인사를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충북 경찰청 경무과장으로 자리는 옮기는 L서장은 22일 있었던 이임식에서 “경찰로서 명예롭게 자리를 떠나고 싶었는데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물러나게 돼 미련은 남지만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심정을 밝혔고, 이번 일과 관련된 부하직원들에게 개인 위로금까지 지급해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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